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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3화: 그라세츠)신과 소년 .06
Caption 소설이 아니라 썰로 이어집니다. 주의해주세요. 리랴님(@ryria_HQ)의 허락을 받고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성관계 묘사가 있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와 성인의 관계를 다루는 트리거 요소를 기반으로 합니다. 썰의 특성상 이하는 반말로 진행되므로 양해바랍니다. 한편 그때 그라함과 헌터 일행은 알리와의 전투를 앞두고 있었음. 이상하게도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던 그를 티에리아가 부름. 닐과 알렐루야는 좀 떨어진 곳에서 뭔가 상의하고 있었음. 그라함이 티에리아에게 다가갔음. "왜 그러지?" 티에리아는 말 대신 그의 앞에서 짧게 뭔가 중얼거리고는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검지로 가볍게 눌렀음. 순간 그라함의 몸을 보랏빛과 초록빛의 마력이 감싸안았다가 사라졌음. 눈을 깜빡거리던 그라함이 이내 씨익 웃었음. "결계 마법인가? 나한테도 걸어주다니 놀라운걸." "싫다면 당장이라도 풀어주지." "그건 사양하고 싶군. 자네 마법은 일류니까 말이야. 이 나조차도 뚫기 고전한 결계다. 도움을 받는다면 그보다 기쁜 것도 없지." 그라함이 싱글싱글 웃으며 허리를 가볍게 숙여보였음. 거만한 녀석. 대놓고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린 티에리아가 혀를 찼음. "미리 말해두겠지만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금방 풀어버릴 거다. 발목을 잡는 녀석에게 제공할 마력은 없어." "무서운 발언인데. 설마 다른 자들에게도 똑같이 할 건가?" "당연한 것을 묻는군." "그래선 동행하는 이유를 금방 들켜버릴 텐데?" 티에리아가 고개를 휙 돌려서 그를 보았음. 그라함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닐과 알렐루야가 여전히 대화중인 걸 흘긋 확인한 티에리아가 그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면서 목소리를 낮춤.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나? 언제부터였지?" "흐응. 정곡을 찔렀나보군. 그래도 지금은 같은 편인데 그렇게 날을 세울 건 없지 않나?" "질문에나 대답해라!" 그라함이 어깨를 으쓱였음. "짐작한 건 처음 싸웠을 때였다. 인간이 이 정도의 견고한 결계 마법을, 그것도 세 명에게 동시에 걸어주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니까." "고작 그것만으로 내 정체를 알았다고?" "또 한 가지 있지 않나?" 그라함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음. 정확하게는 그가 매고 있는 바체를. "내가 알기로 그 무기를 쓸 수 있는 자는 인간들 중에서도 극소수다. 게다가 아까 말했듯이, 뱀파이어인 나조차도 쉽게 뚫지 못하는 결계 마법의 보유자. 두 단서를 나란히 두니 추리하는 건 일도 아니더군. 그렇지 않나? 슈헨베르그의 계승자여." 티에리아가 동요하고는 그를 노려보다가 고개를 휙 돌렸음. 슈헨베르그. 인간의 역사에서 제일 위대한 마법사였고, 유일하게 뱀파이어들과 친분을 쌓고 교류했으며 그들과 우정을 쌓았던 자의 이름. 그리고 뱀파이어들이 일곱 무기를 처음 넘겨주었던 자이기도 했음. 그라함이 태어날 즈음엔 이미 죽고 없었지만 그라함은 그를 알고 있었다. 슈헨베르그의 마법을 계승한 자들은 전부 마탄총인 바체를 다룰 수 있을 만큼의 마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티에리아도 그 중 하나였음. 그들은 대대로 일곱 무기를 지킬 의무를 부여받았으며, 무기의 소재를 파악하는 한편 그것이 다른 자에게 인계될 때 간섭 혹은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었음. 