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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메오 아인 우정출연합니다
“애드 형~”
애드는 눈을 뜨지 않았다. 상대가 그가 자는 것이라고 착각해주진 않을 터이므로 이것은 투정이었다. 옆에 조심스레 앉은 이가 고개를 기웃거리는 게 느껴졌다. 한 번은 더 불러볼 법한데도, 기가 막히게 의중을 알아 예의바른 거리와 침묵을 유지한다는 게 그다웠다. 물론 그러면서도 끝내 자리를 뜨지 않고 애드의 곁에 남기를 택한 것도. 애드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툴툴거렸다.
“왜.”
“아인 형 때문에 화난 것 같아서요.”
“내가 애냐? 그런 걸로 화내게.”
“앗,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기분 나빴다면 죄송해요.”
굳이 따지자면, 아인이 원인은 아니었다. 아인과 투닥거리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었거니와 그의 농담에도 이젠 익숙해져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화젯거리에 청이 끼어 있었다. 누구의 잘못이 아님도, 굳이 따지자면 때때로 몸을 사리지 않고 돌진하는 청을 말려야겠지만. 이번에도 근처의 아인을 도와주다가 다친 게 화근이었다. 바로 아인이 회복시켜주었지만 그런다고 예민해진 신경이 바로 가라앉을 리는 없었다. 스스로도 화풀이라는 걸 알고 있을 정도로 애드는 아인에게 짜증스럽게 쏘아붙였다.
‘제대로 보는 거야? 위험했잖아!’
‘위험했던 건 내가 아니라 수호자 씨지만요. 아, 그쪽 얘기였나요?’
대화를 짚어보자면, 오히려 실수한 당사자는 애드가 명백했다. 아인은 드물게 담담한 어조였고, 장난기 없는 웃음을 짓고 있었으며,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지나치게 부드러웠다. 마치 동정하는 것처럼.
‘그럴 거면 수호자 씨에게 가서 직접 얘기해줘요. 난 사랑의 메신저가 될 마음은 없거든요.’
‘하.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 내 말은…’
‘내가 말하지 않았나요? 말은 진심을 담아서, 상대의 마음을 존중하면서 해야 전해지는 거라고.’
그게 결정적 원인이었다. 애드는 자신이 청과 대화를 제대로 하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고, 결국 자신보다 청에게 더 가까워진 듯한 아인을 질투하고 있음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아인이 엘소드 외에는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고, 청도 자신을 더 배려해주고 있음을 알면서도. 애드는 결국 바닥을 말없이 박살내는 걸로 대답을 대신하곤 자리를 벗어났다. 불과 몇십 분 전의 일이었다.
“……기분은 좀 풀렸어요?”
애드는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청이 순한 멍멍이 같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압감은 누구보다 무시무시한 주제에. 저런 눈을 하고서. 애드는 괜히 제 머리를 북북 긁어댔다.
“화 안 났다니까.”
“아 그랬죠! 죄송해요. 그럼, 음, 피로는 좀 풀리셨어요? 아까 계속 싸웠잖아요. 아인 형도 형이 피곤해보인다고…”
애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야. 툭 던진 말도 평소보다 낮고 어두웠다. 멍청하게 반문하려던 청의 시야에 애드가 훅 다가왔다. 코 끝이 아슬아슬하게 스칠 듯한 거리. 서로의 숨결이 미묘하게 간질거릴 공백. 청은 저도 모르게 일순 숨을 멈췄다.
“너 요즘 내 앞에서 툭하면 그 녀석 얘기하더라. 아인 형이. 아인 형이. 아인 형, 형…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는데?”
“어… 아마도 엘리시온쯔음부터 아닐까요? 그런데 그게 신경 쓰여요?”
“당연하지!! 너한테 내가……!!”
와르르 쏟아질 것 같던 말이 뚝 멈췄다. 청이 눈을 깜빡거렸다. 시선을 피한 애드의 뺨이 미묘하게 붉었다.
“…너한테 내가… 좋다고 얘기, 했었잖…냐.”
“……아.”
이번엔 청이 달아오를 차례였다. 그, 그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와요? 잠깐, 설마 형 아인 형에게 질투한 건 아니죠? 말도 안 돼! 다급하게 쏟아내는 말에 이번엔 애드가 빨라졌다. 나는 질투 안 할 줄 알았냐? 아니 그보다! 내가 먼저 말했잖아, 좋아한다고! 그런데 왜 와서 늘 그 녀석 얘기부터 해?
