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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마감을 위해 연재를 강행합니다.
페이트 기반 지크프리트(단테님 자캐) x 파에톤(눙님 자캐)의 2차 창작입니다.
창공의 폴라리스와 이어지는 스토리로, 창공의 폴라리스를 읽고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역천逆天의 폴라리스
지크프리트 x 파에톤?
소년은 홀로 태양신의 신전을 올랐고, 사계절의 여신들을 지나 마침내 아버지를 만났다. 태양신은 그를 기꺼이 아끼고 환대하며 나의 가장 밝은 빛이 와주었다고 극찬하였다.
"너는 나의 가장 훌륭한 아들이요 내가 아끼는 광채이다. 누구든 너의 존재를 의심하는 자는 내 태양빛에 눈이 멀게 되리라."
"그렇다면, 아버지시여, 만물을 비추는 태양 마차의 주인이시여. 제가 당신의 아들이라면 당신에게만 허락된 태양 마차를 몰 수도 있겠습니까?"
"너는 신의 신전에 인간의 육신으로 발을 디뎠으니, 그 용기는 열 두 가지의 시련을 마친 위대한 영웅과도 감히 견줄 수 있으라. 나의 권능은 곧 너의 권능이니 기꺼이 마차를 끌 수 있을 것이다."
파에톤은 그의 말에 매우 기뻐하였다. 태양신은 파에톤이 태어나던 날 하늘에서 쪼개져 떨어진 천마 아스프로스와 마브로스를 마차에 매달고, 파에톤에게 마차의 고삐를 쥐어주는 한편 아들이 그를 놓치지 않도록 단단히 손목에 매어주었다.
"...믿기 어려운 말이군."
지크프리트는 말을 신중하게 고르며 오리온을 주시했다.
"난 마차의 조각을 직접 봤다. 천 조각도 아닌 잔해를 아무리 잘 이어붙여도, 그게 마차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리 없어. 차라리 이 말들을 타고 간다면 모르겠지만 말이야."
"당연하지! 아무리 잘 만들어도 가장 중요한 것이 없으니까."
오리온은 사납게 웃었다. 지크프리트는 슬슬 이 대화에 질려갔다. 그는 대부분 상대(특히 하겐)의 불만과 짜증을 잘라내거나 적당히 받아주는 타입이었다. 비록 에스니는 난해한 비유와 반복되는 질답을 구사하긴 했으나 지크프리트의 현명함을 기대하고 묻지는 않았다. 지혜와 언변의 시험 대신 무예의 확인이 더 빠르겠다 판단한 지크프리트는 슬슬 떠날 생각으로 아스프로스의 고삐를 살짝 움켜쥐었다.
"마차의 가장 중요한 것이라. 그런 것까지 내가 알아야 할까?"
"알아야 할 걸. 이 땅에 밤이 오지 않는 원인이니까 말이다."
지크프리트는 눈을 크게 떴다. 밤이 오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면 지크프리트가 처음 눈을 떴을 때, 파에톤은 라돈과 싸운 일을 '어제'의 일이라고 얘기했다. 그럼 하루가 지난지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인가? 지금은 몇 시지? 그러나 하늘은 지크프리트가 처음 이 땅에 왔을 때와 변함없었다. 여전히 푸르르고, 구름 한 점 없고, 하늘 중앙에 걸린 태양이 조금 뜨겁고 강렬한 빛을 내리쬐고 있는 경치.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본 지크프리트가 눈을 찡그렸다. 지나치게 밝은 빛이었다.
"......저게..."
그리고 깨달았다. 이곳의 태양은 지나치게 컸다. 지크프리트는 한참 가늘게 실눈을 뜨고 본 후에야 하늘에 떠 있는 게 태양만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저게 대체... 뭐지...?"
얼핏 보기엔 태양이 두 개로 쪼개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하나의 원은 형태가 완전치 못하고 어설프게 걸려 있는 것처럼 기울어 있었다. 지크프리트가 오리온을 돌아보았다. 반응을 예상했다는 것처럼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미소가 없어진 그는 귀찮은 골칫거리를 떠안은 것처럼 눈썹을 찡그리고 있었다.
"태양마차의 차륜이다."
마차의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했던가. 지크프리트는 비로소 '태양 마차'가 무엇인지 이해했다. 파에톤이 왜 부서진 마차 조각을 줍고 있었는지도 깨달았다. 평범한 마차가 태양 그 자체를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저것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차륜을 도로 가져올 수단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마차를 만들어서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 차륜을 연결해 돌아온다.
이보다 우스꽝스럽고 기이한 방법이 또 있을까.
그러나 그걸 알면서도 도전할 수밖에 없다면, 이 계획의 허무맹랑함과 비현실성을 알면서도 매달릴 수밖에 없다면, 그 마음은 얼마나 비참하고 처절할 것인가.
