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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화: 디오지크)애착
Caption 멸자님의 낙원의 사람을 읽고 감명을 받아 쓰고 있습니다. 제 글은 어디까지나 팬창작이므로 멸자님의 방향성이나 묘사와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저는 3차입니다). 늘 멋진 글 감사합니다 완결 이후의 상황을... 날조해보았습니다.... 낙원의 사람 바로가기 I~IV V~VII VIII~XI XII~XV 지크하트는 불현듯 눈을 떴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면 방은 아직 어두컴컴하고, 협탁에 놓인 시계 바늘은 희미한 윤곽으로 2와 3 언저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디오가 일어나기에도 한참 이른 시각이었다. 지크하트는 옆으로 돌아누우며 베개를 꽉 끌어안았다. 새 방이라 적응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몸 붙이고 눈 붙일 곳이라면 가릴 처지가 없었던 세월은 쉽게 잊히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지크하트는 이 안전하고도 안락한 방 안에서 잃어버린 숙면을 한참 찾고 있었다. 영 못 자겠다 싶으면 디오에게 수면제를 부탁해볼까. 아니면 거실의 TV를 틀어도 되겠지. 사고를 거듭하며 일어난 지크하트가 베개를 안아들고 방을 나섰다. 안방에서 계단쪽으로 가는 길목에 멈춰서 툭툭툭, 성의없이 문을 두드리자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에르크나드. 무슨 일이지?” 문이 열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이 얼굴을 드러냈다. 조금 창백하고 탁해진 얼굴빛과 두 미간에서 길게 자라난 뿔은 진작 익숙해져 귀엽게 보일 정도였다. 지크하트는 계획을 바꾸었다. “졸려.” “……허어.” 어처구니없다는 듯 디오가 숨을 터트리는 동안, 지크하트는 어느새 디오의 침대를 차지하고 벌러덩 누웠다. 안고 온 베개와 함께. 그제야 그가 데려온 손님을 발견한 디오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잘 생각인가.” “없으면 허전해.” “…….” 디오의 눈이 느지막히 흔들렸다. 그러건 말건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리고 고개를 빠끔 내민 지크하트는 제법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트라우마인가? 아니면,” “아니. 그냥 같이 자는 게 좋아. 형이랑 있을 때도 다 같이 잤으니까.” 담담한 대꾸에 말을 잃은 건 디오였다. 그대로 잠들어버릴 것처럼, 커다랗게 하품을 한 지크하트가 디오를 끌어당겼다. 말릴 새도 없이 옆에 눕혀진 채로, 품에 파고드는 지크하트에게 얼결에 팔도 둘러주었다. 만족한 듯 품에 파고든 그에게서 금세 고르고 잔잔한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래도 나… 이런 거 진짜 잘 안 한다…” 이불을 꾹꾹 눌러 덮어주던 디오가 손을 멈췄다. 상황이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었으니까. 다가가고 싶어도 그리하지 못했던 처지야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크하트의 본의는 그게 끝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너니까… 같이 자면… 좋을 것 같아서…” “…….” “네가 옆에 없으니까… 잠이 안 와서………” 이어지는 목소리가 점차 작아진다. 끌어안고 있던 베개 대신 디오의 팔을 꾹 쥔 지크하트는 어린 강아지처럼 이마를 꾹 맞대고 잠들어 있었다. “……하.” 실없는 숨을 흘린 디오가 고개를 느리게 흔들었다. 그나마 상처가 아프거나 악몽을 꾸고 찾아온 게 아니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완전히 곯아떨어졌는지, 디오가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도 눈 한 번 뜨지 않는 지크하트는, 진통제를 맞고 쉬던 그날처럼 미간에 힘도 주지 않고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침실을 합치는 것도 고려해봐야겠군…” 한숨을 섞어 중얼거며 디오가 눈을 감았다. 여전히 팔 하나는 지크하트에게 양보해둔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