닐이 부모님의 유품인 듀나메스를 이어받은 것도, 위험한 혼혈에 불과했던 알렐루야가 큐리오스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티에리아가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음. 크루지스 사건의 관련자도 아니면서 그들과 같이 다니는 이유도. 그리고. "그러니까 동료여도 죽인다는 말은 쉽게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라함이 팔짱을 끼며 웃었음. "상황에 따라선 너희를 버리고서라도 무기를 지키겠다. 너무 속이 빤히 보이잖나?" 닐과 알렐루야가 죽었을 경우, 혹은 더는 무기를 쓰지 못한다고 판단했을 경우 무기만이라도 회수하여 살상 무기가 뱀파이어에게 더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티에리아는 눈을 찡그렸지만 참견하지 마. 하며 딱 잘라 말했음. "당신이 참견할 문제가 아니다. 내 방식에 감히 토를 달지 마." "나름 호의로 한 말이었다만. 뭐, 싫었다면 사과하지. " 그라함이 입을 닫는 시늉을 하자 티에리아가 흥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음. 어차피 못할 거면서 그렇게 말해봤자 자신만 후회하게 될 텐데. 그라함은 속으로 더 생각했지만 덧붙이진 않앗음. 애초에 인간이든 남이든 상냥한 성격도 아니었고(세츠나는 예외였지만) 어차피 이번 일만 끝나면 헤어질 이들이니 더 간섭하지 말자는 것도 있었음. 어쨌건 그들의 공동 전선은 목표를 이룰 때까지만 이어지는 거였으니까. "어이, 뱀파이어 씨." "무슨 일이지?" "이따가 싸울 때 말이야." 다가온 닐이 그라함에게 말을 붙였고, 그라함은 성큼성큼 걸어가서 그와 합류함. 알렐루야도 거기에 동참하려다가 티에리아를 보곤 고개를 갸웃거림. "왜 그래, 티에리아? 무슨 문제라도... 컥!" "시끄럽다. 작전 회의 끝나면 바로 이동할 거다." "그렇다고 때릴 것까진..." 알렐루야가 맞은 옆구리를 문지르며 억울하단 표정을 지었지만 티에리아는 콧방귀만 뀌었음. 전투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 알리는 그들의 코앞에 있었다. 그 무렵 세츠나는 아픈 몸을 이끌고 성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음. 빌리가 옆에서 말렸지만 세츠나가 자신의 몸에 손대는 것조차 지독하게 싫어하니 빌리로서는 강제로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음. 응접실로 돌아온 세츠나가 불안을 감추지 않고 입술을 짓씹엇음. 그라함이 없었음. 그가 쓰러지고 나선 이렇게까지 오래 자리를 비운 적이 없었는데. 늘 옆에 있어줬는데. "세츠나. 넌 쉬어야 해." "...그라함이 없어. 쉴 수 없어." "그는 곧 돌아올 거다." 세츠나가 휙 고개를 돌렸음. 빌리는 흠칫 놀랐음. 그의 눈이 황금빛으로 일렁거리다가 가라앉았음. 혼혈의 눈도 저렇게 변할 수 있던가? 하지만 세츠나는 빌리가 다른 생각을 하도록 두지 않았음. "그가 어디 갔는지 아는 건가?" "......" 빌리는 한숨을 내쉬었음. 거짓말을 하는 게 도리인 줄은 알지만, 빌리는 사실 세츠나에게 상황을 속이고 싶진 않았음. 그라함이 떠난 건 순전히 세츠나 때문이었으니까. 그래도 그라함은 그의 친구였고, 세츠나는 그가 사랑하는 아이였으니까. 빌리는 최대한 말을 아꼈음.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너를 지켜달라고 했다. 그러니 난 친구의 약속을 지킬 뿐이야. 방에 들어가서 좀 누워라. 한 숨 자고 나면 그라함도..." "거짓말." 세츠나의 목소리가 싸늘했음. "그라함에게 무슨 일이 생기고 있다는 건 내가 더 잘 알아. 그는 어디로 갔지? 만나러 가겠어." "그라함의 뜻을 거역할 작정이냐?" 세츠나가 흠칫했음. "그는 네가 안전한 곳에 있기를 바라고 있어. 그래서 내게 부탁한 거고. 그의 말을 어겼을 시에 혼나는 건 내가 아니라 너다, 세츠나. 그를 실망시키고 싶은 건가?" "......" 세츠나는 말이 없었음. 