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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긴 플롯이 된 이유로 문장은 가볍게, 전개에 중점을 둡니다.
사무라이 렘넌트 스토리 기반이지만, 완전히 다른 별개의 if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건 아래를 참조해주세요.
또한, 사무라이 렘넌트의 전체 스토리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스포일러를 좋아하지 않거나 해당 내용을 보지 않으신 분의 열람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정궁 메인입니다.
설정
1. 아처조가 탈락하지 않음, 떠돌이 버서커를 아처조가 처치
2. 어쌔신은 탈락, 도로테아와 세이버조가 힘을 합쳐 츠치미카도를 처치하고 영맥에 간섭하던 주박을 제거
2-1. 아처조는 라이더조를 상대, 우시고젠에게 일격을 먹이는 데에 성공함
2-2. 이후 우시고젠이 모아두었던 보구를 발동하려는 순간 랜서조의 난입으로 라이더조 탈락(우시고젠 사망), 유이는 도로테아에게 인계됨
3. 랜서조와 세이버조 격돌, 이오리가 치에몬을 먼저 처치하면서 잔다르크가 소멸(랜서조 탈락)
4. 캐스터인 히에다노 아레는 츠치미카도가 죽은 후 행방불명(소멸확인 불가능), 무사시는 이오리와 전투 후 만족스럽게 소멸(버서커조 탈락)
5. 최소 다섯 기의 서번트가 탈락한 가운데, 아처조와 세이버조는 영월을 사이에 두고 마지막 싸움을 결의
+1장. 또 다른 ‘정성공’이 등장, 영월을 탈취하여 도주
+2장. 또 다른 정성공이 서번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착수.
+3장. 또 다른 ‘정성공’이 몸에 아처의 영핵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다.
+4장. 캐스터와 도로테아가 접선하다. 또 다른 ‘정성공’이 서번트가 아닌, 다른 시간선을 넘어서 등장한 아처의 마스터=인간임이 밝혀지다.
+5장. 또다른 ‘정성공’에게 아처가 납치당하다.
+6장. 또다른 ‘정성공’의 과거가 밝혀지다. ‘정성공’, 아처와 정성공을 잇는 모든 인연을 무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하다.
잃어버린 꿈을 꾼다.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전부 베었다. 명의 군사도, 그를 따랐던 심복도, 그 무엇도. 오로지 너에게로 가는 길이 왜 그리도 멀었는지. 피를 뚝뚝 흘리며 비틀거리며 나아가자,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있는 네 모습이 보였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그저 떨리는 손으로 그를 안아들었다.
‘아처…… 주유, 나다… 너의 명엄이 왔다.’
‘…….’
‘제발 눈을 떠라… 날 두고 가지 마…….’
느리게 뜬 금안엔 이미 생기가 없고, 소년의 몸에서 멈춘 육신이 금빛으로 흩어지기 시작한다. 그가 선물해준 비녀도, 이젠 먼지와 피로 얼룩져 스러져갈뿐. 사라져가는 손이 조심스럽게, 사내의 손에 비녀를 쥐어준다. 자신에게 비녀를 선물받은 이래로 쭉 하고 다니지 않아, 버렸으리라고 생각했던 물건을.
‘……이것이, 너를……’
‘주유, 제발 그만…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아직 살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나의…… 가장, 소중한…… 부디……’
들리지 않는 목소리와 함께 그는, 사랑하는 사람은 희미한 미소를 남기고 빛으로 지워져 사라졌다. 허망한 시야에 남겨진 것은, 영월의 그릇에 감싸여 어지러울 정도로 찬란한 빛을 뿜는 영핵뿐.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닿는 순간 미쳐버리겠지. 신체 한 점 남기지 못하고 폭발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손을 뻗었다. 어떤 결말이라도 좋았다. 그가 남겨준 것을 전부 가져가고 싶었다.
—하지만 만약, 이 영월이 아직 ‘영월’로서 내 바람을 들어준다면,
내가 바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어?”
도로테아는 어딘지 심기가 불편한 얼굴이었다. 정성공은 붕대를 단단히 매고서 봉의 상태를 확인했다.
“틀림없다.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아니면 다른 의견이라도 있는 건가, 도로테아 공.”
쇼세츠의 말에 도로테아는 흥,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시간을 루프하는 게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깨닫는 데에 그치지 않고, 감히 운명을 바꾸려는 오만한 발상을 한 인간이 있다는 게 불쾌할 뿐이야.”
“그런 부분인가…….”
쇼세츠로서는 정성공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별달리 말을 얹지 않는다. 도로테아와 쇼세츠, 정성공이 모여 있는 이곳은 센소지. 정성공이 막 자신이 알아낸 것을 그들에게 공유한 참이었다.
