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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렘넌트 2회차+특정 루트 엔딩 스포일러가 있습니다.(각 진영 이전)
이하 설명을 돕기 위한 개인적인 추측 추가,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읽지 않으시길 권장합니다.
트레져박스에 추가된 아처조의 소설 내용과 이어집니다.
한줄기 빛 루트 스포일러 포함. 2장에서 아처와 정성공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성공의 코앞까지 공격이 왔었다는데 원거리에 능하고 기습 대처가 빠른 클래스인 아처가 막지 못했을까? 그리고 왜 미야모토 이오리를 동맹 진영으로 선택했는가? 에 대하여... 「처음부터 아처조는 어쌔신과 싸우지 않았고, 뱀의 괴이에 대해서만 안 채로 세이버조에게 접근했다」는 가설에서 이어진 내용입니다. 아처조가 어쌔신과 붙은 장소를 명확히 말하지 않은 점, 어쌔신 이전에서 아처조가 등장하지 않고 또한 도로테아와 어쌔신이 아처조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 도로테아가 한줄기의 빛 엔딩 당시 세이버조는 원래 적당한 때에 버릴 생각이었는데 못 버린 게 아니냐며 떠본 점 등으로 보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글을 다 쓰고 보니 도로테아가... 영맥에 간섭한 자를 추리하는 선택지에서 아처조를 고르지 않았어서 도로테아가 아처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보지 못했네요 ㅇ<-< 혹시 그부분에서 아처조와 어쌔신이 붙은 게 언급되었다면 그냥 편하게 날조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하 본문)
“동맹 제안?”
“그래.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적의 적은 나의 아군이란 거다.”
아카사카에 차린 임시 거점에 슬슬 익숙해져갈 무렵이었다. 수하를 보내 정보를 수집하던 정성공은 주유의 제안에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냈다.
“과연. 영월 의식이란 7기의 마스터와 7기의 서번트가 싸우는 전쟁이라 했지. 나를 제외한 여섯이 처음부터 동맹을 맺고 시작하지 않았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ㅡ”
“설령 그렇다 해도 결과적으로는 서로 죽여야만 하는 상대다. 굳이 무력으로 부딪혀서 힘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 설령 동맹이 있더라도 그 틈을 파고들어 무산시키면 될 일이다.”
주유가 팔짱을 끼며 농조로 덧붙였다.
“뭐, 숫자가 홀수이니 아쉽게도 천하삼분지계는 무리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해볼 만하지 않겠나. 모이는 정보에 의하면 마술사가 아닌 자들도 여럿 있는 모양이니 말이다.”
“과연. 우리 진영엔 술법에 능한 도사들도 있고, 마술 예장도 제법 갖추고 있으니까. 이쪽에 능하지 않은 자라면 잘 구슬릴 수도 있겠군.”
진지하게 턱을 매만지던 정성공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무겸비에 책략능통인 대군사가 있지. 그 이름을 대면 누구라도 손을 잡지 않고선 못 배길걸.”
주유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상대의 그릇을 재어보며 말을 아끼던 게 엊그제 같건만, 같이 아카사카의 괴이를 퇴치한 일 덕분인지 정성공은 그에게 제법 마음을 연 모양이었다. 물론 태도가 어느 시점부터 바뀌었는가를 따지자면 그보다는 좀 더 일찍이고, 굳이 그걸 떠올리자면 그럴 이유도 없다마는… 넘치는 자신감만큼은 그야말로 장군의 기백이니, 주유는 거리를 성큼 좁히는 그를 마다할 수 없었다. 작게 웃은 주유가 보란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내 환심을 사보란 말은 아니었다만. 연습할 상대를 잘못 고른 게 아닌가?”
“이런, 너에겐 너무 빤한 칭찬이었나? 이거야 원, 영 홀리기 쉽지 않은 상대라니까.”
장난스레 대꾸한 것도 잠시, 정성공이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내리며 고개를 곧게 들어 주유를 바라보았다. 결의를 품은 색채는 홍옥처럼 영롱하고, 입가에 내건 미소는 부드러우면서도 꾸며냄이 없이 그저 올곧은 진심으로 가득 차 있다. 주유는 무심코 홀린 듯이 그 눈을 들여다보았다. 자신에게 반하게 해보이겠다는 속내, 그저 젊은이치고는 나쁘지 않은 대담함 정도로 생각했건만.
