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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자 내의 단문입니다.
디오랑 지크하트가 키스합니다. 왐마야
쪽
이마에 가벼운 소리와 함께 닿는 감촉이 제법 익숙했다. 펜을 멈춘 디오가 고개만 젖혀 위를 올려다보았다. 온건파 수장의 집무실에 멋대로 쳐들어와, 그것도 그가 앉은 의자에 붙어선 스킨십을 시도할 대담한 자는 과거에도 지금도 단 한 명뿐이었다. 웃음기도 없이 그를 내려다보는 은빛의 눈동자가 맑고 담담하게 깜빡거렸다. 그와 다를 바 없는, 그저 담백하고 고요한 눈으로 지크하트를 응시하며 디오가 입을 열었다.
“왜 한 번 뿐이지.”
“말하는 것 봐라. 애인이 애교를 부리면 고맙습니다 하고 황송해해야 하는 거 아냐?”
“너는 숨 쉬는 것에도 황송해하나?”
“말을 말자, 그냥.”
뾰족한 어투치고는 오늘의 지크하트는 꽤 상냥했다. 이마에 재차 입맞춰줄 만큼. 용건을 끝내고 태연하게 의자 뒤에서 걸어나오는 지크하트의 손목을 디오가 붙들었다. 진작에 내려놓은 펜이 가볍게 흔들거리며 종이 위에 검은 방울을 떨어트렸다.
“입술에.”
“맡겨놨냐.”
“말이 이상하군.”
억센 팔이 기어이 그를 끌어당겨 제 무릎에 앉혔다. 동그랗게 맺힌 방울이 종이에 스며들며 주변을 온통 제 색으로 물들였다. 인간의 것보다 훨씬 길고 날카로운 마수의 손톱이 지크하트의 입술에 닿았다. 바늘처럼 첨예한 끝이 무른 살갗을 그었으나 섬세한 힘 조절은 조금의 상처도 용납치 않았다.
“이건 내 것이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허. 애송이가 못하는 말이 없어.”
지크하트가 처음으로 웃었다. 그의 양 뺨을 감싸듯 자란 뿔을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감싸쥐었다. 무례하고 거친 듯한 손동작에도 순순히 끌려가주는 건, 그 간단한 손짓에 담긴 애정을 알고 있는 까닭이다. 지크하트가 고개를 숙여왔다. 옅은 미소를 머금은 입술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그럼 너도 내 거 내놔.”
대답은 필요없었다. 마수의 손이 지크하트의 뒤통수를 감싸안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