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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화: 디오지크)속는 아픔
Caption 1. 해당 글은 필멸자님의 낙원의 사람을 읽고 작성한 팬연성입니다. 2. 팬창작인 만큼 낙원의 사람의 소설 흐름과 무관합니다. 3. 허락해주신 필멸자님 감사합니다! —괜찮아. 잠시만 기다려. —절대로 문 열지 마. —착하지. 금방 끝나. 우리는 숨바꼭질을 하는 거야. 눈 감고 숫자를 세면… 급박한 가운데서도 저를 안심시킨 그들이 떠나가면, 어린 마음에 틀어막은 것은 귀가 아니라 눈이었다. 타조가 머리를 모래에 박고 숨은 것처럼, 어두운 것들이 안 보이면 저 너머의 무서운 풍경도 가시겠지 싶었다. 사람의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괴성, 비명, 뭔가 부서지고 무너지는 소리. 울음. 그래서는 안 되는 것들이 찢겨지고 흩어지는 파열음. 오열. 코를 찌르는 역한 쇠내음과 탄내. 형. 이상해. 눈을 막아도 코가 매워. 밖이 시끄러워. 무서워. 그래도 얌전히 있으면 데리러 와주는 거지, 형들. 엄마도 아빠도, 나랑 한 약속은 매번 지켜줬으니까…… 머리가 무겁게 휘청였다. 그 무게를 단단히 받치는 손이 느껴지자, 지크하트는 그제야 어린 시절에서 현재로 돌아왔다. 코를 찌르는 탄내도, 저 너머의 비명과 괴이한 울음도 그렇게 가시면 좋았으련만. 얼굴을 가린 손에 힘을 주자 애꿎은 손목만 덜덜 떨려왔다. 기어이 쫓아온 낙원이 여기까지 만개하였구나. 내가 그리 만들었구나. 저를 안고 걷는 두 팔이, 여전히 침묵하는 누군가를 떠올리자 지크하트는 악이라도 쓰고 싶을 만큼 서러워졌다. 밖으로 터져나가지 못한 슬픔이 제 심장을 쥐어뜯고 두들겨대었다. 입을 벌려보아도 나오는 건 목이 졸린 신음뿐이었다. 왜 속였냐든가, 어디까지 거짓이었냐든가. 원망과 미움이 뒤섞인 외침이 그 좁은 목구멍을 넘지 못해 안으로 고여 썩어갔다. 역시 곁을 주지 않고 마지막까지 의심했어야 했나. 태양을 보고 싶었단 말에 저를 가두었던 다정한 어둠을 떠올리지 말았어야 했나. 벽장 문을 열고 뛰쳐나갔어야 했나. 이리도 길고 아픈 삶을 사느니 그립고 다정한 형제들과 함께 갔어야 했나. 그레이엄을 내 손으로 죽이지 말았어야 했나. 수면제와 억눌린 감정들로 비명을 지르는 뇌가 뒤죽박죽된 후회들을 토해놓았다. 돌아보면 전부 제 탓이었다. 지금 그를 밀쳐내지 못하는 것도. 너를 잃기 싫다는, 또 무언가를 잃기 싫다는 어린애같은 한 줌의 욕심으로 남기를 결정한 것도. 이리도 인과가 확연한 아픔을 너는 남한테 건넬 수 있어? 차라리 죽이느니만도 못한, 그리도 잔인한 짓을. 소란한 청각에 나무 문의 경칩이 끼긱대는 소리만이 선연하다. 서럽도록 아늑하고 안전한 곳에 지크하트를 내려놓은 디오의 손이 멀어져갔다. 그를 잡으려는 듯 팔이 움찔거린 것도 잠시, 힘을 잃은 손이 얼굴에서 미끄러지며 가슴팍에 시신처럼 걸렸다. 뒤늦게 머릿속에 바늘처럼 차가운 현실이 꽂혔다. 이 벽장에 들어오는 순간까지도, 저를 속였던 다정한 얼굴들이 그의 그림자 위에 덧씌워진다. “그러면 너는…….” 겨우 들어올린 눈꺼풀이 무겁다. 저를 내려다보는 인영이 마치 어린 시절의 형들을 보는 것 같다. “전부 거짓말이었겠네….” 결국 그들이 자신을 데리러 오지 않았던 것처럼. 이곳은 안전하니 나오지 말라 하였던 것처럼. 그리 달콤한 말로 속이고 내게서 멀어지는 길을 밟아가는구나. 젖은 속눈썹이 지친 듯 내리감겼다. 늘 진실만을 말하는 것은 무정한 암흑뿐이었다. “…… ……다.” 바늘 자국이 따끔거린다. 잠은 늘 무섭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