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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지크)착각 좀 할 수 있지
Caption 학원물입니다. 디오와 지크하트는 오늘도 벌청소행이었다. 체육 시간에 시끄럽게 싸웠다는 이유로. 디오가 놓친 공이 지크하트의 머리에 맞은 것도 우연이었고, 지크하트가 놓친 방망이가 디오의 정강이에 맞은 것도 우연이었지만 둘은 슬슬 운명의 장난 같은 타이밍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입을 꾹 다물고 비질에 걸레질까지 하고 있으려니 상대를 향한 오만가지 욕은 사라지고 하교길에 있는 엽떡 한 접시가 계속 아른거렸다. 갑작스러운 소나기만 아니었어도 둘은 진작 가방을 싸들고 밖으로 뛰쳐나갔을 터였다. “뜨건물은 왜 안 나오고 난리야… 손 시려죽겠네.” “한겨울도 아닌데 이 정도는 참아라.” “아 몰라. 시려운 건 시려운 거야. 잘 참으면 니가 빨아줬어야지.” 빨갛게 얼은 손을 주물거리며 지크하트가 투덜거렸다. 이것저것 운동을 가리지 않는 성격치고는 꽤 곱고 길다란 손가락을 흘긋 훔쳐보던 디오가 곧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창 체력이 넘칠 나이라 비 좀 맞는 게 대수랴 싶겠다가도, 벌청소도 억울한 마당에 금방 그칠 것 같은 비를 꾸역꾸역 맞고 싶지는 않았다. 문득 레이가 주었던 핸드 크림이 생각났다. 요즘은 남자 아이들도 필수로 들고 다녀야 한다며 선심 쓰듯 주머니에 넣어주었던 물건이었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디오가 손가락 두 마디만한 튜브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구멍을 막아두었던 비닐을 열자 금세 향긋한 향이 흘러나왔다. “뭐야?” “핸드 크림.” “헤에. 도련님은 다르구만.” 뭔가 시비라도 거는 건가 했지만 그런 기색은 아니었다. 도리어 코를 킁킁대더니 향 좋은 걸 쓴다며 어느 브랜드냐고 이것저것 물어왔다. 레이가 주었다는 설명이 입 언저리까지 나왔다가 도로 쏙 들어갔다. 아직도 발그스름한 손등이 눈앞으로 내밀어졌다. “나도 좀 쓰자.” 디오는 눈을 깜빡거리다, 이내 시선을 그의 손으로 떨어트렸다. 얇은 살갗에 도드라진 뼈대가 곧고, 파르스름하니 도톰한 핏줄이 유연한 선을 그으며 뻗어 있었다. 잠시 망설이는 듯하던 디오가 그 위에 크림을 조금 짜냈다. 옅은 꽃내음이 하얗고 동그란 방울을 중심으로 부드럽게 퍼져나갔다. “오, 땡큐……” 손을 거두려던 지크하트가 말을 멈추며 빳빳이 굳었다. 디오가 그가 내민 손을 감싸쥐듯 잡고 크림을 둥글게 문지르며 펴발랐다. 유분을 머금은 크림이 아직 한기가 남아 있는 손을 감싸듯 퍼져나갔다. 지크하트의 커다랗게 뜨인 은빛 눈동자가 디오를 향했다. 지크하트의 반응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아예 두 손으로 그의 차가운 손가락을 주물러주는 디오는 제법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 살짝 접힌 마디 안까지 구석구석 닿는 곳마다 디오의 체온이 같이 남았다. “됐다. 이제 저쪽…” 디오가 손을 놓아주며 고개를 든 때였다. 새빨갛게 익어 있는 지크하트의 뺨이, 말을 잊고 살짝 벌어진 입술이 시야에 들어왔다. 제법 긴 정적이 흘렀다. 자신이 무슨 착각을 했는지 깨닫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스치듯이 닿아 있는 손 끝의 감각이, 한기가 사라진 미지근한 체온이 와닿는 순간 디오는 귀가 터질 듯이 화끈거리는 걸 느꼈다. 변명을 하기엔 너무 늦어 있었다. 비가 멈춘 구름 사이로 해가 놀리듯이 삐져나왔다. 아직도 말을 찾지 못한 두 사람의 손에 하얀 선이 길게 이어졌다. 이제 슬슬 나가야겠다. 정리하자. 가는 길에 떡볶이 먹자.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도는 말이 왜 소리로는 안 나오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지크하트는 고개를 돌렸다. 슬쩍 거둔 손의 공백에 반대쪽 손이 소리없이 끼어들었다. 조용히 그를 감싼 손 안이 제 귀만큼이나 따끈따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