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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토니)역천逆天의 안타레스 .02
Caption 원고 마감을 위해 연재를 강행합니다. 페이트 기반 지크프리트(단테님 자캐) x 파에톤(눙님 자캐)의 2차 창작입니다. 창공의 폴라리스와 이어지는 스토리로, 창공의 폴라리스를 읽고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늘에서 가장 높이 빛나는 태양과 바다의 님프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다. 그를 자기 자신보다 더 아끼고 사랑한 태양신은, 아이에게 빛나는 자라는 뜻의 파에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태양신은 누구보다 예리하고 명정한 눈으로 아이의 미래를 꿰뚫어보았고, 그가 언젠가 어떤 신보다 밝게 하늘을 빛내리라 찬미했다. 그러나 파에톤은 신의 육신을 갖지 못하였기에, 아버지인 태양신의 광휘를 견딜 수는 없었다. 태양신은 결국 파에톤을 님프 클리메네의 곁에 두고, 언젠가 그가 아버지를 그리워하거든 자신에게 보내라 일렀다. 챙!! 두 번째 화살이 날아왔다. 지크프리트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화살에 잘려 덧없이 흩날렸다. 지크프리트는 상대가 공격을 퍼붓기 전에 급하게 외쳤다. "기다려! 토니... 윽!" 금발의 사냥꾼은 이제 대꾸할 의향조차 없는 듯했다. 몸을 날려 화살을 피한 지크프리트는 설득 방법을 바꾸었다. "파에톤!!" 다음 화살을 시위에 걸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그제야 몸을 일으킨 지크프리트가 숨을 돌리며 파에톤을 마주보았다. 그러나 그순간, 지크프리트는 자신이 최악의 수를 두었다는 걸 깨달았다. 놀람으로 동그래졌던 눈에 아까와 비교할 수 없는 살의와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감히..." 파에톤이 화살을 하나 더 시위에 걸었다. 태양빛과 같은 새하얀 신비가 날카로운 화살촉을 뜨겁게 달구었다. 지크프리트의 심장이 요란하게 뛰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은 파프닐과 싸운 이래로 처음이었다. "그 이름으로 날 부르다니!!" "큭......!" 화살 하나는 피했지만 하나는 피할 수 없었다. 검으로 아슬아슬하게 촉을 튕겨낸 지크프리트가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지듯 데굴데굴 굴렀다. 옷은 순식간에 흙투성이가 되고 베인 뺨에서는 쓰라린 통증이 밀려왔다. '이름에 반응한 걸 보면, 그가 확실한데...' 지크프리트는 긴장을 풀지 못하고서 숨을 몰아쉬었다. 파에톤을 자극할까봐 바로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한쪽 무릎을 땅에 댄 채로 그는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청년을 살폈다. 지크프리트는 파에톤이 활을 쏘는 것도 검을 휘두르는 것도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몸을 지킬 정도의 수준이었지, 지크프리트를 이렇게 몰아붙일 만큼 사납지도 거칠지도 않았다. '한 번 쓰러트려야 하나?' 그러나 지크프리트도 무예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기사였다. 무방비 상태에서 기습을 당해서 당황했을 뿐, 지금의 파에톤이라고 해도 그보다 강한 실력자는 못되었다. 그러나 지크프리트는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다. 자신이 손수 빗어 곱게 땋아주었던 금발이 손질되지 않은 채 흩날리는 모습도, 까맣게 그을리다 못해 재처럼 부서져내리는 끝도, 무엇보다 제 이름을 불린 사실에 분노하는 모습이 도리어 슬퍼보여 차마 제압할 수가 없었다. "기세가 좋으니 정체 정도는 물어봐주지." 파에톤이 검을 겨누었다. 그의 목소리조차 살기가 서려 차갑기 그지없었다. "왜 여기 온 거냐. 꼴을 보아하니 제우스께서 보낸 전령은 아닌 것 같은데." 지크프리트는 그 이름을 떠올렸다. 파에톤에 대한 것이라면 몇 번이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그였다. 그가 좋아하는 것부터 싫어하는 것, 파에톤이 아는 세계의 모든 이야기들을 지크프리트는 마치 자신이 겪은 것처럼 대답할 수 있었다. "그랬으면 어쩌려고 공격한 거지? 제우스의 분노가 두렵지 않은 건가?" 파에톤이 코웃음쳤다. 신랄한 비웃음이었다. "기껏해야 죽음밖에 더 주시겠어? 차라리 거미가 되어버리거나 바위를 밀어올리는 게 더 나을 지경인데." 그는 지크프리트가 아는 파에톤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고, 비관적이고, 자기파괴적이었다. 파에톤은 지크프리트의 세계로 넘어온 뒤에도 절대로 신을 모욕하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 그것이 설령 자신을 죽게 만든 신의 일이어도. 지크프리트는 어떻게 대답할지 신중하게 고민하며 아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순간 그의 발 아래에 뭔가 밟혔다. 