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tion
굉장히 긴 플롯이 된 이유로 문장은 가볍게, 전개에 중점을 둡니다.
사무라이 렘넌트 스토리 기반이지만, 완전히 다른 별개의 if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건 아래를 참조해주세요.
또한, 사무라이 렘넌트의 전체 스토리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스포일러를 좋아하지 않거나 해당 내용을 보지 않으신 분의 열람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정궁 메인입니다.
설정
1. 아처조가 탈락하지 않음, 떠돌이 버서커를 아처조가 처치
2. 어쌔신은 탈락, 도로테아와 세이버조가 힘을 합쳐 츠치미카도를 처치하고 영맥에 간섭하던 주박을 제거
2-1. 아처조는 라이더조를 상대, 우시고젠에게 일격을 먹이는 데에 성공함
2-2. 이후 우시고젠이 모아두었던 보구를 발동하려는 순간 랜서조의 난입으로 라이더조 탈락(우시고젠 사망), 유이는 도로테아에게 인계됨
3. 랜서조와 세이버조 격돌, 이오리가 치에몬을 먼저 처치하면서 잔다르크가 소멸(랜서조 탈락)
4. 캐스터인 히에다노 아레는 츠치미카도가 죽은 후 행방불명(소멸확인 불가능), 무사시는 이오리와 전투 후 만족스럽게 소멸(버서커조 탈락)
5. 최소 다섯 기의 서번트가 탈락한 가운데, 아처조와 세이버조는 영월을 사이에 두고 마지막 싸움을 결의
+1장. 또 다른 ‘정성공’이 등장, 영월을 탈취하여 도주
+2장. 또 다른 정성공이 서번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착수.
+3장. 또 다른 ‘정성공’이 몸에 아처의 영핵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다.
+4장. 캐스터와 도로테아가 접선하다. 또 다른 ‘정성공’이 서번트가 아닌, 다른 시간선을 넘어서 등장한 아처의 마스터=인간임이 밝혀지다.
+5장. 또다른 ‘정성공’에게 아처가 납치당하다.
캐스터와 합류한 도로테아. 정성공의 정체와 그를 이루고 있는 힘의 원천을 알아낸 그녀는 캐스터와 함께 정성공을 막기 위한 마법진을 펼치는 작업에 착수한다. 도로테아가 인계하고 있던 유이 쇼세츠도 불려나온 상황이었다. 센소지의 영맥을 살피며 쇼세츠는 조그맣게 한숨을 내쉰다. 그녀는 마법진에 영맥을 연결해 영지력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달라고 부탁받았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전달받은 참이었다.
“그래도 그 정도쯤 되는 남자가 그렇게 되다니… 차라리 그가 인간을 넘어선 다른 존재라도 되었으면 나았을까.”
“글쎄. 평범한 사람으로서도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을 테니까. 무한히 루프하는 과정에서 미쳐버린 건지,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광경을 연속해서 본 게 문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고.”
쇼세츠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쩌면 본인은 이미 일그러졌다는 걸 감지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군.”
도로테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무슨 뜻이야?”
“……터무니없는 연결일 수도 있지만, 문득 라이더가 생각나서 말이다.”
쇼세츠가 한숨을 내쉬었다.
“‘소원’이란 것은 구체적이지 않은, 뭉뚱그려진 감정에 더 가까운 것이지. 그걸 라이더를 통해 알았다. 그녀는… 우시고젠은, ‘나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나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었어.”
세상을 바로잡고 싶다. 지나치게 터무니없기 때문에 영월이 아니면 감히 입 밖에 내지도 못할 소원. 우시고젠의 방법은, 실로 유이 쇼세츠가 바란 것도 아니고, 바로잡는다는 그녀의 바람과도 지나치게 멀어져 있었지만, 이미 영혼도 마음도 광기로 일그러져 있던 라이더에게는 그녀 나름대로의 ‘따를 가치가 있는 소원으로서의 구현’이었을 것이다.
