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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긴 플롯이 된 이유로 문장은 가볍게, 전개에 중점을 둡니다.
사무라이 렘넌트 스토리 기반이지만, 완전히 다른 별개의 if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건 아래를 참조해주세요.
또한, 사무라이 렘넌트의 전체 스토리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스포일러를 좋아하지 않거나 해당 내용을 보지 않으신 분의 열람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정궁 메인입니다.
설정
1. 아처조가 탈락하지 않음, 떠돌이 버서커를 아처조가 처치
2. 어쌔신은 탈락, 도로테아와 세이버조가 힘을 합쳐 츠치미카도를 처치하고 영맥에 간섭하던 주박을 제거
2-1. 아처조는 라이더조를 상대, 우시고젠에게 일격을 먹이는 데에 성공함
2-2. 이후 우시고젠이 모아두었던 보구를 발동하려는 순간 랜서조의 난입으로 라이더조 탈락(우시고젠 사망), 유이는 도로테아에게 인계됨
3. 랜서조와 세이버조 격돌, 이오리가 치에몬을 먼저 처치하면서 잔다르크가 소멸(랜서조 탈락)
4. 캐스터인 히에다노 아레는 츠치미카도가 죽은 후 행방불명(소멸확인 불가능), 무사시는 이오리와 전투 후 만족스럽게 소멸(버서커조 탈락)
5. 최소 다섯 기의 서번트가 탈락한 가운데, 아처조와 세이버조는 영월을 사이에 두고 마지막 싸움을 결의
동맹의 마지막 날, 이오리와 정성공은 술을 나누며 함께 했던 날을 돌아보고, 마지막까지 각자 후회 없는 싸움을 하자고 결의했다. 세이버와 아처도 점점 둥글어지는 달을 보며 마음을 다지던 중. 세이버는 이오리에게 연애 감정은 없으나 아처와 정성공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입맞춤 이상의 깊은 접촉을 한 관계. 세이버는 한 번 결혼을 했던 유부남(유부녀?)로서 이오리보다 능숙하게 아처조의 사이가 보통이 아님을 눈치채고 있었다.
“아처, 너는 전에 정성공에게 소환된 것으로 네 소원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얘기했지? 훌륭한 주군을 만나, 그를 보좌하면서 싸우고 싶다고.”
“그랬지. 뭐,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라는 이유로 영월을 양보하지는 않을 거지만 말이다.”
“그거야 당연하지! 그렇게 얻어서는 나도 마음이 차지 않아. 무엇보다, 우리 마스터의 소원도 함께 걸려 있으니까.”
“동감이다. 이오리가 무슨 소원을 빌 건지에 대해선 짚이는 바가 없지만... 분명, 포기할 수 없는 소원이겠지. 나의 마스터도 마찬가지고.”
세이버와 함께 술을 마시던 아처가 긴 숨을 내뱉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전쟁은 결국 승자와 패자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아. 패자만이 남는 전장은 있어도 모두가 사이좋게 보상을 쟁취한다는 건 허상이다.”
“……맞는 말이야.”
“동맹을 먼저 제안했던 것에 후회는 없고, 세이버, 너와 이렇게 잔을 나누는 사이가 된 건 기쁘다. 나의 마스터도 분명 같은 마음이겠지. 다만…….”
술잔을 다시 입가로 가져가던 손이 멈추었다.
“……조금의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
“우리의 싸움이 끝난다는 건, 너는 물론이고… 각자의 마스터와도 헤어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서번트들은 이미 죽은, 오로지 영월의식을 위해 소환된 자들. 이 싸움이 끝나면 소원이 이루어지든 아니든 이 시대와는 작별해야 한다. 술잔을 만지작거리던 세이버가 물었다.
“……아처, 너는… 괜찮은 거냐?”
“뭐가 말이지?”
“나도, 이오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카야는 두 말할 것도 없어. 정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너와 헤어지는 것도 아쉽다. 하지만… 너와 정은, 분명 나와 이오리가 서로를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까운 사이지 않나.”
눈을 동그랗게 떴던 아처가 빙그레 웃었다.
“벌써 들켰을 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티가 났나?”
“흥, 부인이 있는 사람의 눈을 무시하지 말라고. 연심이 담겨 있는 시선 정도는 진작 알아채고 있었으니까.”
“이거야 원, 나도 마스터도 풋내기 같은 실수를 했군. 뭐, 반드시 숨겨야 하나 하면 굳이 그럴 것도 아니었다만…….”
설령 그렇다 해도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숨길 수 있을까. 서로가 손을 얽고 눈을 마주쳤을 때부터 서로의 마음도 들통나버린 것을. 그 언젠가의 밤, 그와 입맞추고 끌어안은 순간 아처는 더는 이 감정을 깨닫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직감했다.
