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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커의 실장을 기다리는 글입니다.
아직 에스커가 실장하지 않은 관계로 일부의 날조 설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르테미아와 루시아스가 나옵니다.
루시아스는 종종 길목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일행이 휴식을 취할 때, 여정에 잠시 여유를 취할 때, 길었던 회의가 끝나고 짧은 틈이 생겼을 때. 누가 불러도 쉬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오래도록 집중하고 있는 색색의 눈동자가 보석처럼 영롱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르테미아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선을 눈치챈 루시아스가 이내 그녀를 돌아보며 웃었다. 미소가 전보다 조용하고 깊었다.
"펜테오니아의 찬란한 빛께서 무슨 일이신지요?"
"신경 쓰이게 했다면 미안하구나.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사과부터 꺼낸 아르테미아가 양 눈썹 끝을 조금 내려보였다. 루시아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저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니까요."
"꽤 자주 바라보는 것 같던데. 이유가 있는 건가?"
"이유라..."
루시아스가 시선을 다시 옮겼다. 고만고만한 크기의 집들이 나란히 이어진 골목은 작고 길었다. 그곳을 가만히 응시하던 루시아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전에 저 길 너머에서 서커스단이 자주 오곤 했었지요. 어렸을 땐 화려하고 멋진 공연을 해주는 그들이 하늘에서 온 천사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떠난 뒤에도 한참 저 길을 보면서 기다렸지요. 언제쯤 다시 와줄까 하고요."
그랬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려던 아르테미아는 다시 입을 닫았다. 직감적으로 그의 말이 끝나지 않음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루시아스의 입술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그들이 이곳 마을을 방문한 지 세 번째 되던 해였을까요. 그 날도 하염없이 골목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뭔가 제 어깨를 토독 두드리더군요."
루시아스가 주머니를 뒤졌다. 색색의 주사위가 새카만 장갑에 잡혀 장난스럽게 달그락거렸다.
"이녀석이었습니다."
"흐응. 누가 던진 것이었느냐?"
"에스커. 제 친구였습니다. 무척 얄미운 표정으로 웃고 있었죠. 내가 뒤에서 올 줄은 몰랐지? 하는 것처럼."
가늘고 긴 손가락 위에서 주사위가 느리게 굴렀다.
"그 뒤로도 그는 종종 제 뒤로 와서 저를 놀래키곤 했지요. 어린 마음에 약이 올라서 일부러 주변을 자주 두리번거려봤지만, 꿋꿋이 제가 방심한 때를 노리더군요. 참 짖궂은 친구죠."
말을 잇는 루시아스에게 화가 난 기색은 없었다. 이윽고 주사위를 가만히 모아쥐는 손은 보물을 쥔 양 조심스러웠다. 아르테미아가 눈을 깜빡이다가 옅게 웃었다.
"그렇구나. 그대는 기다리고 있는 것이로구나."
"예."
루시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잔잔히 미소하고 있었다.
"제가 앞을 보고 있을 때, 어느샌가 몰래 다가와 놀래켜줄 사람을요."
아르테미아는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소중한 사람을 추억하는 루시아스의 표정이 너무도 아름다웠던 까닭이었다. 한참 뒤에야 그녀와 시선을 마주친 루시아스는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르테미아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중요한 시간을 뺏고 말았구나. 용서하렴."
"아닙니다. 덕분에 그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그럼 난 이만 가보마. 그래도 다른 아이들이 찾기 전에 돌아오는 것이 좋겠구나."
"예. 들어가십시오, 폐하."
아르테미아가 몸을 돌렸다. 우아하게 펄럭이다 내려앉는 붉은 드레스를 눈으로 좇던 루시아스가 다시 앞을 보았다. 어느덧 노을이 내린 골목은 잔잔하고 고요한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위를 덮듯 새카만 밤이 내리고, 루아의 축복처럼 해가 뜨고 나면 또 너를 닮은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고개를 들던 루시아스가 숨을 길게 내뱉었다. 새하얀 입김이 방울처럼 맺히다 스러졌다.
톡
루시아스는 문득 몸을 굳혔다. 어깨를 두드린 무언가가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소리, 익숙한 촉감. 설마? 가슴이 쿵쾅거렸다. 톡, 다시 날아든 것이 그의 등을 톡 스치고 떨어졌다. 낯익은 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도 했다. 박동이 빨라졌다. 아, 설마, 이제야. 죽 앞을 보고 있던 눈이 비로소 돌아갔다. 커다랗게 뜨인 눈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 환상처럼 느리게 뒤집힌 시야, 그 안에는 분명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