‘이건, 제법……’
“하지만 너를 향한 신뢰엔 한 점의 과장도 없다. 아카사카에 도착했을 당시 네가 보여준 무술은 춤처럼 아름다웠고, 차례로 내세우는 계책은 잘 짜인 음악처럼 오차가 없으니 고결하게 느껴질 정도다. 가장 자랑스러운 패로 내세우지 않을 이유가 있나?”
“…….”
주유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꿈을 맡길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사내’가 아니다. ‘자신의 소망뿐 아니라 등도 내어줄 수 있는 사내’였다. 언제 그가 마음을 열었는가는 역시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
‘…내가 언제 반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것을.’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 주유가 그를 마주보며 부드럽게 미소했다. 그를 만난 이래로 가장 경계심 없고 무른 표정이었다. 정성공은 무심코 눈을 깜빡였다.
“그렇게까지 말해주니 버틸 재간이 없군. 좋아, 그럼 이건 어떨까, 마스터.”
“…음?”
“네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 패, 유용하게 써보도록 하지. 마스터가 제안한 동맹을 상대가 받아들인다면, 나는 내 진명을 그에게 알리겠다.”
정성공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번트가 진명을 밝힌다는 건 약점을 노출하고 자칫하면 공격이나 보구의 허점이 간파될지 모르는 위험을 각오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정성공은 실로 순수하게, 그의 제안을 유용한 패를 얻은 정도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주유는 오로지 마스터를, 그를 위해서 담보로 진명을 걸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네가 생각하고 그리 판단하였다면 나 역시 따르겠노라고.
“네가 소환한 서번트다. 진명을 밝힌 정도로 쉽게 당하지 않아. 그리고 무엇보다, 네 말마따나 나는 제법 유능한 책사이니 말이다. 상대가 미끼를 물어만 준다면 다음은 일사천리지. 기대해도 좋아.”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옅은 웃음이 배어나왔다. 정성공과 비슷한, 신뢰를 배신하지 않겠다는 자신감과 허세 없는 깔끔하고도 담담한 확언. 정성공은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하하하하!! 이거 참, 이래서야 이대로 너와 함께 명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걸!!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겠어!”
“이런, 그 제안은 나도 좀 가슴이 두근거리는군. 이번 전쟁이 끝나면 진지하게 고려해주길 바라겠어, 마스터.”
오가는 말엔 거리낌이 없고 이제 마음에 남았던 일말의 벽조차 사라졌다. 그들은 서로가 있다면 최고의 승리를 거둘지도 모른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가까워진 마음이 시선으로 오가고 주고받는 말과 웃음으로 드러난다. 같은 목표를 둔 전우로서, 장수로서, 그리고 서로의 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벗으로서.
“그래서, 지금까지의 정보를 보면 누구를 먼저 노리는 게 좋을까?”
“캐스터는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으니 예외다. 버서커는… 제어가 힘들어서 마스터를 충분히 알기 전에는 섣불리 먼저 동맹을 제안하고 싶지 않군. 그 외에는 랜서, 라이더, 세이버, 어쌔신인가.”
“그러고보니 아사쿠사에서 며칠 전 건물들 여러 채가 하룻밤만에 박살난 사건이 있었다지. 그리고 아마 거기에 거점을 마련했을 것으로 파악되는 인물은……”
정성공이 정찰이 보낸 종이 몇 장을 골라 가지런히 놓았다. 하나를 뽑아 펼쳐든 주유가 가볍게 목을 울렸다.
“흐음, 미야모토 이오리, 라…”
“이천일류라 불리는 이도류 검술의 창시자, 미야모토 무사시의 양자라더군. 실제로 보진 못했으니 검술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모르겠다만, 최근 ‘서번트’로 보이는 인물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광경이 종종 목격되었다고 한다.”
정성공이 종이를 몇 장 더 찾아 넘기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검을 쓰고 있었다 하고, 기척을 숨기지 않고 인간처럼 돌아다녔다 하니 어쌔신보다는 세이버일 거라 추측중이다.”
“흐음… 랜서나 라이더 쪽은?”
