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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커피로 신청주신 무우x데스마스크입니다!
하데스와 아테나의 성전 후 전원 부활했다는 설정입니다. 무인 이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외 공식과 상관 없는 개인 설정 있습니다. 신청 감사합니다!
솔루션
무우 x 데스마스크
“그렇게 하죠.”
“……다짜고짜 와서 한다는 얘기가 그거냐?”
어처구니가 없던 나머지, 데스마스크는 일어나려던 것도 멈추고 해괴한 표정만 지은 채로 멈춰 있었다. 무우가 그의 앞에 우아하게 자리잡았다. 아테나가 성전에서 승리한 후 어언 반 년만의 일이었다. 얼굴을 마주보는 것도, 여유롭게 말을 섞는 것도.
명계에서 하데스의 권속으로 부활했던 건을 차치하고서라도, 같은 골드 세인트인 도코의 목숨을 노린 데다가 캔서의 골드 크로스에게까지 버림받았던 데스마스크에게 ‘두 번째의 삶’이란 과분하기 짝이 없는 보상이었다. 그 자신조차도 귀를 의심했을 정도니 다른 이들은 오죽했을까. 사가나 아프로디테, 슈라 쯤이라면 변명의 여지라도 있겠지만, 세인트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한 그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가당찮기나 한가. 그러나 여신의 결정을 거부할 권리는 당연히도 그에겐 없었다. 망자들이 즐비한 거해궁으로까지 돌아오게 된 뒤엔 헉웃음이 나올 만큼 따분하고 평화로운 일상까지 즐기게 된 참이었다.
그런데 뭐? 뭘 그렇게 해준다고? 게다가 나를 가차없이 문앞에서 쫓아냈던 주제에!
“아, 됐고, 걍 가라, 가. 지금까지 거들떠도 안 보던 녀석이 뭘 해준다 만다야.”
“최근에 책을 하나 읽었는데 말입니다.”
“듣는 시늉조차 안 하는 거냐!”
“행동에 반응하는 건 부정적인 학습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서라도 관심과 대응은 필수적이라더군요. ”
일부러 사람을 골탕먹이러 왔어도 이렇게는 안 할 거다. 시온은 인자하기라도 했지, 그 제자인 무우는 대체 그에게서 뭘 배운 건지 영 딱딱하고 재미가 없었다. 피차 껄끄러운 사이면서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속을 긁는 건지. 대놓고 혀를 찬 데스마스크가 손을 내저으며 돌아누웠다.
“뭔지 모르겠지만 난 니 관심 같은 거 눈곱 만큼도 필요없거든.”
“그런 것치고는 너무 시끄럽던데요. 애 같다고 생각하진 않으려 했지만 정말 유치하군요, 데스마스크.”
“그게 그거잖냐!! 나이는 나보다 어린 게 자꾸…!”
벌떡 몸을 일으킨 데스마스크가 목청을 높이다 멈추었다. 무우는 여전히 덤덤하고 평온한 눈을 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껄끄러운 건 데스마스크 혼자뿐일지도 모른다. 그는 여전히 아리에스의 골드세인트이고, 골드 크로스도 더할 나위 없이 고고하게 반짝거리고. 그에 비해 거해궁에 돌아왔다뿐이지 데스마스크에게 남은 건… 데스마스크는 괜히 제 머리를 박박 긁고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그래서. 내가 뭘 시끄럽게 굴었는데?”
“정확하게는 이 거해궁 전체겠네요. 이곳을 거치는 병사와 시녀들로부터 요청이 끊이질 않습니다. 거해궁에서 망령의 울음이 자꾸 들려온다고.”
“죽은 녀석들이 우는 걸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미리 말해두는데, 난 그녀석들에게 난리치라든가 소란 피우라고 명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하지만 방치는 했죠. 아닙니까?”
데스마스크는 입을 다물었다. 무우의 시선엔 여전히 질책도 분노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이 드러나는 녀석이었다면 이렇게 어려운 대화가 오갈 일도 없었을 텐데. 예를 들면 아프로디테나 슈라처럼. 데스마스크는 꽤나 한참 동안 그를 노려보았다. 물론 그런다고 무우의 속내가 읽히거나 그의 태도가 변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 ”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뱉은 데스마스크가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럼 어쩌란 말이야. 이제 와서 내가 캔서의 골드세인트 노릇을 하는 것도 웃기잖아. ”
“역시 그것 때문이었습니까. ”
캔서의 골드 크로스. 데스마스크는 ‘삶’을 허락받았을지언정 다시 골드크로스를 걸치는 것만은 인정받지 못했다. 그것만큼은 여신의 권속 밖이었으니까. 캔서가 그를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여신의 성투사로서, 자신의 별과 운명을 함께하는 존재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그 결과 캔서의 골드 크로스는 수복을 명목으로 유일한 성의 수복자 - 무우의 손에서 관리되고 있고, 그는 처량하게 맨 몸으로 궁에 붙어 있는 처지가 된 것이었다. 거해궁에 들러붙은 망령들과 다를 바 없는 구질구질한 모양새로.
“하지만 당신의 능력이라면 그들을 잠재우지 못할 것도 아닐 텐데요. 더는 골드세인트가 아니니 이 궁을 관리할 의무가 없다는 이겁니까?”