그가 그라함을 신처럼 모시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효과가 강력할 줄은 몰랐어서 빌리는 내심 한숨을 내쉬었음. 그래도 일단 설득이 된 것 같았으니 마음은 놓음. "...이해했으면 빨리 방으로 돌아가서," "......실망시키고 싶진 않아..." 고개를 숙인 세츠나가 주먹을 꽉 쥐었음.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불안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잠시 안 보일 뿐인데...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 이번엔 빌리가 움찔거릴 차례였음. 그는 뭘 느끼고 있는 걸까? 그가 알리를 만나러 간 것도, 그 알리란 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지 못할 텐데? 그리고 다음 순간, "그러니까, 역시 가야겠어." 빌리는 자기도 모르게 물러섰음. 어느새 엑시아를 뽑아든 세츠나가 그에게 검 끝을 겨누고 있었음. 열이 잔뜩 올라서 몸도 가누기 힘들 텐데 어째서 그렇게까지? 빌리는 당혹히 섞인 얼굴로 그를 보았음. 이를 악문 표정이나 줄줄 흘러내리는 식은땀까지, 분명 서 있기도 힘들 게 뻔했음. 그런데도 그는 물러설 기색이 조금도 없었음. "말해. 빌리 카타기리." "너..." "그라함은 어디로 갔지?" 빌리는 눈을 찡그렸음. 그는 자신이 알던 것보다 훨씬 완고한 성격이었음. 이렇게 된 이상 자신도 싸워야 하나. 빌리가 손에 마력을 모으려고 할 때였음. 그리고 그순간 빌리는 눈치채버렸음. 벌어진 입에서 경악이 새어나왔다. "...어떻게......!?" 세츠나가 든 엑시아의 은빛 칼날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음을. 당연히, 빌리는 패배했다. 붉게 물든 엑시아는 마법조차도 베어가르는 검이었음. 뱀파이어가 아직까지 인간에게 당하지 않은 이유도, 인간들이 뱀파이어를 전부 몰살시키지 못한 이유도 엑시아가 뱀파이어의 손에 있어서라고 불릴 정도였으니까. 세츠나는 정말 진심으로 덤볐다며 빌리는 작게 투덜거렸음. 둘이 한 판 붙은 바람에 엉망이 된 곳을 시종들이 복귀하고 있었고, 한 명은 옆에 붙어서 은의 날에 베인 빌리의 상처를 도려내고 치료하고 있었음. '당신은 그라함의 친구야. 죽이고 싶진 않아. 하지만 더 막겠다면 난.'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지나친데." 빌리는 한숨을 내쉬었음. 하지만 사실, 이미 말했듯이 빌리는 세츠나를 더 막을 생각이 없긴 했음. 세츠나의 엑시아라면. 그리고 몸이 저 지경이 되어서도 그라함을 위해 싸울 수 있는 그라면 둘은 살아돌아올 수 있을지도 몰랐음. 그렇게 믿으면서 빌리는 조용히 그들을 기다리기로 했음. "이런 식으로 약속을 깨게 될 줄이야. 미안하다, 그라함. 화는 얼마든지 받을 테니까..." 조용히 중얼거리며 빌리는 한숨과 함께 눈을 감았음. "부탁이니 무사히 돌아와라. 둘다." 알리가 있는 곳은 한 뱀파이어의 성이었음. 이미 성에 있던 뱀파이어는 알리에게 '잡아먹힌' 뒤였고 그때문인지 주변에 유독 피냄새가 짙었음. 성으로 들어서며 티에리아가 넷에게 걸린 결계 마법을 더 강화했을 때였음. 이상을 제일 먼저 감지한 그라함이 소리침. "온다!!" 전방에 있던 알렐루야 - 할렐루야가 큐리오스를 휘둘렀음. 챙!!! 가위날에 부딪힌 건 인간의 것이 아닌 길쭉한 손톱이었음. 그가 알리인가? 닐이 뒤에서 은 탄환을 날림. 탕, 탕, 정확하게 가슴과 이마를 뚫었지만 살갗이 타들어가면서도 포효하며 손톱을 휘두르는 그의 입에선 타액이 질질 흘렀음. 그라함이 인상을 찡그렸음. "여기서도 이런 괴물을 만들었나... 알리 알 서셰스!!" 그라함이 마력을 검에 휘감아선 불꽃 같은 기운을 휘날리며 그를 서너 동강냄. 할렐루야도 가세해서 그를 완전히 끝장냈을 무렵이었음. 키하하하하하!! 괴상한 웃음 소리와 함께 마구잡이로 날아오는 마력 덩어리가 티에리아의 결계에 부딪혀서 마구 울림. 휘청이던 티에리아가 겨우 중심을 잡았지만 벌써 안색이 창백했음. "티에리아!!" "네 몸부터 걱정하지 그래!! 오고 있으니까!!" 닐이 그 말에 반사적으로 듀나메스를 장전했음. 쾅!! 아까와는 전혀 다른 굉음이었음. 막긴 했지만 저만치 밀려간 할렐루야가 눈을 찡그림.