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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9화: 센츄페팬)기약없음
Cpation 제목 그대로... 기약이 없단 뜻입니다 나비 정원 입은 센츄페팬 보다보니 이복형제au 가문 강탈한 센츄 막내랑 복수심 불태우는 페팬이 보고 싶어서 그만 “표정 한 번 굉장하네요.” 팬텀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느긋하게 미소 지은 센츄리온이 권총의 약실을 엄지로 밀었다. 방금 전까지 팬텀의 손에 있던 물건이었다. 후두둑, 낙수처럼 쏟아진 탄환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하나, 둘, 셋, 넷. 마지막 한 발이 붉은 융단을 타고 데구르르 구르다 센츄리온의 발치에서 멎었다. “한 발은 나한테 쐈고… 다른 한 발은 어딨나요?” 센츄리온이 총 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팬텀은 아직도 묵묵부답이었다. 그가 사용한 건 6연발 권총이었고, 센츄리온을 노린 한 발은 붙박이장에 꽂혀 있던 불운한 책에 볼썽사납게 박혀 있었다. 총알이 하나만 비어 있음에 의구심을 갖는 것도 당연했다. 침묵을 지키는 팬텀을 보며 센츄리온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상관 없겠죠. 그나저나 좀 슬픈데요. 재회하자마자 죽이려 들다니. 전 이 날만을 고대해왔는데 말이에요.” 센츄리온의 입 꼬리가 비틀렸다. “못 본 사이 매정해졌네요, 팬텀 형.” “…….” “그렇게 노려볼 건 없잖아요. 제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난 형은 있어도 동생은 없습니다만.” 싸늘한 목소리가 말을 끊었다. 센츄리온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아주 짧은 시간, 센츄리온과 팬텀은 서로를 같은 눈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먼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실소한 센츄리온이 팬텀에게 다가갔다. 팬텀의 손목을 죈 사슬이 미세하게 움직이며 달그락거렸다. 팬텀과 센츄리온, 둘다 세이커 가문에서 태어난 자식이었다. 정확하게는 이복 형제였으며, 팬텀 쪽이 정실이었다. 아내와 아들들을 끔찍하게 아끼기로 소문난 헬퍼트 경이 어째서 외도를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팬텀과 그의 쌍둥이형 코멧이 센츄리온의 존재를 알게 된 건 불과 오 년 전이었다. 헬퍼트 경과 그 아내가 사고사한 후, 유산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귀족 사이에서는 가십거리도 되지 않을 만큼 흔해빠진 결말이었기에 사람들은 곧 흥미를 잃어버리고 그들에게 등을 돌렸다. 결국 남은 건 새로 생긴 구성원에 혼란스러워하는 어린 형제들 뿐이었다. 다행히 센츄리온은 팬텀과 코멧을 형이라 부르며 잘 따라주었다. 유산 상속에 큰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거니와 형제가 생겼음을 순수하게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문을 계승한 코멧이 먼저 어른스럽게 그를 받아주었고, 날선 고양이처럼 그를 경계하던 팬텀도 곧 센츄리온을 형제로 인정하고 대해주었다. 세이커 가문에 닥친 불행은 그렇게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럼 질문을 바꿀까요.” 센츄리온이 손에 든 권총을 빙그르르 돌렸다. “왜 돌아왔죠? 코멧 형과 같이 사이좋게 국경에서 지냈으면 좋았을 텐데. 적어도 돈이 부족하진 않았을 거 아니예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공중에 들린 사슬이 위협적으로 흔들렸다. 팬텀은 이제 살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으르렁대고 있었다. 입 안에서 으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세이커 가문을 더럽혀놓고 잘도 그런 말을……!!” “…아하. 그렇군요. 당신이 화가 난 건 그쪽?” 센츄리온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었다. 이어 방긋 웃는 그는 퍼즐을 다 맞춘 아이마냥 천진해 보였다. “난 또, 그 날 일 때문에 화난 줄 알고 겁먹었잖아요~” 사슬이 한 번 더 절그럭거렸다. 이번엔 제법 요란하고 길었다. 총을 허리춤에 꽂은 센츄리온이 손을 뻗었다. 굳은살 하나 없는 손가락이 쓸어내리는 뺨이 서늘하고 창백했다. 고개를 돌리려는 팬텀의 턱을 꾹 잡아붙든 센츄리온이 물건을 감정하듯 이리저리 돌렸다. 팬텀이 이를 악물었지만 묶여 있는 상태로는 그의 손가락 하나 피하기도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말랐네요.” 한결 낮고 차분해진 어조가 울렸다. 붙잡은 곳부터 미묘한 떨림이 전해져왔다. 저보다 낮은 곳에 자리한 팬텀을 응시하는 청안이 상냥하게 가늘어졌다. “코멧 형은 잘 지내요? 식사는 잘 했고요? 잠은 잘 잤나요? 총 쏘는 건 얼마나 연습했죠? 날 죽이러 와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언제부터였어요?” “…당신, 정말…” 다가온 팔이 허리를 잡아챘다. 잠깐 사이에 밀착한 시야로 그의 얼굴이 가득 들어찼다. 팬텀이 흠칫 떨며 뒤로 물러나려 했다. 사슬이 다시금 사납게 덜걱거렸다. 센츄리온은 여전히 귀엽고 상냥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날 밤 생각도, 했었나요?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