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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잘라주는 이야기입니다. 짧습니다.
지크하트도 손톱... 자라지 않을까요... 머리카락도 자랄 거 같은데... 사실 제가 손톱 잘라야해서 썼습니다
“이것도 귀찮아 죽겠네~”
디오가 고개를 들었다. 지크하트가 책상에 반쯤 엎어져서는 성의 없이 가위질을 하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잘려나간 손톱이 톡 톡 튕겨나가며 책상에 듬성듬성 흩어졌다. 저런 자세로 하면 안 위험한가. 입 밖으로 내는 대신 디오는 지크하트의 맞은편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데구르르 굴러간 눈이 상대를 확인하고 일순 깃들었던 긴장을 풀었다.
“왜. 잘라주게?”
대꾸하기도 전에 뭔가가 슥 내밀어졌다. 미용 가위였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손까지 쭉 펴서 내민 지크하트가 턱이 빠져라 하품을 하곤 책상에 턱을 걸쳤다. 죽여버리겠다고 서로 날뛰던 건 기억이나 하는지, 경계심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태도에 기가 찬 숨을 내뱉으면서도 디오는 순순히 가위를 집었다.
“네 머릿속엔 남 시킬 생각밖에 없는 건가?”
“남 죽일 생각밖에 없는 것보단 훨씬 낫지.”
“그걸 아는 놈이 순순히 무기를 주나.”
“니 눈엔 그게 무기로 보이냐? 이래서 마족놈들은.”
시덥잖은 잡담을 주고받으며 디오는 제게 내밀어진 손에 시선을 고정했다. 늘상 검을 쥐고 있는 손톱은 짧고 둥글며, 훈련으로 다져진 마디는 굵게 두드러지고 굳은살이 박여 고른 곳이 없었다. 그럼에도 제법 예쁜 손가락이었다. 우아하게 찻잔을 들어올리는 예절도, 파트너를 에스코트하는 방법도 익혔던 손짓에 종종 배어나오던 우아함과 깍듯함을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그런 주제에 평소엔 털털하다못해 거칠고, 멱살을 쥐고 흔들거나 양아치 뺨치는 주먹질도 스스럼이 없기도 하다. 혈색 좋고 단단한 분홍빛 손톱 아래 이어지는 하얗고 조그만 여백을 주의 깊게 잘라내며, 디오는 슬쩍 둥글게 말린 그의 손바닥을 쓸듯이 매만졌다. 그가 태연하게 내어준 온기에 새삼 귀가 따끈해지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말 안 한 게 있다만.”
“뭐.”
“난 내 손톱도 잘라본 적 없다.”
“그러셔? 집사에 시종까지 둔 도련님이다 이거지? 거 참 부럽…”
지크하트가 입을 꾹 닫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태연하게 마지막 손톱까지 다듬은 디오가 가위를 내려놓았다. 짐짓 뻔뻔하게까지 보이는 얼굴을 어처구니 없다는 듯 들여다보던 지크하트가 제 손을 살폈다.
“그런 건 진작 말해야 하는 거 아니냐? 나 지금 손가락 잘릴 뻔한 거 같은데?”
“안 물어본 네 잘못이다.”
“말이나 못하면…”
그래도 손톱은, 처음치고는 되레 모나거나 남은 곳 없이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예쁘게 잘했다는 솔직한 칭찬이 고스란히 튀어나올 만큼. 부러 입술을 삐죽대던 지크하트가 디오가 내미는 가위를 건네받았다. 기분 탓인지 내내 잡혀 있던 손이 뜨끈뜨끈했다.
“…흥. 나쁘지는 않았으니 다음에도 써먹어주지.”
“그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인가?”
“마족 도련님이 못해봤을 경험 시켜주는데 네가 감사해야 하는 거 아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시콜콜한 대화가 재차 이어진다. 길어진 손톱을 다시 자를 때가 되어도 그럴 터였다. 지크하트가 손톱을 모아 버리고서도 둘은 꽤 오랜 시간을 대수롭지 않은 말들로 잘라내고 다듬었다. 서로에게 전해진 온기가 가라앉아 단단해질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