“그가 처음으로 아처의 죽음을 보고 바랐던 마음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을지, 혹은 그 자신도 알지 못하는 방향으로 일그러져 있을지…… 그건 누구도 알 수 없어. ‘정성공’ 본인조차도 말이야. 그렇다면 그는, 분명 길 잃은 미아와 같은 처지인 셈이니… 그것이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흐응. 그건 자기 경험에 따른 결론?”
쇼세츠는 말하지 않았다. 잠시 그녀를 보던 도로테아가 한숨을 내쉬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미안. 이건 확실히 도가 지나쳤네. 힘들게 말을 꺼내줬는데 아픈 부분을 찔러서 미안해.”
쇼세츠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도로테아는 어느새 캐스터의 곁으로 가서 그에게 뭐라고 잔소리를 퍼붓고 있었다. 아마 그녀 나름대로의 민망함과 미안함을 무마하려는 방식인 것 같았다.
“준비 잘 되고 있는 것 맞아? 기껏 마력까지 다 끌어다 쓰게 해줬는데 실패하는 건 용납못해.”
“흥. 미리 말했지만, 완전히 쓰러트리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그 녀석에게 확실하게 한 방 먹일 수는 있다. 여기까지 술식을 구현해낸 것에 칭찬이라도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캐스터를 보며 도로테아가 팔짱을 끼곤 씨익 웃었다.
“어머. 난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기 전까진 빈 말은 하지 않는 성미라서 말이야. 왜, 어린애처럼 사탕이라도 쥐어주면서 부둥부둥해주는 쪽이 좋은 걸까, 나의 새로운 파트너는?”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여자군. 어쌔신 녀석이 불쌍해질 정도다.”
“하아? 그는 차라리 너보다는 신사적이고 섬세했거든?”
멀리서 둘을 보고 있던 쇼세츠. 제법 투닥대는 둘이 사이가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오래 살아온 어른답게 입 밖에 내진 않았다. 대신, 자신은 잘 모르는 ‘정성공’에 대해 생각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정성공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그 남자는……
‘……귀공은, 만약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무슨 선택을 할 건가? 진작에 망가져버렸을 마음을 안고, 무엇을 바라보며 걷고 있는 것인가…….’
쇼세츠가 올려다본 하늘에 뜬 달이 기이하게도 붉게 보였다.
서번트가 죽으면 영주는 사라진다. 그러니 영주가 남아 있는 한, 아처는 여전히 정성공의 서번트이고, 아직 살아서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부상이 낫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이오리와 세이버는 그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정성공은 밖에 나와 앉아서 자신의 영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정성공’은 그의 영주를 노렸다. 오른팔을 도려내겠다고까지 말했으니 틀림없다. 아처를 납치한 것도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할 뿐, 그는 반드시 다시 정성공의 영주를 노리고 찾아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어쩌면 그가 자기 자신이었기에 할 수 있는 추측일지도 몰랐다.
“……후우.”
짧게 숨을 가다듬은 정성공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 ‘정성공’이 수를 써놨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지만, 지금은 이것에라도 매달려볼 수밖에 없었다.
“영주를 사용하여 명한다.”
한 획이 붉게 빛났다.
“……나에게 와라, 아처!”
영주가 지워지며 강한 마력을 퍼트렸다. 정성공은 자신과 아처를 잇는 마술회로가, 영월에 잠재되어 있던 마력이 서로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시였을 뿐. 그는 머리를 세게 부딪힌 듯한 충격에 휘청거렸다. 마술의 방해나 기습 공격 따위가 아니었다. 단지, 이곳에 ‘정성공’이 둘 존재하고, 그 안에 ‘아처’의 영핵 또한 존재하는 상황이 만들어낸 우연.
“큭……!?”
그의 것이되 그의 것이 아닌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무한히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그는 수십 수백의 아처를 보았다. 그리움, 슬픔, 아련함, 연심…… 그 안에 얽힌 감정들이 동시에 밀려와 머리가 으깨질 것만 같았다. 정성공은 이마를 짚고 이를 악물었다. 밀려오는 기억의 파도 속에서 아처는 끊임없이 그에게 묻고 있었다.
‘왜 이런 짓을 하지?’
‘너는 나의 마스터가 아니야!’
