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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묘사 있습니다
아인은 조그맣게 웃었다. 등 뒤에 뭘 숨긴 손하며, 제 머리색만큼이나 벌개진 뺨이며, 어쩔 줄 모르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시선까지. ‘나 선물 준비했어’를 이렇게 귀엽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생물이 또 어디 있을까. 엘소드를 끌어안고 잡아먹듯이 뽀뽀를 퍼붓는 상상을 하며 아인은 계속 기다렸다. 크흠, 헛기침까지 한 엘소드가 짐짓 비장하게 그를 불렀다. 아인. 놀리고 싶은 충동이 일순 고개를 들었지만 아인은 얌전히 대답했다. 열심히 준비했을 그의 정성을 온전히 받고 싶었다.
“네. 난 여기 있어요.”
“잠깐 눈 감아볼래?”
손 내밀고 있을까요, 하고 물어보려던 걸 겨우 참았다. 모르는 척, 아무것도 눈치 못챈 척 눈을 내리감았다. 캄캄한 시야였으나 어쩐지 누군가의 정신없이 쿵쾅대는 박동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까지 긴장하지 않아도 될 텐데. 엘소드가 해주는 게 무엇이든 자신이 싫어할 리가 없는데. 안쓰러운 마음마저 들었으나, 엘소드는 역시 엘소드였다. 짧게 심호흡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 움직이면 안 돼. 절대로. 그대로 가만히 있어줄 수 있지?”
“그럼요. 엘소드가 원한다면.”
“응. 고마워. 그럼… 입 조금만 벌려줄래?”
입술이 의문도 없이 벌어졌다. 여전히 캄캄한 시야 너머에서 그가 뭔가 열심히 부스럭거렸다. 이젠 바보라도 뭔지 알아챌 상황이었다. 그래도 엘소드가, 자신만을 위해서, 무언가를 이렇게까지 준비했다는 게 제일 기쁘니까. 아인은 조금씩 들뜨는 기분을 감추며 마냥 기다렸다. 엘소드가 다시금 심호흡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큼지막한 손이 그를 조심스럽게 끌어당겼다.
“…손 움직이면 안 돼. 약속이야.”
발음이 미묘해졌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벌어진 입술에 엘소드의 온기가 살며시 포개어졌다. 그리고 틈새로 밀려오는, 약간 딱딱하면서도 쉽게 허물어지는 달달하고 녹진녹진한 무언가. 미동 없이 늘어져 있던 손이 크게 퍼득거렸다. 진한 달콤함을 이곳저곳 바르듯이 훑던 혀가 상냥하게 얽혀왔다. 혀 끝에 아직도 맴도는 진득함을 녹이듯, 한참을 어르고 쓸어내리는 키스가 오히려 지독하게 달았다. 저도 모르게 앓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손이 전기가 오른듯 어쩔 줄 모르고 움찔거렸다. 당장이라도 그를 끌어안고 싶다. 품에 가두고 내멋대로 마음껏 키스해버리고 싶다. 그런 충동에 휩싸일 때마다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약속을 상기시켰다. 지금은 내가 해주고 싶어. 너에게 주는 선물이니까. 마지막까지 기다려줘, 라고 말하는 듯이.
영원 같은 찰나가 흘렀다. 초콜릿은 진즉 다 녹아버렸으나 입안이 아직도 거짓말처럼 달았다. 젖은 입술을 훔치던 엘소드가 멋쩍게 웃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래서.”
“…….”
“마음에 들었어?”
아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단지 고개만 푹 숙이고 주먹을 꼭 말아쥘 따름이었다. 엣? 당황을 감추지 못한 엘소드가 허둥거렸다. 미안, 싫었어? 키스가 별로였어? 아니면 초콜릿? 좀 달긴 했지? 미안, 역시 취향을 물어보고 골랐어야 했나봐……
“……해요……”
“어?”
“치사해요. 나빴어요. 어떻게 이런 근사한 이벤트를 준비해놓고 그렇게 뜸을 들였어요? 손 가만히 있으라는 건 또 뭐고요. 이게 그냥 마음에 들었다고 대답하고 끝날 일인가요? 난 정말, 엘소드 넌, 정말이지ㅡ”
말을 폭포수처럼 쏟아내던 아인이 갑자기 와락 엘소드에게 달려들었다. 뒤에 침대가 있는 기적은 없었기에 바닥에 우당탕탕 요란한 소음이 울려퍼졌다. 아픈 뒤통수를 쓰다듬을 정신도 없이 엘소드가 눈을 깜빡거렸다. 그의 위에 올라앉은 아인은, 햇살 같이 화사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넌 정말, 무서울 정도로 사랑스럽네요.”
“아…”
얼빠진 소리를 흘리던 엘소드의 얼굴이 삽시간에 붉어졌다. 정말,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내가 세상에 존재하고 네가 내 눈앞에 있는데. 넘치고도 샘솟는 애정을 터트리듯 아인은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제야 그를 안아오는 손길도, 안심이 묻어나는 조그만 웃음소리도 마냥 달고 애틋했다. 오늘의 일도, 영혼 한 조각까지 저는 기억하리라. 달콤하게 녹아 스며들던 맛과 닿았던 온기까지도.
“초콜릿, 정말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