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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자님의 포스타입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어 작성하였습니다.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을 뜨면 어둑한 시야에 슬슬 익숙해져가는 가구의 형태가 하나둘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잠이 다 깨기도 전에 지크하트는 대차게 미간부터 구겼다. 그러게 기절할 만큼 하는 건 싫다고, 적당히 좀 하고 떨어지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육백 년 하고도 수십은 먹은 지크하트를 한참 어린놈 취급하면서도, 말귀는 들어먹지도 않고 제 혈기대로 저지르고 보는 습관은 영영 고쳐지지 않을 모양이었다. 어깨에 깊게 남은 잇자국을 더듬어보며 오만상을 쓰고 있던 지크하트가 몸을 일으켰다. 흔적이야 다음날 잠들 무렵이면 전부 지워져버리는 것이다만, 그것을 덕지덕지 남기고 새길 적의 디오 얼굴을 지크하트는 좋아하지 않았다. 설령 하이랜더가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에, 어찌도 그리 절박하고 진지하게 매달리며 살갗을 씹고 입을 맞춰대는지. 잠결에 가라앉았던 속이 다시 일렁이는 기분이라, 지크하트는 잠시 이마를 짚고 멈춰 있었다.
“……? 깼냐.”
결정 같은 길고 울퉁불퉁한 손톱이 달린 손이 그를 붙들고 있었다. 상체도 일으키다 만 듯한 몰골로 잠시 멈춰 있던 디오가 잠을 털어내려는 듯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어깨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던 자줏빛의 머리칼이 어둠 속에서도 선연히 빛나며 출렁거렸다.
“어딜 가려는 거지.”
“내 갈 길.”
“아직 밤이지 않나.”
“그럼 이제 잠 다 깼는데 하룻밤 재워줍쇼 하고 도로 누울까?”
디오는 말 대신 그의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 보나마나 왜 안 되느냐는 눈빛으로 저를 보며 도로 누울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지. 지크하트는 뿌리치려 했다. 먼저 돌아간 시야에 들어온 자줏빛 머리카락이 꿈결처럼 흔들거렸다. 지난밤 줄곧 그의 이름을 속삭였던 목소리가 환청처럼 되살아났다.
‘하이랜더.’
‘곁에 있어라.’
“……하…”
지크하트가 탄식 같은 숨을 내뱉으며 디오를 마주보았다. 그는 그저 입을 꾹 닫은 채, 지크하트를 잡은 팔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먼저 손을 든 건 지크하트였다.
“잘 거니까 건들지 마.”
“……그래.”
“아침 되면 바로 떠날 거야.”
“…….”
디오는 대답이 없었다. 지크하트는 그 암묵적인 거절을 무시하기로 했다. 슬그머니 제 등에 밀착해, 그를 끌어안는 두 팔도. 이 어두운 공간에서 익숙해져가는 것 중 하나였다.
‘……나도 모르겠다. 이젠.’
내리감긴 눈커풀 너머로 절박한 눈빛이 어른거렸다. 결국 내일도 오후 늦게까지 붙잡혀 있게 될 것 같다는 귀찮은 확신이 수마와 함께 따라붙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