‘명엄, 제발 멈춰다오…’
‘네가 정말로 나의 주군이라면…’
‘…왜 변해버린 거지?’
‘마스터!’
“욱……!!”
밀려오는 구토기를 겨우 억눌렀지만 입술을 타고 흐르는 피까지 삼킬 수는 없었다. 몇 번을 노력해도 아처는 죽었다. 늘 기억의 마지막에는 아처의 죽음만이 있었다. 처음엔 분명 ‘아처를 살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루프였다. 그러나 아무리 반복해도 그를 살릴 수 없다. 어떠한 세계에서도 그는 죽고 만다. 그리고 ‘언젠가’를 기점으로, ‘정성공’은 그것을 바라지 않게 되었다. 아니, 그저 방향을 틀었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이미 정해져버린 운명이라면, 그것을 바꾸는 방법은……
“……설마……”
정성공이 떨리는 손으로 입가를 닦았다.
“그가… ‘정성공’인 내가, 원하는 것은……”
아처는 눈을 떴다. 낡은 폐가의 지붕과 벽이 제일 먼저 보이고, 그 다음엔 바닥에 그려진 불길한 마법진이 보였다. 그 안에서 올라온 새카만 진흙이 살아 있는 촉수처럼 스멀거리며 그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마법진의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을 뿐, 다른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아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주변을 살폈다.
“일어났군.”
“……!”
정성공이 그를 보고 있었다. 깊은 그리움과 슬픔이 담겨 있는 눈. 아처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곧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는 ‘자신의 주군’이 아니다. 아무리 같은 영혼을 지녔어도, 같은 육신을 가지고 있더라도 바뀌지 않는 것도 있었다.
“……왜 나를 데려왔지?”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다.”
“소원? 너의 소원은 분명 멸망한 명을 재건하는 것이었을 터다. 너의 아처를 살린 것도 분명 그와 함께라면 이룰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라고 난—”
정성공이 일그러진 웃음을 터트렸다. 아처가 말을 삼켰다.
“그 어리석은 소원 말이지. 그래, 내가 왜 그걸 어리석다고 말하는지, 너는 알고 있지 않나? 아처.”
“…….”
뒤틀린 웃음을 짓던 얼굴이 이내 살기와 분노로 뒤덮였다. 그 오싹한 변화에 아처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떨었다.
“그들은 너를 내게서 뺏어갔다. 평생을 명의 재건을 위해 바친 나를 버린 것도 모자라, 너를!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
아처는 떠올렸다. 정성공을 노리고 달려들던 명의 군사들을.
정성공이 분노에 가득 차서 쏟아낸 이야기들은 이러했다. 명의 재건에 성공하여 세력을 확장하고 대만까지 손에 넣었으나, 그의 힘이 점점 커지는 것을 염려한 명은 오히려 그를 버리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아처는 그런 그를 살리기 위해 미끼를 자처하여 싸우다가 죽고 말았다. 몇 번인가의 회귀에선 그런 일을 없애려고 황제에게 이간질을 한 가신들을 죽이기도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아처는 그의 눈앞에서 죽었다’.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명나라에 반란을 일으켜, 그 제위를 스스로 차지하여 아처를 지키려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결국 같았다. 그가 걸어온 어떤 시간선에서도 아처는 생존하지 못했다. 오로지 그와 함께하고 싶어서 영월에 아처의 생존을 빌었는데도.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분리되어 있더군. ‘아처’의 영핵을 지닌 나 —정성공과, ‘아처’와 계약하여 영월 의식에 참여한 ‘정성공’으로 말이다.”
“…….”
“그때부터는 정성공을 죽이고 아처를 내 곁에 두려고도 했었지. 어차피 나약한 ‘나’는 너를 지키지 못해. 몇 번은 나와 다른 길을 걷길 바라며 지켜보기도 했지만, 어느 시간선에서는 멍청하게 아처를 다른 마스터에게 빼앗기기도 하더군. 나는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예 너를 내 곁에 두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지.”
“내가 용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절대로 그렇게 되도록 두지 않았을 텐데!”
