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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이 삼켜진 밤에 -3장
기타4]Caption] 굉장히 긴 플롯이 된 이유로 문장은 가볍게, 전개에 중점을 둡니다. 사무라이 렘넌트 스토리 기반이지만, 완전히 다른 별개의 if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건 아래를 참조해주세요. 또한, 사무라이 렘넌트의 전체 스토리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스포일러를 좋아하지 않거나 해당 내용을 보지 않으신 분의 열람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정궁 메인입니다. 설정 1. 아처조가 탈락하지 않음, 떠돌이 버서커를 아처조가 처치 2. 어쌔신은 탈락, 도로테아와 세이버조가 힘을 합쳐 츠치미카도를 처치하고 영맥에 간섭하던 주박을 제거 2-1. 아처조는 라이더조를 상대, 우시고젠에게 일격을 먹이는 데에 성공함 2-2. 이후 우시고젠이 모아두었던 보구를 발동하려는 순간 랜서조의 난입으로 라이더조 탈락(우시고젠 사망), 유이는 도로테아에게 인계됨 3. 랜서조와 세이버조 격돌, 이오리가 치에몬을 먼저 처치하면서 잔다르크가 소멸(랜서조 탈락) 4. 캐스터인 히에다노 아레는 츠치미카도가 죽은 후 행방불명(소멸확인 불가능), 무사시는 이오리와 전투 후 만족스럽게 소멸(버서커조 탈락) 5. 최소 다섯 기의 서번트가 탈락한 가운데, 아처조와 세이버조는 영월을 사이에 두고 마지막 싸움을 결의 +1장. 또 다른 ‘정성공’이 등장, 영월을 탈취하여 도주 +2장. 또 다른 '정성공'이 서번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착수. 꿈을 꾼다. 아처는 양손과 양팔에 족쇄를 찬 채로 힘없이 주저앉아 있다. ‘아처’와 달리, 그의 비녀는 그들이 처음 만났던 때와 같은 수수하고 담백한 모양새다. 숨을 힘겹게 몰아쉬던 그가 결국 몸을 지탱하려 땅을 짚는다. 그 아래에 그려진 건 서번트의 마력을 빼앗아가는 마법진. 절대로 그가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아처가 더없이 슬픈 눈으로 올려다본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모두 너를 위해서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낯설다. 아처가 느리게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마스터. 이건... 이건 잘못되었다.’ 그 말을 부정하는 대신, 등을 돌려선 걷기 시작한다. 해야만 하는 일이 있으니까. 적어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달라고, 내가 납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가 들리지만 뒤돌아보지 않는다. ‘명엄......!’ 그러나 목소리가 축축하게 젖어든 순간, 결국 뒤를 돌아보고 만다. 일어서지도 못하는 몸으로, 아처는 눈을 떼지 못하고 그를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이 뺨을 타고 길게 흘러내린다. 저런 슬픈 표정을 짓기를 바란 게 아니었는데. ‘왜 변해버린 거지......?’ 모든 건... 그저, 너를 위해... 마스터들이 모여서 의논을 하고 있던 무렵, 세이버와 아처는 사라진 ‘정성공’을 찾아 주변을 수색중이었다. “하지만 역시 찾을 수가 없군. 이렇게까지 주도면밀할 줄은 몰랐어!” “...뭐, 나의 마스터니까. 나이는 좀 먹어도 빈틈은 보이지 않겠단 거겠지.” “칭찬하려고 한 말 아니거든?” 세이버가 툴툴대며 나무 위에서 폴짝 뛰어내리고 아처도 뒤를 따랐다. “그나저나 아카사카에서 칸다에 우에노까지, 나름 구석구석 뒤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어쌔신으로 현계했다 해도 믿겠어.” “기척 차단 말이지. 흠... 그럴 수도 있겠군. 지금은 어쌔신의 자리가 비어 있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던 세이버가 아처를 돌아본다. 그는 미묘하게 웃지도 않고 무표정도 아닌 얼굴을 하고 있다. “아처, 괜찮은가?” “...아아. 다른 걸 생각하고 있었다.” “응?” “그는 영월을 자신의 몸에 흡수했지. 서번트의 혼이 담기는 원망기이자, 이 영월의식에서 서번트를 소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매개체.” “그랬지. 그게 왜?” “...그가 영월을 흡수했다면, 왜 우리는 흡수되지 않은 걸까? 영월 의식에 관한 기억으로는, 분명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건 단 1기뿐. 