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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그랜드체이스 명계 후반부 스토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괴로웠다. 기습으로 입은 부상 탓은 아니었다. 튼튼함을 타고난 육체는 수 초만에 회복되었고, 마력도 살의도 거짓말처럼 충만했다. 그럼에도 시야는 열이 오른 양 어지러웠고 수천 바늘을 삼킨 듯 목이 따끔거리고 먹먹했다. 디오는 결국 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도 몸이 무거워, 자꾸만 물 먹은 종잇조각처럼 고꾸라질듯 했다.
레이가 가버렸다. 행위는 납치에 가까웠으나, 그의 손을 뿌리치고 가버린 것은 명백했다. 디오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다. 자신을 끈질길 정도로 챙기는 레이가 귀찮다거나, 무섭다고 생각해본 적은 여러 번이었지만, 그럼에도 디오는 늘 레이 곁에 있었다. 제가 아니면 누가 디오를 챙기겠냐며, 자신만만하게 내뱉는 말버릇에 위안받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소꿉친구로 시작해, 너무도 긴 시간을 함께 살아온 둘을 지탱하는 건 혈연 이상의 믿음과 유대였다. 그런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 어쩌면 일찍이 죽은 부친 대신, 누이라 여기며 아꼈을 존재를.
“또, 또 정신 놓고 있지.”
초점이 흐릿하던 시야가 겨우 옆을 보았다. 누군가가 억센 힘으로 그의 팔을 일으키고 있었다. 지크하트였다.
“다른 녀석들은 먼저 갔어. 우리도 따라가야 할 거 아냐.”
그의 웃지 않는 얼굴은 익숙했다. 지크하트는 마족을 끔찍히 싫어했고, 동료가 된 이후에도 살의를 거리낌없이 드러내던 자였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그를 억지로 끌고 가는 태도에도 배려는 눈곱 만큼도 없었다. 디오가 멍하게 물었다.
“너는 왜 안 갔지.”
“기껏 챙겨가려고 남아줬는데, 꼽냐?”
“…….”
디오는 말을 잃었다. 그와 온갖 일을 겪었음에도, 디오는 아직도 그가 이렇듯 보여주는 자그마한 상냥함이 당혹스러웠다. 투박하기 그지없는 어조나 손길이, 도리어 진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보랏빛과 은색이 어우러진 눈동자가 담은 감정은 동정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디오의 마수가 미약하게 움찔거렸다.
“…구할 수 있어.”
허언이 아니었다.
“그녀석이 뭘 갖고 있든, 그녀석은 네놈의 동료 레이다. 죽지 않았다면 반드시 데려올 수 있어. 그러니까 정신 단단히 붙들어. 여기서 네놈이 약해지면 그때야말로 끝이야.”
디오는 문득 그가 자신의 실수로 동족을 전부 잃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만회하려고, 복수하려고, 참회하려고 얼마나 비참하게 발버둥쳤었는지도. 마족에게 육백 년이란 별이 떨어지는 찰나와 다를 바 없다. 지크하트가 오래도록 고통받았노라 수백 번을 얘기해도 공감할 마족은 없을 터였다. 지금 이 순간, 레이가 없는 일 분 일 초가 멀게 느껴지는 디오 버닝캐니언을 제외하고는.
문득 다리에 힘이 풀렸다. 쓰러지듯 기댄 몸이 지크하트를 으스러지도록 끌어안았다. 지크하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는 거친 만큼 상냥했다. 듀엘을 막겠다고 디오가 나섰을 때 죽지 말라며 외친다든가. 레이가 사라진 충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디오를 붙잡아주고 걱정해준다든가. 차라리 못되게 굴었으면, 그저 미워했으면 의지도 신뢰도 하지 않았을 텐데. 가슴이 미어지는 서글픔에 어리광 부리듯 그를 붙들지도 않았을 텐데. 디오가 눈을 힘겹게 내리감았다. 되도 않는 투정을 부리기엔 온기가 지나치게 따스했고, 등을 토닥이는 손이 서럽게도 다정했다.
“반드시, 함께 구해올 테니까.”
어찌 저 말에 위로받지 않을 수 있으랴. 디오는 오래도록 그 품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전히 그를 내치지 않는, 비로소 상처투성이였음을 알게 된 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