“이쪽은 완전히 음지에서 활동하는 모양이더군. 특히나 라이더 쪽은 매우 주도면밀하게 움직이는지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랜서는 추적은 가능하지만, 그야말로 가능한 정도…에 가깝다고 할까. 그리고 하나같이 꺼림칙한 기운이 든다는 보고를 해왔어. 만약 동맹이 운 좋게 성사된다 해도 잘 굴러갈지 의심스럽군.”
보고서를 읽어내려가던 주유의 눈이 한곳에 고정되었다. ‘뱀 괴이의 출현’, ‘기이한 재생력과 치명적인 독으로 전투에서 고전’, ‘인간으로는 부릴 수 없는 생물, 서번트의 소환수로 추측’……. 주유가 눈매를 부드럽게 휘었다.
“……이게 좋겠군.”
“무엇 말인가? ……흠, 뱀의 괴이? 캐스터일까?”
“캐스터로 보기엔 마법의 흔적 없이 출현했다는 것, 그리고 인간에게도 해를 끼치는 독을 뿌린다는 것이 신경 쓰여. 마법적인 것보다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공격에 특화된 소환수다. 게다가 소환자의 기척은 전혀 찾을 수 없고, 그럼에도 인간이 다룰 수 없다고 판단될 정도로 힘은 강력하다면. 답은 간단하지.”
주유가 입꼬리를 밀어올렸다.
“어쌔신이다. 그리고 그를 이용해서 세이버와 그의 마스터 ㅡ 미야모토 이오리를 우리 편으로 만든다.”
이중 삼중으로 계획된 덫이 차차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어쌔신의 뱀 괴이와 세이버가 맞붙도록 유도하고, 적당한 때를 노려 시간을 번 뒤 그들을 빼돌린다.
“설령 그들에게서 동맹을 끌어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정보 교환과 그의 전력은 파악할 수 있을 테지. 어떤가, 마스터?”
정성공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흠잡을 데 없는 작전이다. 그럼, 밀정에게 뱀의 괴이와 세이버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라 이르지.”
“좋은 판단이다.”
부드럽게 미소한 주유가 정성공을 바라보았다. 그는 금세 진지하게 부하들의 배치와 구체적인 작전을 짜느라 여념이 없었다. 마치 천하 지도를 펼쳐두고 패기 넘치는 눈으로 전략을 논하던 옛 주군처럼.
‘허나, 그는 손책이 아니다.’
주유는 지나간 허상에 매달리거나 오래도록 추억하기엔 지나치게 냉정했고,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고인의 그림자를 덧씌우기엔 눈부시도록 찬란했고 또렷했다. 전쟁을 거듭하고 있는 자가 이토록 생기가 넘치고 반짝거릴 줄이야. 주유는 탄복하듯 낮게 숨을 내뱉으며 눈을 감았다.
“네가 이겼군.”
“응? 지금 뭐라고 했나, 아처?”
도로 눈을 뜨면, 그는 진지함은 간데없이 어린애마냥 물음표를 띄우고 주유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주유가 장난기 어린 투로 말을 받았다.
“내가 너에게 푹 빠져버렸단 뜻이다.”
“아, 그래? 그건 잘된………… 아?”
사내의 얼굴이 그 눈동자처럼 새빨간 빛으로 물들어간다. 주유는 태연히 몸을 돌려 문가로 걸음을 옮겼다.
“그럼, 논의는 끝났으니 난 정찰이라도 하고 오지. 용무가 생기면 언제든지 불러다오.”
“자, 잠깐만!! 지금 말은 대체ㅡ”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산뜻한 미소로 인사를 마친 주유가 곧장 문을 닫아버린 탓이었다. 혼자서 귀끝까지 붉히고서 허망하게 그가 나간 자리를 바라보던 정성공이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거칠게 문질렀다. 심장 소리가 요란했다. 아까까지 작전으로 가득 차 있던 뇌리는 새하얀 백지가 되어 있었다.
“……이건 반칙이잖아…”
앓는 소리를 내며 정성공이 이마를 짚었다. 한 번 오른 열은 그의 마음처럼 쉬이 가라앉아 주지 않았다. 주유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는 듯이 가벼운 걸음으로 정문을 나설 때까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