나머지의 영혼이 흡수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말이다.” 잠시 고민하던 세이버가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눈을 깜빡인다. “...영월을 발동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그런 뜻인가?”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단순히, 아직 캐스터가 탈락하지 않아서 발동하지 않은 걸 수도 있고.” “하지만 나였다면, 영월을 흡수할 힘이 있었다면 서번트들도 전부 흡수해버려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게 나았을 텐데... 그런가. 그는 영월로 소원을 이루는 게 아니라, 영월 자체가 목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확증도 없고. 하지만... 내가 아는 마스터라면, 코앞에 둔 기회를 두고 물러서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말이야.” 잠시 말없이 걷는 두 사람. 세이버는 ‘그가 진짜가 아니라고 믿고 싶으냐’고 물어보려다가, 그만둔다. 그날 분명 아처는 말했다. 정성공이 맞았다고. 그렇다면 그렇게 행동한 다른 이유가 있을 거다... 라는 뜻으로 말한 쪽이 정확하겠지. 하지만 세이버는 그런 부분에서는 머리를 쓰는 게 서툴렀다. 뺨을 긁적이던 세이버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자신들이 어디에 와 있는지 알아차렸다. “윽... 아처, 일단은 아카사카로 돌아갈까.” “음? 모처럼 아사쿠사까지 왔는데 카야도 보지 않고 가는 건가.” “그것보단, 그...” 그리고, 등 뒤에서 들리는 엄청나게 커다랗고 우렁찬 목소리. “호오? 이건 또 신기한 일이군. 세이버와 아처이지 않은가.” “윽...” 잘못 걸렸다는 표정의 세이버. 아처는 뒤를 돌아보곤 조맹덕을 닮은 사내였군.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걸어온 젊은 주인은 세이버보다는 아처를 좀 더 흥미로운 눈으로 보고 있었다. “소멸하지 않은 것도 놀랍다고 생각했다만 다시 튕겨져 나온 건가?” “...? 무슨 뜻이지.” 젊은 주인은 태연하게 아처의 물음에 대꾸했다. “네 마스터에게 혼을 바치고 먹힌 줄 알았다만?” 뜬금없는 말에 놀란 건 아처만이 아니었다. 눈을 커다랗게 떴던 세이버가 이내 성난 강아지처럼 으르렁거리며 젊은 주인을 노려보았다. “멀쩡한 서번트에게 무슨 실례냐! 우습게 아는 것에도 정도가 있지!” “잠시, 세이버. 난 괜찮다.” 손을 뻗어서 그를 제지한 아처가 젊은 주인을 바라보았다. 무표정을 가장하고 있으나 눈은 세이버를 대할 때보다 훨씬 싸늘했다. 젊은 주인은 당연히 겁 먹지 않았으나 흥미로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떠돌이 서번트의 룰러... 아니, 젊은 주인이라고 불러야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다만.” “호오. 무엇이지?” “내가 나의 마스터에게 혼을 바치고 먹힌 줄 알았다는 이야기. 어째서 그렇게 생각한 건가?” “흐음......” 세이버는 뚱하니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다. 젊은 주인의 성격상, 뭔가 이상하고 귀찮은 일을 시키거나 대답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는 즐겁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말 그대로의 뜻이다. 너의 영핵을 원동력 삼아 움직이는 너의 마스터를 봤단 뜻이지.” “......” 아처는 침묵했다. 정성공은 그와 줄곧 함께 있었으니, 젊은 주인이 봤다는 건 다른 쪽의 ‘정성공’일 가능성이 크다. 세이버가 짜증을 냈다. “그런 걸 봤으면 붙잡아뒀어야지! 으으, 정말 뭐가 일어나도 끼어들지 않겠단 거냐!” “내가 막을 일이 뭐가 있지? 이건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이다. 마스터가 서번트를 버림패로 쓰는 것도, 서번트가 마스터를 집어삼키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방관자인 내가 굳이 끼어들 필요가 어디에 있단 말이냐?” “으으으윽...!!” 부들부들 떠는 세이버를 두고 젊은 주인은 늘상 그렇듯 거만한 웃음을 띄울 뿐이었다. 그의 말을 수 차례 곱씹어보던 아처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확실히 서번트의 영핵은... 서번트의 심장, 그야말로 응축된 마력 덩어리니까. 그걸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다면 그 서번트의 기술을 쓰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확실히, 정성공은 아처의 기술을 쓰고 있었다. 