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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설영)수고했어요
Caption 자하와 설영이 동거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집은 자하 소유). 자하는 집은 부유하지만 본인이 가르치는 걸 좋아해서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설정, 설영은 공부를 좋아해서 대학원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설영이 자하를 선배라고 부릅니다. 설영이 떨떠름한 눈으로 자하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그에 반해 자하는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애마냥 두 손을 당연하다는 듯 내밀고 있었다. 입가에 가득 걸린 미소며 별처럼 반짝거리는 눈까지, 타고난 용모와 더해져 뒤에 후광이 비치는가 아닐 만큼 깜찍한 매력이 눈부실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연인은, 그런 얼굴을 좋아할 지언정 홀랑 넘어가주지 않아서. 보통 사람이라면 묻지도 않고 주머니를 털어줬을 손에 싸늘한 대답만 돌려줬다. “그래서, 왜요.” “……설영은 눈사람이야? 차갑기가 아주 얼음장 같네.” “그러니까, 왜요. 오늘이 선배 생일도 아니고, 기념일도 한참 멀었는데.” 자하가 푹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를 향해 내민 손은 거두지 않은 채였다. “꼭 뭔가 있어야만 줘야 해? 나 오늘 알바 열심히 하느라 늦게 들어왔잖아.” “아하… 선배가 가르치는 애, 곧 입시랬죠? 고생하네.” “아니, 그 애 말고 내가, 내가 고생했다니까?” 자하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설영은 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 눌러참았다. 하여간, 평소엔 뭘 하든 능숙하고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듯 처리하고선 생색도 안 내면서, 자하는 꼭 설영 앞에서만 미운 일곱 살처럼 굴었다. 이거 했으니 칭찬해줘. 이거 끝냈는데 너무 힘들었어. 위로해줘. 나 오늘 완전 피곤했는데 결국 일 다 끝냈어. 빨리 쓰다듬어줘… 그런 모습은 짜증나거나 귀찮다기보단 되레 귀엽고 자꾸 웃음이 나왔다. 꼬박꼬박 ‘자하 선배님’이라고 불릴 만큼 무심하고 고고하기로 유명한 그의 다른 일면이, 그것도 자신과 있을 때만 고스란히 드러나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알겠어요. 뭘 받고 싶은데요?”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설영은 바보야?” 자하가 툴툴거렸다. 설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린애도 선배보단 알기 쉬울 거예요. 덩치도 다 큰 어른이 왜 이런담.” “어른도 사랑 받고 선물 받고 싶다구. 아, 몰라몰라. 빨리 줘. 설영이 달래줄 때까지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일 거야.” 설영은 결국 못 참고 웃음을 터트렸다. 모르기가 더 어렵지. 정말로 어떤 것이든, 그것이 가벼운 칭찬 한 마디일지라도 자하는 넘치도록 만족하고 기뻐할 것이다. 사소한 것. 평범한 것. 몇 번이고 줄 수 있는 간단한 것이라도 설영의 마음이 담겨 있음을 모르지 않기에. 정말 못 말리겠어요, 선배는. 미소를 거두지 않고서, 설영이 그의 양손을 잡아 자신의 뺨에 하나씩 얹었다. 꽃받침 놀이를 하듯, 자하의 손에 제 얼굴을 얹어준 설영이 그를 올려다보며 재차 미소지었다. “자, 선물이에요. 선배는 이걸 제일 좋아하죠? 선배 애인 얼굴.” “얼굴만 줘?” “그러면 단단히 삐질 것 같으니까 오늘만 양보해줄게요. 특별히 해드리는 거예요.” 뻔뻔스러운 어투로 대답하는 설영은 어쩐지 자하와 조금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나를 좋아하면서 해주지 않을 거야? 라고 말하는 듯한. 연인이 아니면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을 개구쟁이 같은 표정. 두 손 가득 들어온 설영을 빤히 바라보던 자하가 이내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숙여 쪽 소리가 나도록 입맞췄다. “좋아. 합격. 이제 내 거니까 오늘밤엔 설영이랑 놀아야지.” “그건 안 돼요. 저 레포트 제출해야 한다고요. 음… 두 시간만 기다려줄래요? 금방 끝낼 테니까.” “난 벌써 스무 시간 참았어!” “자정부터 계산하지 마세요. 억지라구요.” 투닥투닥, 유치한 말대꾸가 이어지는 동안 어느새 자하는 설영의 뒤에 딱 붙어 그를 끌어안고 있었다. 설영도 자연스럽게 몸을 기대며 안긴지 오래였다. 한참을 이어질 것 같던 대화는 어느 새 행복한 웃음 소리로 바뀌고, 미소를 머금은 입술이 맞닿으며 문장 대신 숨을 얽는다. 언제나처럼 평온한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