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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즈 전투
Caption 엘의 마스터 전투가 보고 싶었을 뿐인 글입니다. 공식 설정과 무관합니다. 바닥에 금이 가며 용암이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가이아!!” 그들을 노리는 불덩이들을 베어낸 로쏘가 날카롭게 소리질렀다. 금이 가는 지면을 버티고 선 가이아가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옅은 노랑의 빛이 그의 발치부터 빠르게 퍼져나갔다. 가이아를 노린 불덩이가 맹수처럼 달려들었으나, 이번엔 솔레스의 검날이 날아들었다. 수십 조각으로 잘린 불이 스러진 곳에서 솔레스가 날 듯이 뛰어내렸다. “마스터 벤투스와 마스터 데니프는?” 솔레스가 만신창이가 된 코트를 벗어던졌다. 로쏘가 혀를 찼다. “알게 뭐야. 진작 죽었나 보지.” “로쏘.” “잔소리하지 마. 네놈에게는 듣고 싶지 않으니까 앞이나 보라고!” 로쏘가 다시 뛰어올랐다. 낫이 춤추듯 허공을 가르자 뜨끈한 살덩이들이 조각조각으로 떨어져 꿈틀대었다. 솔레스가 검을 고쳐쥐며 고개를 돌렸다. 가이아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얼마나 버틸 것 같나.” “오래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덧붙이며 가이아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잘못은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솔레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을 살폈다. 눈이 닿는 곳마다 지옥이었다. 데니프랑 벤투스는 어디에 있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당했을 리는 없었다. 그랬다면 최소한 시체 정도는 발견했을 테니까. 분명 어딘가에서 저들처럼 몸을 사리고 있는 게 뻔했다. 빨리 합류하지 못하면 그들은 물론이고 자신들도 개죽음당할 처지라는 게 문제였지만. ‘하지만… 전력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는데…’ 솔레스는 그들이 흩어지던 순간을 떠올렸다. 데니프가 유지하고 있던 결계가 깨진 순간, 그를 노리고 달려든 공격을 벤투스가 가로막은 게 솔레스가 본 마지막이었다. 지독하게 튀던 피와 사라진 기척. 생존을 믿는다 해도 그들이 온전한 몸일 거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솔레스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하르니에가 붙잡혀가던 때와는 또다른 공포였다. “제길!” 로쏘가 욕을 터트렸다. 동시에 고개를 들었을 땐 가이아가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사방에서 용암이 터져나왔다. 누군가를 지키며 피하기엔 자신조차도 늦어 있었다. 하르니에.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그녀의 얼굴에 솔레스는 무심코 눈을 감았다. 기적처럼 바람이 불었다. “…이건…!!” 숨을 헐떡이던 가이아의 눈이 커다래졌다. 로쏘와 솔레스, 가이아를 감싸듯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이어 비처럼 쏟아져내리는 마력이 그 안을 채우고 날뛰는 대지를 누그러뜨렸다. 그들의 힘이었다. 비틀거리다 겨우 선 로쏘가 혀를 찼다. “느려, 멍청이들아!” “너무하네~ 최대한 빨리 온 거라구?”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 바람이 열리며 둘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해를 처음 본 아이처럼 가이아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곧 그들의 몰골을 확인한 그에게서 경악스러운 외침이 터졌다. “벤투스님, 데니프님…!” “……아직 안 죽었으니 소리치지 말게.” 데니프는 담담했고 벤투스는 웃고 있었지만 가이아는 그럴 수 없었다. 로쏘도 이 상황에선 독설을 퍼붓지 못했다. 데니프는 한쪽 다리가 피투성이였고 벤투스는 팔 하나로 데니프를 안고 있는 게 고작이었다. 둘이서 겨우 지혈만 해서 돌아온 꼴이었다. “…괜찮으신 겁니까.” “보다시피. 지원도 근사하게 해주고 있잖아? 어르신이랑 나는 그렇게 약하지 않단 말씀.” 벤투스가 가볍게 말하며 데니프를 고쳐안았다. 이제 보니 데니프도 벤투스의 목을 끌어안고 있었다. 상황만 아니었다면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려줬겠지만 그럴 형편이 아니었다. 데니프가 여전히 영롱하고 냉철한 눈동자로 그들을 살폈다. “아직 싸울 힘들은 있는가? 우리가 무너지면 이 재앙이 다른 이들까지 덮치게 되네. 어떻게든 버텨야 해.” “자기나 걱정하지 그래. 이래서야 전투 끝나고 죽게 생겼잖아.” 로쏘가 투덜거리며 낫을 도로 쥐었다. 가이아도 떨리는 무릎에 힘을 주어 일어섰다. 벤투스와 솔레스의 눈이 마주쳤다. 솔레스는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눈을 깜빡이던 벤투스가 빙긋 웃음지었다. “사랑하는 이들은 강하지. 그렇지, 솔레스?” “…….” “걱정 말라구.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니까. 어르신하고 찐한 스킨십도 못해봤는데, 이대로 죽으면 억울해서 눈도 못 감아.” “헛소리하지 말고 집중하게. 벤투스.” “예이~” 솔레스는 피식 웃고 말았다. 사랑인가. 하지만 이곳에 있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해도 솔레스는 알고 있었다. 솔레스가 집중하며 검을 앞으로 세웠다. 다시 희망이 보였다. 둘이 서로를 의지하며 버티는 이상, 그리고 자신도 만나야 하는 이가 있는 이상, 절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두 마스터들도. 하르니에. 조금만 더 기다려줘. 눈을 감았다 뜨며 솔레스가 힘을 끌어올렸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다섯 마스터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터지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