자신의 특기인 불의 마술이나 봉 이외의, 강력하고 위협적인 불화살의 비. 그렇다면 그걸 본 사람들이 전부 ‘그 기술을 배웠다’고 인식하는 게 아니라, ‘그 기술 자체’로 인식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 정성공은 아처에게서 기술을 전수받은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저 말을 믿는 거냐, 아처? 게다가 서번트의 영핵을 인간의 몸으로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잖나. 애초에 그걸 영핵의 상태로 보존할 수 있을 리도 없고.” “하지만 그는 분명 ‘먹혔다’라고 했다.” 세이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표현대로라면, 이곳에 나타난 또 하나의 ‘정성공’은 아처의 영핵을 ‘먹어치워서’ 힘을 끌어다 쓰고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세이버는 떠올려냈다. 정성공이 영월의 그릇을 자신의 몸에 흡수시키던 장면을. 그런 식으로 몸에 마력을 집어넣고 있는 거라면, 서번트의 영핵을 삼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네놈이 있고, 멀쩡히 움직이고 있는 걸 보면... 후후. 이 광대놀음은 이몸을 여러가지로 놀라게 하는군. 정말 놀라울 정도로 엉망진창인 공연이다.” “......” “뭐, 어느쪽이든 이몸과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배우가 하나 더 추가된 만큼 여흥거리가 늘어나면 좋겠군. 그럼 모두 열심히 발버둥쳐보도록.” 자신의 말을 끝마친 젊은 주인은 특유의 요란한 웃음을 흘리며 걸음을 옮겼다. 세이버와 아처는 약속이라도 한 듯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했다. 함부로 입을 열지도 못할 정도로.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나!!” 예상대로, 정성공은 아처의 이야기를 듣고 노발대발했다. “너의 심장을 먹은 거나 다름없는 짓이다. 그걸... 그걸 그자가, ‘내’가 했다고? 정말이지 믿을 수 없군. 이젠 나라고 부르기도 싫을 정도다!” “진정해라, 마스터. 나도 네가 그런 짓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아처가 침착하게 정성공을 말렸다. “하지만... 우리가 만났던 ‘너’는, 그걸 해낸 거다. 어떤 이유로든, 어떤 방식이었든... 그가 마스터 없이, 영맥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건 그것 때문일지도 몰라. 몸 안에 두 개의 심장이 있는 거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 정성공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를 가만히 보던 아처가 커다란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미안하다. 너를 괴롭게 하려고 꺼낸 말은 아니었어.” “알고 있다. 난... 난 그저 나 자신을... 그를 용서할 수 없을 뿐이야. 너를 전혀 모르는 나라면 모를까, 그는 영월 의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나이지 않나. 그런데 그런 짓을......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 “명의 재건을 무엇보다 바라고 있다. 그걸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거고. 하지만 그만큼 너도 내겐 소중한 존재야. 너를 모독하는 짓은... 그것만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다. 그러느니 차라리 목숨을 끊겠어.” 정성공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했다. 아처는 부드럽게 웃고는 가만히 그의 손을 끌어다 자신의 뺨에 가져다댔다. “너의 진심을 내가 모를까. 그러니 그런 말만은 하지 말아다오. 목숨을 쉽게 내던져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그만큼 진심이라는 거다.” 내심 토라진 목소리를 냈던 정성공이 그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고 시선이 얽히고, 이어 기다렸다는 듯 깊은 입맞춤이 이어진다. 아처는 매달리듯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 날 자신을 만나고 싶었다고 얘기하던, 그 애틋하고도 슬픈 얼굴을 지워버리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