“어쨌든 상황은 알겠어. 둘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한 명만 있어서는 불가능하지. 그래서 그는 아처를 납치한 거고…”
“이번엔 나를 노리고 올 거다. 정확하게는, 내 팔의 영주를 노리고.”
“이길 자신 있어?”
도로테아의 질문에 봉을 다잡던 정성공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길 거다. 반드시.”
“캐스터의 말로는, 그는 이미 영월 그 자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많은 마력을 집어삼켰다고 했어. 거대한 마력 덩어리라고 해야 할까. 아무리 서번트의 핵을 삼켰다 해도 인간의 몸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기적이야. 차라리 자극해서 터트려버릴 수 있다면 쉽게 끝나겠지만……”
센소지의 지붕 위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과연 도로테아 코예트. 거기까지도 도달해내는군. 죽지 않으려고 애쓸 땐 꽤 애를 먹었었지.”
“……!!”
‘정성공’이 지붕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했다. 각자 무기를 꺼내드는 사이 도로테아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죽지 않으려고 애를 쓸 때는, 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나? 죽으려고 애쓴 적도 있단 뜻으로 들리는데?”
“정확하다. 그땐 내가 먼저 찾아가서 빌었었지. 제발 이 빌어먹을 불사의 저주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여기에 서 있다. 그렇다면 답은 알겠지?”
쇼세츠가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본인 스스로도 원했지만 죽지 못했다…는 건가…… 정성공, 귀공은 도대체…”
“온다! 정, 조심해!”
도로테아의 외침과 동시에 ‘정성공’과 정의 봉이 부딪혔다. 처음 싸웠던 그 날과 같은 검붉고 화려한 불꽃들이 치열하게 부딪히며 잿가루를 날리고 사방에 불씨를 흩날린다. 부상당한 몸으로도 이를 악물고 그를 밀어낸 정이 땅을 박차고 정성공을 내리쳤다.
“정말로 해낼 셈이냐? 나와 아처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는다는 계획을!?”
“그래. 너도 알게 되었나보군. 내가 왜 여기까지 도달했는지. 어떤 것들을 보고 느꼈는지 말이야.”
정성공의 몸에서 검은 진흙이 마치 피처럼 흘러내린다. 그것이 정의 의복에 닿자 지독한 냄새와 함께 타들어가며 녹기 시작했다. 그를 가까스로 쳐내고 거리를 벌린 정이 그를 노려보았다. 여유롭게 봉을 휘둘러 다잡은 정성공이 그를 응시했다.
“너도 아처를 사랑한다면 이해할 텐데. 이것이 아처를 위한 최선이라는 것을.”
“웃기지 마라! 자신이 멍청해서 벌어진 일들을 아처를 사랑한다는 핑계로 합리화하지 마라!”
‘정성공’의 손에 핏줄이 꿈틀거렸다.
“역사를 아무리 반복해도 아처를 살릴 수 없었다고? 틀려. 처음부터, 네가 아처의 뜻을 모독하고 시간을 되감는 짓을 저질렀기 때문에 그런 비극들이 발생한 거다. 아처를 몇 번이고 구하지 못한 게 아니야. 네가! 네 욕심이 그를 사지로 몰아넣었던 거다!!”
“닥쳐!!”
정성공과 ‘정성공’이 격돌했다. 상처를 입은 정성공에 비해 독기가 가득한 ‘정성공’의 공격은 매섭고 불꽃은 마치 맹수처럼 몸집을 부풀리며 포효하고 있었다. 뒷걸음질치던 정성공이 공터의 한가운데에 봉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지켜보고 있던 도로테아가 소리쳤다.
“지금이야!!”
“뭣…!?”
쇼세츠가 영맥으로 마력을 불어넣는 순간, 캐스터와 도로테아가 준비해두었던 마법진이 발동했다. 무수한 문자들이 마치 사슬처럼 주변을 감싸고 맴돌자, ‘정성공’은 피를 토하며 주저앉았다. 그동안 몸에 강제로 쑤셔넣었던 검은 진흙이 피와 섞여 흘러나왔다.
“쿨럭, 커헉…! 네놈, 캐스터……!!”
“이 세계는 내가 ‘기록’한 것들만이 ‘실재’할 수 있는 세계. 내가 본 것만이 정의고, 내가 관측하지 않은 것들은 전부 부정당한다.”
줄곧 숨어 있던 캐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더라도, 힘을 깎아내는 것까지는 가능하지. ‘정성공’, 네가 겪은 모든 것들은 나의 이름 아래 거짓이 되고, 소실된다. 네가 이 세계에 남아 있는 한, 말이야.”