"그러니 낯선 이방인이여, 우리가 바라는 건 단 하나뿐이다."
지크프리트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뛰어난 용사는 아니야. 그가 지금까지 우리를 피해다닐 수 있었던 건 그를 돕는 천마들 때문이다."
아스프로스가 위협하듯 땅을 걷어차자 부스러진 잿가루와 모래가 파도 거품처럼 솟구쳤다. 오리온은 눈 하나 깜짝 않고 오히려 비웃듯이 말을 이었다.
"내 화살도 가볍게 피하는 실력이라면 그의 목을 베어내는 것쯤이야 거뜬하겠ㅡ 뭐하는 거냐!!"
지크프리트는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훌쩍 뛰어오른 천마의 등에서 지크프리트가 찍어누르듯이 오리온을 향해 검날을 세웠다. 볼썽사납게 땅을 구르며 피해낸 오리온이 그를 노려보았다.
"도저히 못 들어주겠군."
"무슨 말을 하는 거냐?!"
"피차 서로의 말도 의도도 이해 못하는데 언어를 통일해야 할까?"
무심히 말한 지크프리트가 검을 두어 번 휘둘렀다. 그의 판단대로 그 검은 전투에는 영 적합치 않았으나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화를 내려던 오리온이 저도 모르게 말을 삼켰다. 무심한 듯 순진한 듯 사냥꾼에게 어울려주던 사내는 이제 없었다. 칼날 같은 살의로 벼린 황금의 눈동자는 흡사 맹수를 닮아 있었다.
"토니를 죽일 작정이었다면,"
용을 죽인 사내의 검이 위협적으로 번뜩였다. 오리온이 긴장하며 활을 꺼내들었다. 지크프리트의 낮은 목소리가 섬뜩하게 울렸다.
"네놈도 죽을 각오를 했단 거겠지?"
오리온이 활을 당겼다.
히이이잉!!
아스프로스가 펄쩍 뛰어올랐다. 지크프리트는 놀라지도 않고 그의 고삐를 당기며 박차를 가했다. 오리온은 결코 작지 않은 거구의 몸집으로도 잽싸게 뒤로 빠지며 그를 향해 수십 발의 화살을 날렸다. 아스프로스가 야수처럼 포효하며 그와의 거리를 좁히려 마구 달렸다. 지천에 널린 건물의 잔해만 아니었다면 성난 천마의 발굽이 사냥꾼의 갈비뼈를 간단히 짓밟아버렸을 터였다.
"그만둬!!"
파에톤의 외침이 둘의 접전에 끼어들었다. 지크프리트는 오지 말라고 소리치려 했다. 그러나 마브로스를 타고 나타난 파에톤이 오리온이 아닌 그를 막아서자,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치켜떴다.
"물이나 마시고 오랬지 누가 싸움을 하랬어?! 어서 검을 거둬!"
"그는 너를 해칠 작정이다. 그걸 그냥 두고 보란 말인가?"
"그래! 나를 진짜 도울 거라면 이쯤에서 물러서. 안 그러면 내가 먼저 당신을 베어버릴 거니까!"
지크프리트가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용납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는 그렇게 쉽게 살의를 드러냈으면서, 왜 그에게 해가 될 자는 베면 안 된단 말인가. 항변하려던 지크프리트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흩날리는 금빛 머리칼 너머에서 오리온이 파에톤에게 화살을 겨누고 있었다.
"토니!"
뒤늦게 상황을 알아챈 파에톤이 몸을 틀었다. 사냥꾼이 쏜 화살이 그의 소매를 찢고 얕은 피를 흩뿌렸다. 파에톤이 통증에 미간을 일그러뜨렸지만, 그는 반격하지 않았다. 오리온에게 화를 내지도 않았다. 능숙하게 말머리를 돌린 파에톤이 날 듯이 지크프리트의 곁으로 뛰어왔다. 아스프로스의 고삐를 낚아챈 그의 팔에서 넝마가 된 천조각이 바람에 흘러 떨어져내렸다.
"두고 보자, '놓지 못한 자'!! 이방인과 함께 두들겨 다져주마!"
분노에 찬 외침을 뒤로하고 파에톤은 두 마리의 말을 능숙하게 몰아 빠져나왔다. 지크프리트만이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아스프로스에게 매달려 그를 보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 온 이래 불길에 녹아내린 살갗과 화상으로 일그러진 흉터를 수없이 보아왔다. 그럼에도 차마 예상하지 못했다. 파에톤만은 다치지 않기를 바랐던, 그의 가망 없는 바람이었다.
질긴 가죽끈이 저주처럼 들러붙어 휘감긴 왼팔의 살갗이, 끔찍하게 녹아 엉겨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