…애드 생애 길이길이 남을 유치찬란 어록이었다. 청도 황당함을 금치 못하겠다는 얼굴로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귀끝까지 빨개진 애드가 벌떡 일어났다. 간다는 말도 없이, 다이너모의 가속을 올리는 걸 보아 여기서도 도망칠 작정인 모양이었다.
“안 돼요!!”
아이언 하울링에 흡사한 기파가 애드를 덮쳤다. 예상못한 공격에 그대로 고꾸라지려는 애드를 꽉 지탱해준 팔이 그를 구속하듯 당겨 앉혔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쪽팔리니까 이만 도망치게 해줘. 얼굴까지 새빨개진 채로 중얼거렸지만 청에겐 들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첫째로.”
애드와 마주앉은 청이 눈을 단호하게 떴다.
“내가 아인 형 얘기를 하는 건, 내 동료들이 사이좋게 잘 지냈으면 해서에요.”
“그리고 형이 아인 형을 질투하는 줄은 몰랐… 아아, 도망치지 말아요. 내 얘기를 조금만 더 들어줘요. 네?”
“…….”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형과 제일 먼저 하려 하는 건……”
부드럽게 뻗은 금발이 동물의 귀처럼 시무룩하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고개를 다시 든 청은 언제 그랬냐는듯 평온하고 화사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애드의 눈이 느리게 커졌다.
“역시 형이 제일 좋아서에요. 기분이 상한 것 같으면 먼저 살피게 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지니까요.”
“…….”
“아인 형은 소중한 동료에요. 엘소드나 레나 누나, 아이샤 누나, 레이븐 형 같은…… 애드 형은… 그 안에서 좀 더, 특별한 존재고요. 그러니까 질투 안 하셔도 돼요. 저는 형 외에는 누구도 보지 않아요.”
갈수록 진지하고 확고해지는 발언에 당황스러운 건 애드였다. 이미 얼굴은 엉망진창으로 빨개졌을 거고, 도망치려 했다간 또 청의 손에 잡혀서 공손하게 무릎꿇려지겠지. 어쩔 줄 모르고 방황하던 시선이 청에게 닿았다. 청이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물기를 머금은 양 싱그러운 금발이 거짓말처럼 살랑이며 주변을 장식했다.
“…그렇게 말할 거면, 너를 좀 더 챙겨.”
“네?”
“난 특별한 존재라며? 그럼 이 정도는 들어줄 수 있잖아. 남을 지키는 일에 최선인 것도 좋지만, 네가 달려나갈 때마다 난 모골이 송연해진다고. 알아?”
짜증스럽게 뒷목을 긁던 손이 멈추었다.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하고. 그러고도 귀담아들을 충고나 건져오고. 그게 또 자존심에 맞지 않아서 네게도 짜증을 부리고… 다 엉망이야. 네가 다친 걸 보았을 뿐인데 하나부터 열까지 흐트러진다구.”
애드가 그의 옆에 바짝 다가섰다. 청은 여전히 앉아 있는 채였다. 훅, 다시 가까워진 얼굴에서 숨결이 빈틈을 녹이며 번져갔다.
“그러니까. 청.”
“……”
“너를 잘 지켜라. 내가 흔들리지 않게 해.”
미묘하게 부드럽고, 퉁명스럽고, 담백한듯, 함축된 음색들이 뇌리에 선명히 아로새겨졌다. 그 문구를 다시 곱씹어보기도 전에, 청은 제 입술에 미묘하게 남은 감촉을 깨닫고 급하게 일어섰다. 다이너모를 탄 그가 멀어지고 있었다.
“형!!”
“아인 그녀석한테 사과하러 간다. 넌 거기서 머리나 식히고 있어. 금방 돌아올 거니까.”
제일 먼저 식혀야 할 것 같은 따끈따끈한 귀를 잘도 드러낸 채로, 말을 우르르 쏟아낸 애드는 일행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멍하니, 작아지던 그를 응시하던 청이 돌연 풋 웃음을 터트렸다. 진심어린 즐거움이 배어나오는 미소였다.
“난 역시…… 그런 애드 형이 좋아요. 진심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