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알리는 아까의 뱀파이어처럼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기이한 광기에 휩싸인 것처럼 보였음. 경박한 웃음소리를 낸 알리가 주변을 돌아봄. "튼튼한 인간이 셋, 뱀파이어가 하나인가! 좋아! 오랜만에 포식을 하겠어!" "먹혀주러 왔단 얘기는 안했다만?" 드물게 살기랑 혐오가 드러난 목소리로 대꾸한 그라함이 검을 겨눴음. "널 죽이러왔단 이야기는 할 거지만 말이다." "날? 나를? 크하하하하!! 우습군, 우스워!! 뱀파이어도 초월한 나를 고작 네놈들 따위가..." 말을 잇던 알리가 멈칫함. 킁, 킁, 냄새를 맡는 모습이 천박하고도 편집증적이었음. "...단내가 나는군." "뭐?" "단내가 나... 그래, 네놈! 단내가 난다!! 아주 맛있고 익숙한 냄새가!!" 발작하듯 웃음을 터트린 알리가 갑자기 그라함에게 덤벼들었음. 챙!!! 부딪힌 검에서 밀려난 마력에 엄호하려던 닐이 오히려 뒤로 물러섰음. "인간에게서나 맡았던 냄새를 풍기다니!! 재밌는 놈이군!! 벽에 못박아두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서 먹어주마!!" "...하." 그라함이 싸늘하게 웃었음. "인간이라... 그래, 인간이었지. 그 아이." "앙?"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군. 정말로." 그라함이 검을 휘둘렀음. 쾅!! 칼날이 부딪히는 것과 전혀 다른 소리가 울렷음. 성 안이 부서질 것처럼 흔들렸음. 저걸 상대한다고? 티에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떨리는 손을 감추려 바체를 꽉 움켜쥐었음. 미친듯이 마력을 발산하는 알리도, 그에 맞먹는 무시무시한 마력을 끌어내는 그라함도 전부 인간으로써 막을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음. "말해라." 그라함의 단정한 외침이 삽시간에 살기어린 포효로 바뀌었음. "나의 소년에게 무슨 짓을 했나!!" 그 시간, 빌리가 알려준 길을 힘겹게 가고 있던 세츠나가 쿨럭거리며 주저앉았음. 심한 기침을 토하는 입을 가린 손가락 사이에서 새까맣게 죽은 피들이 흘러나왔음. 망연한 눈으로 그걸 바라보던 세츠나가 곧 이를 악물고 다시 몸을 일으켰음. 그라함. 주문처럼 이름을 부르는 입술이 떨렸음. 지금 만나러 갈 거야. 난 괜찮으니까, 당신만 있으면 되니까. 제발. 무사히만 있어줘. "나의 소년? 웃기는군!!" 알리가 검을 휘둘렀음. 어느새 가세한 할렐루야와 닐, 티에리아의 공격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졌지만 그를 막을 순 없었음. 그라함과 알리의 검이 다시 부딪혔음. "그건 내것이었다!! 성에서 그것만 갖고 나왔다면 내 실험은 성공했어!! 인간의 가장 맑은 피만 계속 있었다면!" "역시 그의 피를 빨았나? 동족의 피를 빤 그 더러운 입술을 그에게 갖다댔다고?" 헌터를 상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살기였음. 반드시 그를 죽이겠다는, 알리와는 다른 종류의 광기와 집념이 담긴 공격. 그것을 맞은 알리가 뒤로 밀려났지만 그는 지지도 않고 이죽거렸음. "그래!! 아주 맛있었지. 너도 먹었다면 알 텐데? 그 소년의 피가 얼마나 달콤한지 말이야! 풍기는 냄새를 보니 지독히도 처먹었나 보지?" 그라함의 검이 그의 입을 찢을 듯이 다가왔음. 피한 알리가 즐겁게 떠들어댔음. 자기가 무슨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역시 한 번쯤은 안아볼걸 그랬단 말이야! 일부러 피의 농도를 유지하려고 손은 안댔는데ㅡ 크히히하하하!! 바닥에서 어쩔줄 모르고 꿈틀대던게 얼마나ㅡ" "닥쳐라!!" 그라함이 다시금 검을 크게 휘둘러 검기를 날림. 이번엔 정말로 강력한 일격이었음. 알리가 휘청거린 틈을 타 닐이 정확하게 조준하여 사격했음. 발목과 무릎에 은탄환을 맞은 알리가 욕설을 하며 멈춰섰음. 그때를 노리고 있던 티에리아가 바체로 정확히 조준하여 마탄을 날림. 쾅!!! 보통 인간이었으면 사지가 찢겨나갔을 공격이었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냐!! 