“닥쳐라!! 이건, 이건 나의 기억이야!! 나와 아처의 이야기들을…!! 그대로 지우게 놔둘 것 같으냐!!”
‘정성공’이 핏발선 눈으로 발악했으나 이미 전신에서 흘러넘친 검은 진흙들은 마법진을 넘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성공이야! 힘이 약해지고 있어. 이거라면…”
“아니, 고작 약화되었을 뿐이다. 게다가… 저건……”
도로테아의 말을 자른 쇼세츠가 불안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영월의 힘을 실시간으로 잃어가고 있는데도 그의 몸 가장 안쪽에서는 진흙과 다른 눈부신 무언가가 빛나고 있었다. 캐스터가 혀를 찼다.
“…아처의 영핵…! 기술만을 흡수한 게 아니라 단독행동이라는 고유 권능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든 건가!”
비틀거리며 일어서던 ‘정성공’이 광전사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무려 영월과 완전히 결합된 힘이다. 나를 절대로 죽지 못하게 만드는 힘!! 이게 있는 한 나는 힘은 잃을지언정 영원히 죽지 않아!”
아처의 힘으로, 아처의 심장을 품었기 때문에. 죽는 것조차 못하게 된 사내. 어쩌면 자신이 다다랐을지도 모르는 미래의 모습. 정성공은 이를 악물었다. 힘을 빼낸다 하여도 그를 처치하는 데에 실패하면, 그는 다시 자신을 노리거나 다른 시간선의 아처를 노리고 무의미한 참극을 반복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자신 역시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정성공은 봉을 바로잡으며 다시금 ‘정성공’과 대치했다. 이제 기대를 걸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아처!!”
아처가 눈을 떴다. 폐가를 반쯤 부수다시피해서 들어온 세이버와 이오리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를 둘러싼 마법진을 확인하던 이오리가 세이버를 올려다보았다.
“세이버, 할 수 있겠나?”
“물론! 아처, 걱정 마라. 네겐 피해가지 않도록 처리할 테니까!”
힘 있게 고개를 끄덕인 세이버가, 평소에 꺼내던 물의 검이 아닌 등 뒤에 매고 있던 검을 꺼냈다. 성스럽고 경건한 의식을 진행할 때만 사용하는, 죽이기 위해서가 아닌 정화하기 위한 의식의 제사검. 세이버가 검을 휘둘러 땅을 가르자, 마법진이 새하얗게 빛이 바래더니 이내 검은 잿가루처럼 변하여 사라졌다. 아처의 몸을 휘감고 있던 검은 촉수도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아처, 몸은 괜찮나?”
“그래. 덕분에…… 고맙다, 세이버. 이오리도. 덕분에 살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아처가 잠시 휘청거리다가 자세를 잡았다. 이런 데에서 시간 낭비할 여유가 없었다.
“마스터는?”
“아마 ‘정성공’과 싸우고 있겠지. 도로테아와 캐스터, 쇼세츠 공도 함께니 괜찮을 거다. 하지만…”
“……알고 있다. 내가 가야 한다는 걸. 서두르자.”
폐가를 빠져나온 셋은 빠르게 센소지로 향했다. 강렬한 불꽃이 서로 부딪히는 모습이 멀리서도 보였다. 길거리를 달려나가던 세이버가 아처에게 흘리듯 말을 던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제야말로 끝을 내자, 고 말했는데 말이다. 또 협력하게 되다니, 정말 재밌지 않나?”
“그렇군. 정말 인생이란 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구나 싶다.”
쓰게 웃는 아처. 옆에서 같이 달리던 이오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아처, 아마 각오하고 있겠지만, ……그곳에 도착하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아. 알고 있어.”
갇혀 있는 채로 줄곧 생각했다. ‘정성공’의 계획은 정말 옳은가. 아처는 틀렸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정성공을 만났기에 알게 된 행복이 있었다. 같이 있었기에 느꼈던 기쁨이 있었다. 그를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그렇기에 모두를 지워버리는 것에 동의한다는 건 같은 말이 아니다. 아처는 ‘정성공’을 막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가 만났던 모든 아처들이 어떤 마음으로 정성공을 만났을지를 다시 알려주고 싶었다. 그의 연인이자, 그 ‘정성공’이 처음 그에게 알려주었을 마음을.
“그러니, 세이버, 미야모토 이오리.”
아처가 발을 멈춰섰다. 둘이 돌아본 그의 얼굴은, 전에 없이 비장하고, 더없이 결연에 차 있었다.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
“나는 해야만 해. 정성공의 서번트 아처로서.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연인으로서.”
“내 앞에 나타난 ‘정성공’을—”
▶️죽일 것이다.
▶️죽이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