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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노사카가미( in 사카모토 료마) > 타카스기 신사쿠입니다. 커플링은 아마타카로 표시하나 사귀지 않습니다.
각혈 묘사, 강제 키스 묘사 있습니다.
타카스기와 사카모토의 관계는 연애 감정 없는 친구(?) 사이라고 상정하고 있습니다.
보신 성배 전쟁 이후부터 료마 위기일발 이벤트 스토리 이전대의 어느 시점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짧습니다.
타카스기는 무방비한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편이다. 철두철미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일부러 보란 듯이, 과장해서 무방비한 척을 하며 상대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해야 할까. 반드시 이쯤에서 공격해오겠지 하고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으면 맥빠지게도 식상한 농담 하나만 던지고 지나쳐버린다든가. 지금 상황에서 뭘 할 수 있겠냐고 방심한 순간에 파고들어 급소를 찌르곤 경박하게 웃으며 삿대질을 한다든가. 그가 ‘사카모토 료마’이기 이전부터, 정확히는, 사카모토 료마가 ‘사카모토 료마’였을 적부터 그런 식이었기에 그는 어느 순간부터 사카모토의 기억을 헤집어대는 걸 그만두었다. 속을 알 수 없으니 아군이라 한들 방심할 수 없고, 당장의 호의도 어떠한 변덕으로 살의가 될지 가늠이 안 되니 떠보거나 끌어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
적어도 그때까지의 사카모토 료마 - 아마노사카가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뭐, 야.”
“…….”
“……용건 없으면, 꺼져… 쿨럭, 쿨럭……”
평소처럼 무례하게 내뱉는 어투가 피로 얼룩진다. 깡말라서는 뼈대만 두드러진 손가락 사이로 덩어리진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결핵이라 했던가. 생전의 사인이었던 병이 지금도 그에게 남아 있다는 건 뜻밖이었다. 아마 타카스기도 그러했겠지. 그래서 지금 이 사실을 알아챈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걸 테고. 사카모토가 어깨를 으쓱였다.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이런 걸로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같은 배를 탄 아군이잖아?”
“그건, 콜록, 당연한 거지. 그 분간도 못 하는 놈하고, 손 잡았을까봐… 쿨럭,”
“그럼 왜?”
사카모토가 한 발 다가서자, 타카스기가 비틀거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육체의 내구도가 떨어지며 체내의 마력도 불안정하게 요동치는 형상이 빤히 보였다. 이제 타카스기의 코에서도 피가 흥건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겉치레로나마 남아 있던 미소가 입가에서 사라졌다. 차라리 말마따나 이게 네놈의 약점이렷다, 필요할 때 이용해주지! 하고 즐거웠으면 좋았을 뻔했다. 걱정? 분노? 아니면 한심함에 대한 경멸? 나약함에 대한 혐오?
“어리석구나, 타카스기 군.”
“헛소리…… 더 다가오지, ……쿨럭!! 커흑, 욱… 쿨럭, 쿨럭…”
다시금 피를 토해낸 타카스기가 괴로운 듯 가슴을 움켜쥐었다. 입가부터 손, 가슴을 타고 배에 이르기까지 온통 씨뻘건 선혈로 범벅이었다.
타카스기 씨를 도와야 해……
“…….”
서늘하게 빛나던 금색의 눈이 길게 가늘어졌다. 동시에 몰려오는 다급함, 간절함, ……벗을 향한 동정심? 이 남자는 정말 지치지도 않고 역겨운 감정을 발판삼아 꾸역꾸역 기어오른다. 문득 여전히 비틀대면서도 저에게서 벗어나려고 하는 사내에게 시선이 꽂혔다. 그래, 지금은 너도 나도 마력이 필요할 때지. 두 걸음만에 성큼 거리를 좁힌 사카모토가 타카스기의 팔을 잡아끌었다.
“…-!!”
소리를 지르려는 입을 먼저 빼앗고 피로 젖은 살덩이를 아프도록 빨았다. 익숙한 피맛이 금세 입안을 채우고 소란한 잡음을 덧칠해 지웠다. 타카스기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그를 밀어냈지만 뜻대로 해줄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되레 입을 비집어 들어가 타액과 함께 고인 피를 맡아놓은 것마냥 탐욕스럽게 삼키고 헤집는다. 기어이 물린 혀애서 피가 흘렀다. 아랑곳 않고 그의 혀를 감아 아프도록 당기고 빨면 그제야 목구멍을 타고 괴로운 신음이 기어나왔다.
ㅡ이제야 조용해졌군. ‘둘 다’.
사카모토는 그의 입꼬리에 들러붙은 혈액까지 꼼꼼하게 핥으며 만족스럽게 눈을 휘었다. 피를 너무 흘린 탓인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타카스기는 이제 상대하기도 질렸다는 듯 눈을 찌푸려 감고 있었다. 제게서 떨어지려는 손을 일부러 힘주어 쥐고선 사카모토는 피비린내 나는 입을 한참 훑고 제 타액으로 뒤덮었다. 잇자국이 선연히 남은 혀 끝에서 피가 아닌 밍밍한 맛이 느껴질 때까지.
“…끈질겨.”
타카스기가 내내 그를 붙잡고 있던 손을 뿌리쳤다. 사카모토는 순순히 물러섰다. 각혈은 이제 멈춘 모양이었다. 아까보다 훨씬 지쳐보이긴 했지만.
“감사의 인사는?”
“진심으로 하는 말? 원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달려들어놓고는 바라는 게 많네, 너.”
“섭섭한걸. 뜻을 같이 하는 동지로서 응당 줘야 할 것을 베풀었을 뿐인데.”
소매로 입을 벅벅 문질러 닦는 타카스기는 코웃음도 치지 않았다. 사카모토도 더 물고 늘어지지 않기로 했다. 시간은 많고, 언제든 기회는 또 올 터였다. 자신뿐 아니라 그에게도 필요한 것이 있으니까. 달콤한 착각을 확신이라 넘기며 사카모토는 다시금 웃음 지었다. 어쩐지 즐거웠다. 이 육신에 깃든 후로 온전히 느껴보는 우월감이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불러도 돼, 타카스기 군.”
마지막까지 가라앉아 있던 시선의 저의도 담아두지 않았을 만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