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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지크)아침, 방문
Caption "재회", "재회, 아침"순으로 이어집니다. 사망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해당 소재가 힘드신 분들께 권장하지 않습니다. 두 달이 흘렀다. 지크하트는 여전히 그의 저택에 머무는 중이었다. 마족을 싫어하는 그의 성정을 알아, 디오는 고용인들에게 그에게 가급적 접근하지 말라고 일러두었다. 그러나 우려했던 만큼 큰 마찰은 지금까지 없었다. 시종들은 디오를 대하듯 지크하트에게도 깍듯했고, 지크하트는 그들을 본 체 만 체했지만 먼저 시비를 걸거나 차갑게 대하지도 않았다. 영원을 사는 하이랜더도 나이를 먹었음일까. 디오는 천천히 걱정을 지워갔다. 의문이 남지 않았다면 거짓일 터였다. 하지만 디오는 묻지 않았다. 지크하트는 제법 수다스러운 기질이 있었다. 그가 먼저 말하지 않는다는 건 그럴 만한 화제가 아니어서일 터였다. 디오는 그 침묵을 억지로 들추고 싶지 않았다. 그저 매일 지크하트와 잠들었고, 가끔은 방에서 체스를 두었고, 서로 말없이 기대어 노곤한 오후를 보냈다. 하루하루가 충만하고 평온했다. “그래서, 그는 언제 보여줄 거야?” 사인을 이어가던 펜이 멈추었다. 레이는 소파에 불량하게 기대어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있었다. “알고 있었군.” “모를 리가 있어? 이 몸을 속이려고 하다니 천 년은 멀었다고, 디오.” 레이는 어조와 달리 꽤 심드렁한 기색이었다. 어쩌면 실망한 걸지도 몰랐다. 레이 역시 그랜드 체이스의 일원이었고 그의 동료였다. 아무리 싫다고 으르렁대고 싸우기만 했어도, 이렇듯 일방적으로 무시당하면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디오에겐 그럴 이유가 있었다. ‘레이한테는 말하지 마. 말해도 내가 만나기 싫다고 해.’ ‘나는 네 의견을 존중하지만, 그녀를 설득하려면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할 텐데.’ 지크하트는 꽤 오래도록 침묵했다. 이어 나온 답변은 너 무 작아 들리지도 않을 정도였다. ‘……여기까지 오는 데도 오래 걸렸어. 아직은 그녀까지 마주할 자신이 없어.’ 지크하트의 어깨가 유달리 작아보였다. 어쩐지 쓸쓸하고 텅 빈 듯한 눈도, 꾹 다물린 입술도 전부 안쓰러웠다.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디오는 때때로 생각했지만 결국 알 수 없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더군.” “하아?” “그렇게만 알고 있어라. 조만간 만나게 되겠지.” 멈췄던 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이가 노발대발할 거라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조용했다. 뭔가 골똘히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리르의 말이 맞았나 보네.” 펜이 도로 멈췄다. “…엘프?” “그래. 지크하트를 만났었다고 편지를 보냈더라. 썩 좋은 내용은 아니었어.” 레이가 다른 대원들과 간간이 소통하고 있는 줄은 알고 있었다. 디오도 거진 몇백 년 전까지는 연락을 했었으니까. 하지만 차츰 안 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할 수가 없었다. ‘진은 에이미 옆에 묻어줬어.’ ‘아신이 많이 슬퍼하던데 걱정이네.’ ‘엘리시스도 몸이 많이 약해졌다더라. 리르가 옆에서 간호하고 있다고 들었어.’ “…….” 디오의 눈이 느리게 커졌다. 지금까지 묻지 않았고,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무언가를 결국 깨달아버렸다. 디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 다리가 조금 시끄럽게 바닥을 긁었다. “그녀가 뭐라고 보냈지?” “으응. 아직은 알 때가 아닌 것 같네.” 레이가 장난스레 대꾸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레이도 나이를 먹었고, 더는 철부지 말괄량이가 아닌 어엿한 마계의 한 영주였다. 디오를 잠시 응시하던 레이가 손을 흔들며 몸을 돌렸다. “궁금하면 그에게 직접 물어보든가. 내가 할 얘기는 아니잖아?” “…….” “오늘은 이만 갈게. 지크하트한테 다음엔 얼굴 정도는 보여달라고 전해줘.” 달칵. 문이 열렸다 닫혔다. 알프레드와 레이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리다가 멀어졌다. 그러고도 한참을 못 박힌 듯 서 있던 디오가 문득 어딘가로 향했다. 오래도록 잠가두었던 서랍을 여는 그의 미간이 미묘하게 구겨져 있었다. 하나, 둘, 페이지를 침착하게 넘기던 손이 멈추었다. 그가 찾던 내용이 그 안에 있었다. 디오는 방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