‘연모한다, 아처. 너 이외의 사랑은 생각할 수도 없어.’
살아 있는 자의 체온. 간절한 고백. 그 모든 것이 눈물이 흐를 만큼 달고 또 아름답고, 기뻐서.
‘……나 역시도. 오로지 너만을 사모한다. 나의 주군, 나의, 명엄……’
ㅡ그러나 그것도 곧, 끝난다.
정성공과 아처는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다. 머리로 알고 있었다는 것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마음을 달랠 틈을 주지 않고, 무자비한 결말은 시시각각으로 다가와 연인뿐 아니라 오랜 전우의 관계마저 냉혹하게 갈라놓는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만약……”
술잔을 기울이던 세이버가 손을 멈췄다.
“영월이 모든 소원이든 들어주는, 그야말로 ‘마법 같은’ 것이라면… 어쩌면 죽었던 우리 서번트들도 다시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처를 빤히 바라보던 세이버가 툭 내뱉었다.
“그걸 원하나? 아처.”
“…….”
“정성공도 그와 같은 마음일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지.”
술을 다 마신 아처가 빈 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세이버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눈 앞에서 잃어야 하는 슬픔은 잘 알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알기에, 세이버는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처는 웃었다.
“정해진 것들을 부수거나 바꿀 순 없어. 하지만 단 하나,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이 있지.”
“……어떤 것?”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가 싸우는 뒷모습을 지키고, 함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너희와 가장 후련한 싸움을 하게 되는 것 말이다.”
눈을 깜빡이던 세이버가 그제야 웃었다.
“그건 나도 바라는 바다! 너는 좋은 녀석이야, 아처. 그렇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 상대하고 싶다.”
“아아.”
“그러니 너도, 정도 최고의 실력으로 덤벼라!! 약속이다!”
“그래. 저 달에 걸고 맹세하지.”
젊은 책사와 젊은 황자의 진심어린 맹세와 약조. 그리고 주고받은 잔.
그 모든 것들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름답게 패배하여 저물어가는 불꽃도,
잔잔히 넘실거리다가 고요해지는 물결도.
그 어느 것 하나, 주인공이 아니었다.
영월을 눈앞에 둔 하필 그 상황에서.
연회의 바로 다음날이었다. 마지막 싸움을 위해 영월을 옮겨둔 센소지에 이동한 세이버조와 아처조. 그때까지만 해도 전우와 싸워야 한다는 현실감,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다는 비장함을 느끼고 있던 때였다. 그러나 센소지에 발을 들인 넷은, 동시에 뭔가 어색함을 느끼고 자리에 멈춰섰다. 지금까지 영월의 식으로 조종당하거나 생기를 빼앗긴 자들을 많이 보았지만, 그 주변에 맴도는 기운은 그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죽음. 오열. 절망. 애환. 집착. 저항, 포효, 애원, 애원, 지독한 살의.
“……세이버, 이건……”
“그래. 아무래도 뭔가 심상치 않아. 누가 먼저 영월을 건드렸을지도 모르겠어.”
세이버와 이오리가 말을 주고받으며 검을 뽑는다. 아처와 정성공도 각자의 무기를 쥐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뭔지는 몰라도 굉장한 일을 벌였군. 이렇게까지 불길하고 음산한 기운은 처음……”
정성공이 중얼거리며 한 발을 내디디려 할 때였다.
“마스터!!”
아처의 외침과 그의 발 앞에 화살이 꽂힌 건 동시였다. 그 다음에 쏟아지는 건, 셀 수 없는 양의 철의 비. 불이 붙은 화살이 삽시간에 땅을 태우고 본당마저 불태우기 시작했다. 정성공에게 날아드는 화살을 거칠게 쳐내던 아처가 문득 생각했다. 이건……
“이건… 아처의 기술과 같잖아!”
“하지만 아처는…”
세이버가 아처를 보았다. 그도 그 사실을 깨닫고 당황하고 있음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도 알 수 있었다. 아처와 등을 맞대고 있던 정성공의 코앞에서 불기둥이 치솟았다. 빠르게 옆으로 구르긴 했지만 옷의 그을림은 피할 수 없었다.
“마스터!”
“아처, 오지 마라! 이 자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분명 ‘나’를 노리고 있어!!”
마스터를 지키는 것이 서번트의 의무. 하지만 누군가가 마스터를 노리고 있다면, 그를 쓰러트리는 것 또한 서번트의 일이다. 입술을 깨문 아처가 몸을 돌렸다. 다행히 세이버와 이오리가 정성공의 곁으로 달려가는 게 보였다. 그 둘이라면 안심하고 주군을 맡길 수 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캉!!!!!!!
