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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화: 앙투여휘)당신이 행복하다면
Caption 플레이어의 개인 감정 및 해석이 포함되어 있어 드림으로 표기합니다. 앙투아네트 루트 - 검푸른별 엔딩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엔딩 내용을 기반으로 쓴 것이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싫어하시는 분께 권장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이 멸망하면 당신을 만나지 못하잖아요. 그것 외에는 없었다. 있었던 것도 같지만 떠올릴 수 없었다. 그녀가 살아줘서 기뻤고, 한 번 이뤄냈으니 다시 ‘기적’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었다. …바보. 그리 중얼거린 당신은 알고 있었을까. 사실, 모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난 이미 들은 적이 있었다. 중앙청의 세력이 둘로 나눠지던 날. 앙투아네트가 세상과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면 남은 상반신마저 내놓겠노라 했던 날. 어쩌면 그녀는 아주 오래 전부터 깨달았을지 모른다. 허나 결심하는 시간은 짧았겠지. 앙투아네트는 세계를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한다. 그것들을 위해서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결국 잔인하고도 서러운 현실을 감내하게 만드는. “네가 선택해야 해.” 나는 그녀처럼 선하지 않다. 오로지 그녀를 살릴 기적을, 당신을 구하고 말겠다는 이기로 이곳까지 내달려왔을 뿐이었다.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결말로, 이 모든 게 끝나면 정말로 당신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으리란 착각을 안고서. 아직은 구할 수 있다. 앞에 선, 나보다 더 작은 이의 눈은 그리 말하고 있었다. 살릴 수 있어. 단 한 마디로. 너는 한 번 더 기적을 일으킬 수 있어.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워진, 한 장의 얇은 종이처럼 호흡을 팔락대는 사람을 구원할 수 있어. 오로지 너만이 그렇게 할 수 있어. 너의 믿음은 헛되지 않았고, 너의 달콤한 착각은 기적의 현실이 될 거야. 앙투아네트의 손이 어깨에 닿았다. “-…….” 일순 멎었던 호흡이 잘게 떨리며 부숴졌다. 그녀를 보고 싶었다. 선하고 아름다운 눈을 마주하면 결정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마음처럼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다. 덜컥 울음이 흘러나왔다. 떨리기 시작한 어깨를 잡아주는 손이 차분해 두 배로 서러웠다. 목구멍을 할퀴던 울음이 앙 다문 입술 아래서 바스라졌다. 역시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차라리 그녀가 유해화하며 병상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 번 더 ‘제발’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면. 나는 선한 사람이 아니다. 선하지 않으니까. 그저 누군가가 너무 좋아서, 그녀의 찬란함을 좇아서 악을 쓰고 발악했을 뿐인 평범한 사람이야. 오로지, 그녀가 원하니까, 라는 어리석은 이유로. “세상을 구하겠어.” 이런 멍청한 대답을 내놓아버리는. 앙투아네트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원망스러운 무용지물일 뿐이야. 나는 마지막까지 앙투아네트를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평소처럼 온화한 목소리로 고마워요, 라고 대답했다. 턱을 따라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섬세하게 닦아주면서. 신은 좀 화가 난 것 같았다. 무어라고 말을 쏟아내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겨우, 그녀가 바랐으니까, 라고 비통하게 토해내었을 따름이었다. 여전히 앙투아네트를 보지 못하는 시선을, 멍하니 앞에 선 이에게 걸어둔 채로. 신은 여러 번 묻지 않았다. 시야가 조금씩 희게 물들었다. 그 안에 앙투아네트는 없었다. “반드시 후회할 거야.” 이미 후회하고 있어. 이미 하고 있다고요. 역시 욕심을 부렸어야 했는데.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바람은 이루어졌기에. 마지막에 웃고 있었을 얼굴이 떠오르는 듯해 겨우 눈물이 멈췄다. 그래. 그걸로 된 거야. 망그러져가는 정신이 발악처럼 중얼거렸다. 앙투아네트. 당신은 행복하겠죠. 아주 조금이라도, 찰나라도 당신이 구해낸 세계를 보았나요. 나는 어리석은 인간이라서 마냥 기뻐할 수는 없지만. 당신의 손이 닿았던 감각이 사그라드는 것마저 죽도록 서글프지만. 그래도 당신은, 당신이, 이걸로 행복하다면. 나는 영원히 후회 속에 갇혀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