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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익명함에 들어온 리퀘스트로 세븐 타워 시절의 스텔라 캐스터 x 클라모르입니다. 신청 감사합니다!
“이제 반성 좀 했어, 우리 도련님?”
한참 눈을 깜빡이던 노아가 곧 양뺨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그렇게 부르지 좀 말라니까. 그럼 도련님을 도련님이라 하지 뭐라고 할까? 그냥 평범하게 노아면 되잖아. 아니면 동생이라든가, 제자라든가! 의미 없는 투닥거림을 몇 번이나 반복한 까닭은 정말로 그가 불러준 별명이 싫었다기보단, 그저 생각하고 있는 걸 솔직하게 말하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것마저 읽어버린 것처럼, 클라모르는 그 말도 안 되는 투정을 다 들어주고 있었다. 잔소리는 할지언정 뾰족한 말은 절대 하지 않고, 장난을 칠지언정 그의 어리광은 다 받아주는 사람. 노아는 한참을 더 삐죽대고, 토라진 체하고, 괜한 장난을 더 늘어놓은 뒤에야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궁금하고, 알고 싶었던 탓이다. 그에게 혹시 상처가 될까 여전히 주저하면서도.
“형은 내가 왜 싸웠는지 안 물어 봐?”
“보나마나 또 내 편 들다가 그런 거겠지. 그러게 걔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말라니까. 물론 너에 대한 험담을 들었다면 참지 말라고 했겠지만.”
“하지만 그런 이유로 싸웠다고 해도 그러면 안 된다고 할 거면서.”
“당연하지. 잘 알고 있네.”
노아가 불만스럽게 의자를 탁탁 두들겼다.
“그래도 진짜 그런 일 있으면 형은 걔들 찾아가서 엄청 화낼 거지?”
“당연하지!! 설마 진짜 그랬어?”
“아니, 그러진 않았는데~! 으으, 진짜! 그러니까, 내 말은! 왜 형이 날 위해 화내는 건 되는데 내가 형을 위해 화내면 안 되는 거냐구!!”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에 클라모르는 드물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노아는 아까보다 훨씬 더 심통이 난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세모로 떴던 눈이 시무룩하게 처지자 고개도 덩달아 아래로 기울어졌다. 역시 아직 어리다고 해야할지, 기특하다고 해야할지. 이마를 짚으며 조그맣게 한숨을 쉰 클라모르가 그에게 다가갔다. 이제 겨우 열여섯이 된 아이는 한 품에 안기고도 남을 만큼 아담하고 작았다. 순수히 끌려오는 노아를 꼭 품어 안으며 클라모르가 등을 토닥거렸다.
“그래. 그러네. 내가 노아 생각을 못하고 혼만 냈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알아. 다 알아. 그래서 미안하고 고마워, 노아.”
또, 또 이런 식이다. 저들은 클라모르의 이런 모습을 알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태생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시기와 질투를 쏟아내는데도. 클라모르는 오로지 노아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분명 클라모르도 화가 날 텐데. 그가 보고 들은 것보다 더 많은 상처를 혼자서 감내했을 텐데. 왜 자신은 클라모르를 감싸주기는커녕 또 저를 안아주는 손길에 마음이 녹아버리고 마는 걸까. 표정을 숨기듯 그에게 파고들며 노아가 클라모르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나도… 형 편 들어주고 싶어.”
“이미 그러고 있잖아.”
“아무도 형에 대해서 나쁜 말 못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형 지켜주고 싶단 말이야. 형이 날 지켜주는 것처럼.”
하르케의 생전에는 그렇게 못해주었다는 미안함이 아직 남아 있어서일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클라모르를 생각하는 이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속상함은 분명 진심이기에. 다른 누구도 아닌 클라모르가 알아주었으면 하는데도 여전히 헛도는 채 닿지 않는 듯했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좁혀지지 않을 것만 같은 간극. 어쩌면 무력감에 가까운 조바심과, 아주 조금의 서운함. 입을 꾹 다문 노아의 시야에 문득 클라모르의 얼굴이 가깝게 다가왔다. 그는 여전히 다정하고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노아.”
“…….”
“노아. 내 동생.”
“……응.”
“난 네 마음만으로도 고마워. 내가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생겨서 정말 든든하고 행복하다고 얘기했었지? 난 지금도 그래. 아마 앞으로도 변함없을 거야.”
조금 풀리나 싶었던 입술이 다시 볼멘소리를 냈다.
“……그치만, 마음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잖아.”
“그렇지. 하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인걸. 나를 헐뜯는다고 해서 뭐가 바뀌어? 내가 아주 초라하고 볼품없어져? 내가 멍청해지거나, 갑자기 바보가 되기라도 하나?”
“그럴 리가 없잖아.”
“그치. 거봐. 난 쟤들이 뭐라고 하든 이 세븐타워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고, 무엇보다, 쟤들은 없는 아주 착하고 예쁜 동생까지 생겼는걸. 그게 내가 잘 지낼 수 있는 이유야, 노아야. 네가 있어서 난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따뜻한 손가락이 노아의 눈가를 훔쳤다.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날 지켜주고 있는 것도 맞아. 그치? 네 덕분에 난 이제 상처입지 않으니까.”
“……응…….”
“그래. 착하다, 우리 동생. 어디서 이렇게 착한 애가 나왔는지 몰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정말 그랬다면 그야말로 지나치게 착해서 손해만 본다고, 자기가 정말로 도움이 되기는 하느냐고 골부리고 싶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말해주는 그가 눈물이 날 만큼 소중하고, 그저 좋아서. 노아는 아무 말도 못하고 한참 클라모르를 끌어안고 있었다. 종국엔 울어서 발갛게 된 눈을 들켜서, 정말이지 귀여운 구석밖에 없다고 한창 놀림받았지만.
그래도 소년은 꿈을 꾸고, 간절히 바라고 마는 것이었다. 이곳을 나가서 한 번 더 시작할 수 있다면. 그때는 너를 외면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네가 의지할 수 있도록 손을 내밀 수 있었으면 좋겠노라고. 지금 네가 내게 그러하듯…
그 언젠가의 날에, 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