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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에서 푼 썰 기반으로 썼습니다. 반지.. 최고...
없다.
디오 버닝캐니언이 이름을 걸고 증언하건대 없었다. 지크하트의 왼손 약지가 비어 있었다. 며칠 전 직접 그에게 끼워주고, 사이즈가 맞는 것까지 확인한 반지가.
반지가 싫었나? 뭐 거추장스럽게 이런 걸 사주냐고 툴툴대기는 했더랬다. 하지만 그날 밤 잠들 때까지도 그걸 뚫어져라 보면서 만지작댄 것도 지크하트였다. 둘째날까지도 잘 끼고 어슬렁거리는 모습도 봤다. 이제야 남들도 저 남자가 디오 버닝캐니언의 반려라는 걸 알아볼 거라 생각하자 온종일 실없는 웃음이 새기도 했다. 그의 눈색과 같은 은은하면서도 세련된 은색에, 행여나 걸리적거릴까봐 장식은 하나도 없는 걸로, 대신 그의 손가락이 닿는 안에 제 이름을 새겨넣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을 위해 몇날 며칠을 고민하여 제작한 반지였다. 디오의 오른손 약지에 빛나는 것과 똑같은.
“그냥 가서 말을 해.”
디오가 움찔대며 뒤를 돌아보았다. 레이가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바보를 보는 것마냥 그를 흘겨보고 있었다.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만.”
“지크하트한테 용건 있는 거잖아? 이제 와서 낯 가리니?”
“어떻게 알았지?”
“그렇게 노려보고 있으면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단 생각은 안 드니?”
디오가 시선을 피하며 입을 다물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레이는 디오를 더 부추기지 않았다. 너희는 백 년을 가도 똑같을 것 같다며, 놀림 반 감탄 반의 말을 늘어놓고 자리를 뜬 게 다였다. 머쓱함도 잠시, 하루종일 지크하트로 차 있던 디오의 사고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레이가 알아챌 정도면 저 인간이 몰랐을 리가 없는데 왜 반응이 없는 건가. 너무 귀찮아서 버린 건가? 슬쩍 물어볼까? 근데 정말 버렸다고 하면 어떡하지? 하나 더 맞출까? 다음엔 못 버리게 마법이라도 걸어버릴까? 디오는 원래 생각이 그리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랑에는 제 아무리 마계 온건파를 이끄는 우두머리라도 저항이 불가능한 법이었다.
지크하트와 눈이 마주친 건 그 무렵이었다.
“…….”
둘 사이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나 디오는 그가 슬쩍 웃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눈썹을 삐뚤게 밀어올렸다. 디오와 레이의 대화를 들은 게 분명했다. 디오가 부글대는 속을 겨우 잠재우는 동안, 습관처럼 어깨를 으쓱인 지크하트가 제 목을 슬쩍 문질렀다. 얇고 가느다란 실이 셔츠 안에서 손가락에 걸려 반짝거렸다. 무심코 그것을 따라 움직이던 디오의 시선이 멈추었다.
있었다. 반지가.
“……….”
디오는 이번에야말로 말을 잃고 멍해졌다. 보란 듯이 목걸이 끈을 두어 번 흔들어보인 지크하트가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갈무리할 때까지. 다시금 시선이 얽혔다. 지크하트의 입술이 소리없이 움직였다.
‘멍청이’
“지크하트! 이리 좀 와 봐!”
“오냐. 지금 간다~”
단장의 부름에 태연하게 대답하며 지크하트가 발을 옮겼다. 디오는 그러고도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장난기를 가득 머금고 웃고 있었던 은빛 눈동자를 떠올린 것도 한참 뒤의 일이었다.
“하……”
눈가를 덮어가린 디오의 입술에서 탄식 같은 한숨이 터졌다. 길죽한 귀가 괜히 뜨겁고 간지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