버러지 같은 놈들!!" "!!" 알리는 멀쩡했음. 오히려 티에리아를 노리고 돌격해옴. 결계 마법이 있었다. 어떤 마법이라도 쉽게 뚫지는 못하는 강력한 막을 형성하는 마법. 하지만 티에리아가 피할 새도 없이 닿은 알리의 검이 그라함의 검보다 쉽게 결계를 파고 들었음. 이대로면 또 당한다. 전과 같이 가볍게는 끝나지 않는다. 닥친 위기에 사고가 일순 정지한 순간, 누군가가 앞으로 뛰어들며 그를 감싸고 옆으로 피했음. 하지만. "닐!!" "크헉...!!" 검에 베인 한쪽 눈에서 피가 솟구쳤음. 젠장!! 욕설과 함께 뛰어든 할렐루야가 가위날 두개로 알리의 무기를 잡아챔. 조무래기놈들이!! 알리가 이를 가는 사이 티에리아가 닐의 상태를 보려고 했지만 한쪽 눈으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닐은 외쳤음. "아직이야! 한 번 더, 티에리아!" 티에리아가 흠칫했음. "한 번 더 힘을 빌려줘...!!"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티에리아는 바로 이해할 수 있었음. 이를 악물고 견디는 닐이 듀나메스를 다시 장전하고 쏘아댔음. 분명 기절할 만큼 고통스러울 텐데도. 알리가 할렐루야를 기어이 던져버리고서 몸을 돌렸지만 바로 다음 순간 다시 그를 덮치는 걍력한 바체의 마탄. 이번만큼은 알리도 타격을 입고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음. "인간들 주제에... 윽!?" 그리고, 다시 무기를 다잡고 싸우려는 그라함의 눈앞에. "크악!?" 새빨갛게 물든 검날이 지나갔음. 한 번의 일격이었는데도 크게 베인 알리의 몸에서 피가 솟구쳤음. 어떤 마력도 베어가르는 은의 검. 그라함이 경악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소년...!?" 세츠나는 아직도 안색이 안 좋았음. 아까 토해낸 피로 입가는 붉었고 숨은 거칠었음. 하지만 그는 휘청거리다가 가까스로 그라함의 옆에 섰음. 그라함이 세츠나를 제대로 부축할 새도 없이 알리가 달려들어, 그라함은 그를 막았음. 챙!! 부러진 알리의 칼날이 저멀리 날아가 박힘. 알리가 짐승처럼 울부짖었음. "감히 내게 상처를 입혀!!" "...그러게 말이다. 나도 한 번도 하지 못했는데." 미미하게 뒤틀리던 그라함의 입가가 익숙한 웃음을 띄웠음. "역시 나의 소년이야!" 챙!! 부러진 검과 그라함의 검이 다시 맞붙었음. 뭔가가 날아와서 알리의 옆구리에 박혔음. 할렐루야가 던진 큐리오스의 날. 닐을 부축하고 선 티에리아도 마법으로 엄호하고 나섰음. 위압적이던 적이 점차 쓰러져가고 있었음. 그라함의 검에 다시 검기가 실렸음. "이제 끝을 보자. 알리 알 서셰스!!" "크아아아아악!!" 짐승처럼 포효하는 그의 몸을 그라함의 검이 완전히 잘라냈음. 큐리오스가 박혀 재생되지 않는 부위부터, 탄환이 박혀 타들어가는 부위까지. 약점을 공략당한 육신이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짐. 시야가 완전히 피로 뒤덮이고도 안심하지 못하던 닐이 휘청거리며 쓰러지자 티에리아가 황급히 부축함. "닐!!" "난... 괜찮아... 그보다....." 티에리아에게 기대서 그의 상태를 지켜보던 닐이 눈을 찡그렸음.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알렐루야도 완전히 만신창이였음. 아직 꿈틀대는 그를 보며 긴장을 풀지 않은 그라함이 쓰러지는 세츠나를 부축함. "괜찮나?" "...당신은...?" "아주 멀쩡하다. 당장 잔소리도 퍼부을 수 있을 만큼." 숨을 몰아쉬며 기대어 있던 세츠나가 희미하게 웃었음. "...다행이네."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라함도 웃었음. 다른 이들보다 낫다뿐이지 알리의 마력을 정면으로 받아내면서 그의 몰골도 말이 아니었음. 이제 돌아가자. 그렇게 말하면서 그라함이 세츠나를 안고 돌아설 때였음. "그라함!! 위험해!!" 처음으로 불린, 세츠나가 아닌 남이 불러주는 이름. 그리고 그를 덮치는 그림자. 세츠나가 먼저 엑시아를 휘둘렀지만 아주 조금, 늦어 있었다. 서서히 크게 떠지는 눈동자가 이내 경악으로 물들어갔음. "그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