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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이 삼켜진 밤에 -4장
Caption 굉장히 긴 플롯이 된 이유로 문장은 가볍게, 전개에 중점을 둡니다. 사무라이 렘넌트 스토리 기반이지만, 완전히 다른 별개의 if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건 아래를 참조해주세요. 또한, 사무라이 렘넌트의 전체 스토리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스포일러를 좋아하지 않거나 해당 내용을 보지 않으신 분의 열람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정궁 메인입니다. 설정 1. 아처조가 탈락하지 않음, 떠돌이 버서커를 아처조가 처치 2. 어쌔신은 탈락, 도로테아와 세이버조가 힘을 합쳐 츠치미카도를 처치하고 영맥에 간섭하던 주박을 제거 2-1. 아처조는 라이더조를 상대, 우시고젠에게 일격을 먹이는 데에 성공함 2-2. 이후 우시고젠이 모아두었던 보구를 발동하려는 순간 랜서조의 난입으로 라이더조 탈락(우시고젠 사망), 유이는 도로테아에게 인계됨 3. 랜서조와 세이버조 격돌, 이오리가 치에몬을 먼저 처치하면서 잔다르크가 소멸(랜서조 탈락) 4. 캐스터인 히에다노 아레는 츠치미카도가 죽은 후 행방불명(소멸확인 불가능), 무사시는 이오리와 전투 후 만족스럽게 소멸(버서커조 탈락) 5. 최소 다섯 기의 서번트가 탈락한 가운데, 아처조와 세이버조는 영월을 사이에 두고 마지막 싸움을 결의 +1장. 또 다른 ‘정성공’이 등장, 영월을 탈취하여 도주 +2장. 또 다른 정성공이 서번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착수. +3장. 또 다른 ‘정성공’이 몸에 아처의 영핵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다. 몇 번이고, 꿈을 꾼다. 그는 활을 겨누고 있었다. 그의 품에 기대어 있다가, 결국 힘없이 쓰러져내리는 ‘정성공’에게서는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차갑고 딱딱하게 굳은 손이 땅에 떨어진다. 이를 악문 아처의 눈에서 붉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는 ‘주군의 원수’를 노려보고 있다. 살의와 증오, 원망이 어린 시선이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다. ‘제발, 아처... 전부 너를 위한 일이었다.’ ‘닥쳐!!!’ 울부짖으며 아처가 기어이 화살을 쏜다. 뺨에 스쳤을 뿐인 상처가 심장에 새겨질 듯이 아프다. ‘나를 위한다며, 어떻게... 어떻게 이런 짓을 해!!!’ ‘......나는... 나는, 네 마스터니까.’ ‘아니. 아니야!!’ 피눈물로 젖은 금안이 누군가를 노려본다. 다시 화살을 매긴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진다. ‘내 마스터는, 나의 주군은 네 손에 죽었다. 네가, 죽여버렸단 말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넌 정명엄이 아니야.’ 그러나 듣고 싶지 않았던, 선언. 정성공은 눈을 뜬다. 피 대신 혈관을 채운 영월의 진흙이 꾸덕하게 흐르며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진다. 망설임 없이 제 손목을 그어, 미리 그려두었던 마법진에 그 진흙을 떨어트리면 마법진에서 불길하고 음험한 기운이 솟아오른다. 준비는 전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제물을 준비하는 것뿐. “곧 끝난다, 아처.” 정성공이 손을 뻗어 제 머리카락을 장식한 비녀를 더듬다가, 손을 떼었다. 여전히 낯빛은 시체처럼 차갑고, 생기는 없다. “소원이 이루어지면... 그때야말로...” 사내는 나아간다. 바라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몇 번이고. “한참 찾았어. 이런 곳까지 숨어 들다니, 어지간히도 죽기 싫었나 봐?” 줄곧 찾아헤맸던 목표물을 발견해, 구석으로 몰아넣는 데에 성공한 도로테아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리고 수세에 몰린 당사자 - 캐스터, 히에다노 아레는 귀찮은 듯이 혀를 찼다. 빠져나가고자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아니었지만, 그녀가 이미 끈질기게 자신을 쫓아다니고 있는 걸 알았으니 차라리 말이라도 해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도로테아 코예트. 전 어쌔신의 마스터이자 시계탑에서 파견된 마술사... 내게 원하는 게 뭐지?” “어라. 꽤 자세하게 알고 있잖아.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캐스터... 