“그래. 네 말이 맞아. 한 번은 정성공을 죽였더니 날 죽이려고 하더군. ‘넌 이미 정명엄이 아니다’라면서. 결과는 어땠을 것 같나?”
아처는 땅을 짚은 손이 떨리지 않도록 꾹 주먹쥐었다. 그라면, 자신이라면… 이 ‘정성공’을……
“…그래. 쏘지 못했다. 죽이지 못했어. 온갖 말로 저주를 퍼부으면서도 화살로 내 심장을 꿰뚫어주진 못하더군.”
“…….”
“그리고 결국 ‘정성공’의 곁에서 자결하는 것을 택했다. 정말 너다운 선택이었지만…… 결국 나는 또 아처를 잃었지. 고작 이런 한심한 남자를 죽이지도 못하고, 지키지도 못했다면서 자책하며 죽어가는 그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정성공이 제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자기혐오가 깃든 손톱이 얼굴을 파고들고 긴 흉터를 남겼다.
“………더는 견딜 수 없어서, 차라리 모든 걸 그만두자고 생각했다. 어차피 나 같은 건 아무리 노력해봐야 아처를 살릴 수 없어. 그렇다면 나도 죽어서 아처의 곁에 가자고… 그렇게 바랐던 적도 있다.”
“…….”
“하지만 이젠 죽을 수조차 없어. 아무리 심장을 꿰뚫어도 나는 다시 그 날로 돌아올 뿐이다. 아니, 이젠 그 날로도 돌아갈 수 없어! 그저 몇 번이고 네가 죽는 걸 봐야 하는 이 지긋지긋한 저주를 반복해야만 한다! 영월이 이렇게나 끔찍한 저주인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일찍이 그것을 부수고 너를 내 욕심에서 해방시켜줬어야 했는데……!!”
울부짖던 정성공은 자리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아처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그에게 닿지 못하고, 그저 검은 진흙에 막혀 있을 뿐이다.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얼마나 괴로웠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이야기. 차라리 죽음을 택하고 싶을 만큼 힘들어하는 그를, 자신은 구해줄 수도 없는 것인지…….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결말이 이거다.”
“……?”
정성공이 고개를 들었다. 핏발이 선 눈동자는 흡사 버서커와 같이 광기에 차 있었다.
“…나와 ‘아처’를 잇는… 정성공과 아처 사이에 존재하는 계약, 그 연결고리 자체를 영원히 지워버릴 것이다. 이 세계뿐 아니라 모든 시간선의 운명에서.”
“……!! 진심인가…!? 난, 난 결코 그런 결말은…!”
“그래! 넌 원하지 않겠지. 하지만 그건 네가 ‘정성공’을 알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일 뿐이다. 애초에 너 정도의 인물이 나 같은 자의 손에 소환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네가 도달할 비참한 결말은 오로지 정성공으로부터 비롯된 것. 그러니 이 생명을 소멸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이 ‘정성공’이란 존재를 아예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더라도, 난 반드시 해낼 것이다! 그게 지금의 내가 바라는 단 하나의 소원이다.”
아처가 망연자실하여 그를 올려다보았다.
“……너는… 너는, 확실히…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다는 듯이 말할 때가 있었어. 하지만…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잔인한 남자가 아니었어.”
“그랬을지도 모르지. 나는 어쩌면 이미 ‘정성공’조차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다가온 손이 아처의 턱을 살짝 쥐어 들어올렸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 아처는 하려던 말을 삼켰다.
“……하지만 너를… 아처, 너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그때와 변함이 없다. 이것만이 지금의 나를 움직이게 해.”
“…….”
“그러니 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거다. 이 영혼이 남아 있는 한… 몇 번이고, 너를 구하기 위해서.”
단언한 정성공이 몸을 숙여왔다. 하지만 아처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입술이 닿기도 전에 피해버린 그를, 정성공은 억지로 끌고 오지 않았다. 그저 얌전히 놓아주고 지켜보다가, 일어서서 몸을 돌렸을 뿐.
“기다려다오, 아처.”
“…….”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모든 걸 끝내겠어.”
정성공이 걸음을 옮겼다. 아처는 끝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