“틀린 말은 아니잖냐? 당장 나가라고 해도 어유 네네 알겠습니다~ 하고 나가야 할 판국에.”
“그렇군요. 속죄라든가, 보은 같은 건 기대도 안 했습니다만. 당신이 어디서부터 멈춰 있는지 잘 알았습니다. ”
속죄? 사가의 정체를 알고서도 그의 편에 섰던 것? 보은? 자신을 되살려낸 아테나에 대한 감사와 성의? 정말 하나 같이 그와 안 어울리는 것들 뿐이라 데스마스크는 화도 나지 않았다. 무우가 손가락을 쭉 펼쳐서 내밀었다. 매일 망치나 두드리면서도 손가락은 굳은살 하나 없이 마냥 고왔다.
“첫째. 당신은 아직 캔서의 골드세인트입니다. 아테나께서 당신을 이곳 거해궁으로 데려오신 것이 그 증거입니다. 그리고 이 망령들이 당신의 혼란에 반응하여 불안해하고 오열하는 것 또한.”
“…뭐?”
상상도 못한 말이었다. 저들의 절규와 비탄이 자신의 감정에 반응한 거라고? 내가 아직 거해궁의 주인이니까? 한 대 머리를 맞은 듯 멍해진 데스마스크를 두고 무우는 말을 이어갔다.
“둘째로, 캔서의 골드 크로스는 당신에게 실망한 거지 당신을 완전히 버린 건 아닙니다.”
“그, 그게 정말이야!? ”
“무수한 성투사들 중에선 사리사욕에 손을 댄 자, 아테나에게 등을 돌린 자, 가져선 안 될 야심을 가진 자들이 수두룩했습니다. 그런 욕망조차 아테나는 인간으로서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죠. 사가와 당신들을 살린 것만으로도 설명은 충분할 거라 생각됩니다.”
데스마스크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그럼 그들 중에서…”
“당연히 다시 성투사로 인정받은 자들도 있죠. 그들은 자신이 선택한 운명에게 관대하니까요. 캔서의 골드 크로스도 당신을 포기하지 않았을 테니 기회는 있습니다.”
데스마스크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눌러보려 애썼다. 다시 골드세인트가 될 수 있다. 이곳을 나가지 않고도. 잃지 않고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꿈만 같은 이야기였지만 당연히 싫지 않았다.
“잠깐, 그럼 너는 뭘 해준다는 거야? 설마 이 말을 해주겠다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닐 거고. ”
“캔서에게서 걱정과 우려가 섞인 코스모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거해궁을 감도는 불안과 혼란함, 슬픔.”
“……그래서? ”
“당신이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고 캔서의 코스모가 안정될 때까지, 제가 매일 와서 당신의 상태를 체크하려 합니다. 그럼 데스마스크의 불안도 줄어들고 캔서와도 직접 교감할 수 있겠지요. ”
“뭐냐 이 의사 선생님 같은 말투는!!!”
“아까 말했잖습니까. 행동 교정에 관심과 반응은 필수라고요.”
진짜 이녀석, 딱 한 대만 치면 안 되나? 이를 갈며 데스마스크가 삐딱하게 무릎을 세워 앉았을 때였다. 내내 차분하게 앉아 있던 무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심코 그를 따라 고개를 들던 데스마스크가 돌연 뻣뻣하게 굳었다. 숨쉬는 것을 잊은 입술은 무방비하게 반쯤 열려 있었다.
“저도 이 참에 당신에게 관심을 좀 가져볼까 하고요. 너무 오래도록 격리되어 있지 않았습니까. 저희.”
“…….”
“통곡의 벽에서 당신을 봤던 날부터 줄곧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좀 더 일찍 많은 이야길 나눴더라면. 그때처럼 함께 힘을 모을 시간이 더 많았을 텐데 하고요.”
풍성한 벚꽃색의 머리카락이 봄내음을 풍기며 너울졌다. 그제야 정신이 퍼뜩 돌아와, 데스마스크는 향수에 취한 사람처럼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니 그러게, 심장 떨어질 뻔했잖아. 왜 그렇게 웃는 거야. 정말로 기대된다는 듯이, 준비가 다 끝났다는 듯이…
나도 그래야 할 것 같잖아.
“나, 낯간지러운 소리하지 말고! 아, 아무튼 알았으니까. 오늘은 이만 가! 할 말 다했지?”
“그러죠.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당장 더 있어봤자 할 얘기도 없을 테니.”
내일. 내일부터라고. 이젠 진짜 나도 모르겠다. 데스마스크는 애꿎은 머리만 마저 북북 긁었다. 기이하게도 망령들의 울음이 조금 잦아든 듯 했지만 착각일 터였다. 내가 무슨 개도 아니고, 단 한 번으로. 그렇게 서먹했던 녀석과의 시간 따위가 기다려질 리가 없잖냐.
“…야, 근데 너, 아까 그 학습과 반응 어쩌구 하는 그거, 어떤 책이냐?”
“아, 그거 말입니까.”
진짜로, 기다려질 리가 없다.
“<세상에 나쁜 게는 없다>는 책입니다. 관심 있으시면ㅡ”
“있겠냐!!”
데스마스크의 고함이 망령들의 소란보다 더 컸던 그날 이후. 거해궁의 분위기가 점차 차분해지기 시작했다는…어쩌면, 데스마스크 본인은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을 둘만의 솔루션의 서막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