아처의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드는 무기를 가까스로 튕겨낸 아처가 뒤로 물러서며 화살을 쏘았다. 여전히 그는 그림자를 뒤집어쓴 듯 정체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가 거대한 활을 소환하여 정성공 쪽을 향해 쏘았을 때 아처는 확신했다. 최소한 그는 자신을 알고 있다. 어쩌면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자신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리 없다…
“감히 내 앞에서 주군을 노리는가. 배짱 한 번 두둑하군!!”
화살을 쳐낸 아처가 드물게 검을 소환했다. 빈틈을 보인 상대를 향해 빠르게 돌격하여 검을 내리쳤다. 검을 막은 건 튼튼하고 기다란 봉이었다. 마치 정성공이 쓰는 것과 같은, 그러나 좀 더 마술 술식이 많이 새겨지고 부적이 여러 개 휘감긴…
“……?”
아처는 머리가 아찔해졌다.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서번트인 그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아처 말고 하나 더 있지 않은가. 적을 가리고 있던 어두운 기운이 조금씩 걷혀갔다. 정확하게는, 그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아아—… 그리운 얼굴이구나.”
사내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검을 잡은 아처의 손이 흔들렸다. 가까스로 검을 다잡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이었다. 빨리 밀어내야 한다. 동요했다는 사실을 들키기 전에. 하지만 아처는 보고 말았다. 무기를 맞대고 가까이 서 있는 사내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는……
“하앗!!”
사내의 뒤로 접근한 세이버가 기습 공격을 시도했다. 유연하게 빠져나간 그가 부적 여러 장을 던졌다. 단검처럼 날카롭게 날아가던 부적은 도중에 위협적인 불덩이가 되어 적과 넷의 사이에 경계를 만들었다.
“아처! 무사한가!?”
이오리와 함께 달려온 정성공이 급히 아처를 살폈다. 괜찮다고 말해야 했지만 아처는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너, 정체가 뭐냐!? 우리의 싸움에 끼어들고, 거기에 난데없이 정을 노리기까지……어?”
분노해 호통치던 세이버가 문득 바보같은 소리를 냈다. 당연했다. 이토록 환하게 타오르는 불꽃을 사이에 두고, 상대의 얼굴을 보지 못할 수는 없었다.
“세이버?”
“…말도 안 돼… 어떻게……?”
세이버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은 그를 부른 이오리가 아닌 정성공을 향해 있었다. 그순간 정성공도 뭔가에 홀린 것처럼 자신을 공격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의 복식은 정성공보다 좀 더 화려했고, 간단한 경갑으로 무장한 상태였으나 알아보지 못할 수 없었다. 세차게 솟아오르는 불길이, 머리를 높게 올려묶은 사내의 차가운 눈을 비췄다. 서른 후반에서 마흔 초반 정도의 얼굴, 그러나 붉은 색채에 비해 얼어붙은 듯 싸늘하고 무감정한 눈엔 검날 같은 살의가.
“정… 성공……?”
당혹을 감추지 못하는 이오리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그러나 정성공 본인도 이를 부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뒤늦게 알아차렸다. 높게 올려묶은 사내의 머리에 꽂혀 있는 비녀. 그것은, 그것은 분명—
“젠장!!”
세이버의 울분 맺힌 욕설에 정성공은 현실로 돌아왔다. 맞은편의 정성공 — 그 사내의 손엔 영월이 들려 있었다. 그는 보란 듯이 영월을 거센 화염으로 감싸고선, 점점 작게 만들더니 주먹으로 강하게 움켜쥐었다. 거대한 마력의 파장이 그들을 덮쳤다. 밀려나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던 그들은 뒤늦게 보았다. 정성공의 손을 뒤덮은 검은 진흙이 아주 천천히, 그의 몸으로 스며들고 있는 것을.
“대체 무슨 짓을……”
“…….”
사내는 — ‘정성공’은 대답하지 않는다. 단지 시체 같은 눈으로 맞은편의 정성공을 흘긋 바라보았을 뿐. 그는 말없이 몸을 날렸다. 이어서 지붕 위로, 그리고 그 너머로.
“놓칠까 보냐!”
“잠깐, 세이버!”
달려가려던 세이버가 멈춰섰다. 아처와 정성공 전부 금방이라도 실신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비틀거리는 정성공을 부축하며 이오리가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일단 돌아가자. 무작정 달려드는 건 위험해.”
“……알겠어.”
고개를 끄덕인 세이버가 아처에게 다가갔다. 아처 역시 드물게 핏기가 없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가 서 있던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처—”
“명엄……이었다.”
세이버가 입을 다물었다. 아처의 떨리는 손이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모를 수가… 모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분명…… 분명 그는 나의……”
“…….”
“……어째서…….”
혼란이 가득한 밤. 끝맺지 못한 전투. 또 하나의 ‘정성공’의 등장. 영월의 탈취. 이 모든 것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그의 진정한 목적은 도대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