아니, 가장 오래된 역사의 기록자, 히에다노 아레.” 도로테아가 앞으로 나섰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 지금 이 땅에 일어나고 있는 이변을 해결하기 위해서 말이야.” “하. 역시나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정성공’에 대한 것이로군?” “대화가 빨라서 좋네. 그래서, 대답은?” 캐스터가 정색했다. “거절한다.” “어머. 왜?” “그자는 나랑 상성이 맞지 않아. 세이버도 그렇지만, 그는 정말, 진심으로 최악으로 상성이 맞지 않는다.” “흐응. 그래서 싸우지 않고 바로 포기해버리겠단 얘기? 김 빠지게.” “내 목적은 승리의 명예나 살육의 쾌감과는 전혀 상관 없는 것이어서 말이야.” 도로테아가 어깨를 으쓱인다. “그건 알고 있어. 당신에게 제일 중요한 건 생존이지? 기록자로서, 가장 오래, 영원히 살아남아서 이 시대의 모든 기록을 이어가는 것. 그래서 마스터를 잃은 뒤에도, 사람을 잡아먹는 방법을 쓰면서까지 버텨온 거고 말이야.” “......” “비난할 생각은 없어? 오히려 당연한 거잖아, 그런 건. 제법 눈에 안 들키게 깔끔하게 처리해왔던 것 같고 말이야.” 도로테아가 빙긋 웃었다. “하지만 그런 방식보다는 역시, 마스터가 있는 쪽이 편하지 않겠어? 나와 재계약하면 츠치미카도는 기억도 안 날 만큼 질 좋은 마력을 공급해줄게. 나쁘지 않은 조건 아냐?” “흐음.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역시 시계탑에서 파견된 마술사로서 이 영월 의식을 감시하기 위해서인가?” “당신, 어쌔신보다는 섬세함이 부족하구나. 레이디의 속내는 알게 되더라도 입밖에 내지 않는 게 예의야. 틀린 말은 아니니 넘어가주겠지만.” 도로테아가 언짢은 듯이 턱을 치켜들었다가 곧 태도를 바꿔 웃었다. “그리고, 단순히 그것때문만은 아니야. 영월 의식에 참가한 자들.... 그들 모두에게 흥미가 있거든. 과연 이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도 궁금하고.” “......” “아무리 상성이 나빠도 이 도로테아 코예트와 함께라면 허무하게 끝나진 않을 거야. 어때? 이래도 도망치고 싶다면... 나도 더 잡진 않을게. 배짱이 없는 남자는 취향이 아니거든.” 불쾌한 듯이 그녀를 보던 캐스터지만, 결국 낮게 한숨을 내쉰다. 확실히 마스터가 있는 쪽이 그에게도 유리했고, 무엇보다... 그녀가 말했던 ‘정성공’. 그와는 정말이지 상성이 극악이지만, 그의 존재가 궁금한 마음 또한 없지 않았으니까. “좋다. 거만한 마술사, 도로테아 코예트. 계약 성립이다.” 그렇게 캐스터와 계약한 도로테아. 그녀는 ‘정성공’에 대해 말해줄 것이 있다며 세이버조와 아처조를 소집한다. 캐스터가 있는 것에 놀라지만, 캐스터의 진명을 듣고 나서 대충 상황을 납득한다. 가장 오래된 고서의 기록자이자,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지식을 지닌 존재라면 ‘정성공’에 관해서도 분명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 확실히 단언해두지.” 캐스터가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정성공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존재이다.” “전혀 다른? 별개의 존재?” 세이버가 황당하다는 듯이 되묻자 캐스터가 한심하다는 듯 설명했다. “정성공이되 정성공이 아니란 거다. 그는 다른 세계 - 즉, 영월 의식이 일어난 또다른 시간선에서 분리된 존재다.” “그런가... 스승님하고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이오리가 떨떠름하게 중얼거린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그렇지. 하지만 그는 버서커와는 궤가 다르다. ‘어쩌면 존재했었을지도 모르는 시간선’에서 분리되어, 다른 시간선을 몇 번이고 드나들었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 추측은 가능하지만.” “으음... 머릿속에서 잘 정리가 안 되는데. 그 존재를 말할 수는 있지만 무슨 일을 겪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 는 건, 네 기록에서도 벗어나 있기 때문인가.” 정성공의 질문에 캐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다. 흠, 아예 처음부터 설명하는 게 나을 뻔했군. 너희가 본 ‘정성공’은, 이미 그의 시간선에서는 영월 의식에서 승리하여 살아남은 존재다. 그 세계에서 그는 그의 서번트, 아처와 함께 마지막까지 살아남았고 영월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아처를 퇴거시키지 않고 그와 생존하는 길을 택해, 여러 전투에서 승리하여 명을 재건하는 데에 성공했지. 