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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린애 같은 지크가 좋습니다. 꼰대할배의 고집과 어린애 억지가 다 섞여 있는 청춘할배...
트와일라잇 전직한 디오에게 떼쓰는 지크하트
뒷얘기도 생각해두긴 했는데 언젠가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조금 짧아졌습니다
“머리 왜 잘랐어.”
또 시작이다. 거치적거린다고 툴툴댈 때는 언제고, 디오가 머리카락을 자른 뒤로 지크하트는 꼭 한결 같은 말로 시비를 걸어왔다. 오늘은 술까지 마셨는지 애처럼 구겨진 면상에 빨개진 뺨까지 아주 과관이었다.
“내 마음이다.”
“웃기지 마! 니 건 내 거고 내 건 내 건데! 왜 니맘대로 잘라!?”
“뭐 그딴… 됐다. 취했으면 적당히 하고 자라.”
누굴 애송이 취급이야? 애송이는 너잖아. 바보. 애송이. 멍청이. 목석 같은 놈…… 자기가 아는 나쁜 말은 다 꺼내려는 듯 쉬지도 않고 종알대던 지크하트가 이내 그의 어깨에 풀썩 기댔다. 들어가서 자라고 한 마디하려던 디오는 재차 한숨만 내쉬었다. 한 번 수틀리면 온갖 핑계를 다 대며 고집을 부리는, 종종 ‘애송이’ 같아지는 심보는 지크하트의 안 좋은 버릇 중 하나였다. 상대를 안 해주면 얌전히 잠이라도 들겠거니 생각하던 디오는 문득 길게 기른 옆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정작 기르고 잘라낼 땐 아무 생각이 없었건만, 하루가 멀다하고 말을 꺼내는 사람이 있을 땐 얘기가 달라지는 법이었다. 다시 길러볼까.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저렇게까지 신경을 쓰면 못할 것도 아니긴 했다.
“난 좋았는데…”
반대쪽 머리칼에 디오의 것이 아닌 다른 손가락이 닿았다. 무심코 숨을 멈췄던 디오가 옆을 돌아보았다.
“색도 예쁘고, 치렁치렁하고…”
반장갑 너머로 드러난 손가락에 자줏빛 머리카락이 휘감겼다. 디오는 조금 눈을 크게 뜨고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보다 내가 더 많이 봤는데… 자를 줄 알았으면 좀 더 자주 볼걸……”
“…….”
“내 건데…”
네 것이 아니라고 반박해야 할 입술이 굳어 있었다. 머리카락을 건 채로 손가락이 귀 아래로 이어진 뿔을 더듬었다. 위로 곧게 뻗은 두껍고 긴 형태와 달리, 그 아래에 난 뿔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뺨을 감싸듯이 자라 있었다. 외곽을 덧그리듯 그것을 더듬어 어루만지며 지크하트가 몸을 기울였다. 그에게 고정된 디오의 시선과 달리 지크하트는 제가 매만지는 뿔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런 거나 달고…… 뭐어… 예쁘긴 한데…”
“………”
“진짜 예쁘긴 한데에…… 하… 짜증나… 예쁘네……”
뾰족한 끝을 만지작대던 손이 툭 떨어졌다. 알콜향이 날 것처럼 술에 푹 절은 은안이 그제야 디오를 향했다. 디오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쩐지 심장이 시끄러웠다.
“……”
“얼굴도 잘생겼으니까…… 내가 봐준다.”
“………”
“못생겨졌으면… 화냈을 텐데… 머리 잘라도 잘생겼어…… 짜증나 너……”
“………”
“뿔까지 잘생기고… 진짜 반칙………”
기어이 앞으로 기운 몸이 디오의 무릎 위에 엎어졌다. 디오가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땐 지크하트는 태연하게 색색 숨소리까지 내며 잠들어 있었다. 어색하게 공중에 떠 있던 손이, 낮은 한숨과 함께 지크하트의 머리에 조심스럽게 닿았다. 들어가서 자라니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투덜거리는 디오의 귀가 조금 붉었다.
“…나도 이번만 봐주는 거다. 하이랜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