파프닐의 황금처럼 찬란히 빛나는, 그러나 어딘지 볼썽사납게 깨져 있는 조각이었다. 그의 발치에서 들린 소리에 파에톤의 시선이 자연히 그것으로 향했다. 내내 날카로웠던 파에톤의 신경이 처음으로 흔들린 순간이었다. 쾅!! "윽!" 지크프리트와 파에톤은 동시에 뛰어올랐다. 땅을 뚫고 나온 거대한 생물의 입에 불꽃이 모여들었다. 반대편으로 구른 지크프리트가 황급히 고개를 쳐들었다. 뱀인지 무엇인지 모를 것의 대가리는 정확히 파에톤을 향하고 있었다. "토니!!" 파에톤은 곧장 활을 둘러매며 검을 뽑아들었다. 지크프리트와 달리 그는 생물의 공격이 굉장히 익숙한 것처럼 보였다. 사나운 불길이 그를 노리고 퍼부어졌다. 얼굴이 불꽃에 녹아내리기 전, 날쌔게 그를 피한 파에톤이 어딘가를 향해 소리쳤다. "마브로스!!" 그 부름에 응하듯 긴 포효와 함께 거세게 일어난 모래 폭풍이 괴수와 파에톤 사이에 뛰어들었다. 모래바람에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던 지크프리트가, 곧 나타난 것을 발견하고는 입을 벌렸다. 마치 황소처럼 거대한 칠흑의 말이 괴수의 목을 물어뜯을 듯이 성난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땅을 박차고 말 위에 오른 파에톤이 고삐도 없이 말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히힝! 하늘을 뒤덮을 듯 높게 뛰어오른 말이 괴수를 위협하듯이 발길질했다. 파에톤이 칼등으로 괴수의 긴 몸뚱이를 내려쳤다. 괴수가 기이한 비명을 내며 몸부림쳤다. 지크프리트는 파에톤이 내려친 부위가 새카맣게 그을려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파에톤이 탄 마브로스라는 말도 몸 여기저기와 갈기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끔찍하게 그을려 있었다. 가증스러운 것...! 이번에는 기필코 네놈의 사지 중 하나라도 뜯어놓고 말겠다! 거친 울림에 지크프리트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거대한 괴수의 꼬리가 마브로스 위의 파에톤을 노리고 위협적으로 움직였다. 파에톤이 눈을 찡그렸다. 피할 수 없음을 예견한 표정이었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다음 순간, 파에톤 대신 꼬리에 맞은 지크프리트가 인정사정 없이 내동댕이쳐졌다. "쿨럭-!" ".....!!" 파에톤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거대한 꼬리는 길이뿐만 아니라 굵기도 몇 백 년을 산 나무처럼 굵었다. 타격을 입고 엉망진창으로 굴러간 지크프리트가 붉은 선혈을 한 사발 쏟아냈다. 먹잇감을 놓친 괴수가 포효했다. 네놈! '놓지 못한 자'와 한편인 거냐! 방해하면 죽여버리겠다! "윽... 커흑..." 지크프리트가 눈을 찡그리며 올려다보았다. 제 아무리 불사에 가까운 몸을 갖고 있어도 중상을 입고 바로 움직이기는 무리였다. 뱀처럼 거대한 입이 지옥의 입구처럼 열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것이 지크프리트를 물기 직전, 화살이 그의 입 근처를, 그리고 거대한 눈알 옆을 스쳤다. "당신이 노리는 건 나잖아. 엉뚱한 데에 한눈 팔아서 힘을 쓰려는 건가?" '놓지 못한 자'! 네놈이 또...! "그 이상 공격한다면 나도 당신을 쏠 수밖에 없어. 황금 사과의 수호자여, 그에게 한 번만 동정을 베풀어줘." 괴수는 몸을 꿈틀거리며 파에톤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파에톤도 화살을 매긴 활시위를 거두지 않았다. 마브로스 역시 주인을 태우고서 거친 콧김을 내뿜으며 발을 구르고 있었다. 짧지 않은 대치 끝에 괴수가 먼저 몸을 돌렸다. 모래더미로 가라앉는 몸이 메마르고 거친 소리를 냈다. 네가 어찌 행동한다 한들 우리의 분노는 가시지 않는다. 영원히 도망치고 괴로워해라. "......" 내쫓겨진 자들의 울분을, 타들어간 자의 원한을... 영원히 네놈에게...... 땅의 울림이 아주 느리게, 천천히 멎었다. 지크프리트는 비틀거리며 일어나려다 다시 무릎을 꿇었다. 어딘가 찢겨진 것인지 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팔찌에 흐른 피를 닦으려 소매를 당긴 지크프리트가 멍하니 눈을 꿈뻑였다. 팔찌에 박혀 있던 황금빛 보석이 반으로 쪼개져 있었다. "......토니한테... 혼나겠는데......" 떨리는 손끝이 그의 눈색을 닮은 보석을 닦아냈다. 여전히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빛은 그가 사랑하는 자의 색이었다. 지크프리트가 겨우 고개를 들었다. 말에서 내린 파에톤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무사했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흐릿해진 시야로는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지크프리트는 안심하며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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