그야말로 국성야에 걸맞은 인물, 위대한 연평왕. 장장 십 년에 걸친 전쟁 속에서도 단 한 번도 패배를 허락하지 않은 불굴의 명장이다.” “......!” 아처는 동요하며 그의 머리에 꽂혀 있던 비녀를 떠올렸다. 정성공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보다 나이가 많아보이는 것도 이해가 가는군. 하지만 명을 재건했는데... 왜 다른 시간선으로 넘어온 거지?” “그것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세계에서, 재건된 명은 생존자를 거의 남기지 않는 형태로 멸망하고 말았다.” “뭣!? 재건했지만, 다시 멸망했다고!? 청 말고 다른 나라에게 당한 건가? 그렇게 강한 정성공이, 심지어 아처와 함께 있었는데도?” 세이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캐스터가 담담하게 대꾸했다. “그래. 아무도 막을 수 없었지. 바로 그, ‘정성공’의 손에 멸망했으니 말이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정성공은 그저 주먹을 꾹 쥔 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책을 읽는 듯 단조로운 캐스터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가 기록하지 않은, 존재할 뻔했던 세계의 기록은 아무리 나라도 전부 알 수는 없다. 확실한 건, 그는 스스로 일으킨 명을 다시 자신의 손으로 부쉈고, 그 뒤부터 영월 의식이 존재하는 시간선을 넘나들기 시작했다는 거다.” “......” “그리고 그 모든 시간선에서, 정성공은 영월을 탈취했다. 그가 아처의 영핵을 품고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 영핵을 기반으로 삼아, 그는 영월에 깃든 강대한 마력을 탈취했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하지만 대체 무엇이 목적인지까지는 추측할 수 없어. 처음엔 자신의 시간선의 과거로 회귀할 뿐이었다. 어느 시점부터는 영월의식을 치르는 정성공과 전혀 다른 별개의 ‘정성공’이 되어버렸지.” “그렇게 무수한 시간선의 영월을 탈취하고... 이곳의 영월까지 탈취한 거란 말인가... 아무리 ‘나’라지만 정말 진절머리가 나는군...” 정성공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나 표정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이 복잡미묘했다. “영월이 목적이고, 영월 의식에 소환된 서번트의 영핵을 지닌 자... 그렇군. 그가 시간선을 넘나들어 소환될 수 있었던 건, ‘영월’을 매개로 하고 있었기 때문인가.” 아처의 혼잣말 같은 중얼거림에 캐스터가 덤덤하게 눈을 깜빡인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뭐가 말이지?” “내가 앞서 말하지 않았던가? 그는 영월 의식에서 승리했다고.” 아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인다. 나머지들도 마찬가지였다. 도로테아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세이버가 먼저 내뱉듯이 질문을 던졌다. “영월의식에서 승리하고, 명을 재건하고. 그런 위대한 공을 세웠기 때문에 서번트가 된 거 아닌가? 여전히 클래스는 모르겠다만.” “...그 부분부터 문제군. 완전히 잘못 짚었다.” “엥?” 세이버가 물음표를 띄우는 가운데, 이오리가 뭔가 알아챈 듯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에 정성공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없군. 살아 있는 인간도 서번트가 될 수 있는가?” “아니. 그런 건 불가능해. 애초에 ‘영령’이라구. 미래를 살았어도 죽었기 때문에 영령의 좌에 올려지는 거니까.” 도로테아의 착잡한 목소리에 의외의 반응을 보인 건 아처였다. 벽을 쿵 내리친 아처는, 이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외친다. “불가능하다. 그런... 혼자서 무수한 시간선을 드나들고, 영월을 흡수하고, 서번트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그런 걸, 그런 몸으로 버텨낼 수 있을 리가 없어!!!” “하지만 사실이야.” 도로테아가 아처를 본다. 그것은 어쩌면, 이 자리에 없는 누군가를 향한 동정의 눈빛일지도 몰랐다. “이미 ‘평범’하고는 거리가 먼 존재가 되어버렸지만, 영원히 특정한 시간선을 떠돌 수밖에 없는 기이한 존재가 되었지만...... 그래...... 짐작하고 있는 대로야, 아처.” “......” “그는... 그 ‘정성공’은,” 차라리 모른 채였으면 좋았을 진실. “서번트도 영령도 아닌, ‘인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