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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지크)밀당
당혹스러웠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사실 누구라도, 자기를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듯이 으르렁대고, 실제로도 서로 죽이기 직전까지 싸웠던, 깨알 같고 달콤한 기억보다 살벌하고 살기등등한 기억으로 얽힌 상대가 이렇게 나타나는 걸 상상하진 않았을 터였다. “……그게…… 뭐지.” “보면 모르냐. 초콜릿이지.” 지크하트의 발음은 조금 뭉개져 있었다. 입에 물고 있었기에 당연한 거겠지만, 디오는 그가 ‘초콜릿을 입에 물고 자신의 앞에 서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래서 쑥맥은 안 된다니깐. 줘도 못 받아먹네. 어깨를 으쓱한 지크하트가 물고 있던 초콜릿을 날름 입에 넣었다. 어찌나 미련 없는 동작이던지 말릴 틈도 없었다. “설마 마족 놈들, 초콜릿 먹으면 죽어?” “…개 취급하지 마라.” “그런 심한 말을? 개한테 사과해라. 개는 귀엽고 마족은 안 귀엽잖아.” 지크하트가 당당하게 삿대질을 해댔다. 저놈은 대체 뭘 하러 온 거람. 멍청하게 생각하는 와중에 머릿속에 그의 입으로 넘어간 초콜릿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깟 초콜릿이 뭐가 대수라고. 게다가 함께 죽을 고비보다는 죽일 고비를 넘긴 원수인데. 물론 그 이후로 동료로 함께 다니며 나름 맺힌 것도 풀었고, 이러저러하게 어른의 사정도 같이 해결하는…… 아무튼 고작 그런 사이일 뿐이다. 고작. “그리고 나 이거 아직 안 먹었다.” 지크하트가 혀를 쏙 내밀었다. 반쯤 녹다 만 초콜릿이 새빨간 혀에 얹혀 있었다. 어이없게도 입에 침이 고였다. 더럽다든가, 추접하다든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디오의 반응을 눈치챈 지크하트가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네가 거절할 수 있겠어? 육성으로 들려오는 듯한 오만방자한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몸은 착실하게 그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사소한 반항으로 그의 목을 틀어쥐자 지크하트가 눈을 찡그리다 웃었다. “거, 켁, 도발 좀 했다고 이렇게 나오기야.” “…….” “이번엔, 정말 선물이니까. 태어나서 처음 부리는 변덕이라구?” 영광으로 알아둬. 이미 거의 허물어진 초콜릿을 두른 혀가 달콤하게 굴렀다. 그를 붙든 디오의 손에 힘이 틀어가는 듯 싶더니, 결국 그를 당기며 잡아먹듯이 입을 맞추었다. 낄낄거리며 디오의 목을 감싸는 지크하트는 덤이었다. 여전히 살의도, 증오도, 해묵은 원한도 많은 사이다. 그러나 지금 만큼은 달콤한 간식처럼. 금방 녹을지언정 단맛은 오래도록 입가에 맴도는 초콜릿처럼. 누군가가 조금은 기대했을, 그런 낭만이 도는 시간을. 흐물거리는 초콜릿 덩어리가 부대끼는 혀 안에서 질척하게 녹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