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은 퍽 상냥하고 다정다감한 말투를 썼다. 존대인지 하대인지 오묘한 호칭마저 부드럽게 닿을 만큼. 엘소드는 머리를 쓰는 일은 질색이었다. 그래서 그의 미소를 단순하게 받아들였다. 종종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내뱉는다 싶었지만, 그건 아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을 터였다. 태생부터가 달랐음을 증명하듯, 사이엔 늘 좁히지 못하는 공백이 있었다.
허나 엘소드는 아인을 내버려두었다. 그는 이런 것을 붙들고 고민하는 성정이 아니었다. 아인이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 다음엔 내가 할게. 그게 맞지? 두부 자르듯 간단하게 내리는 결정에 아이샤는 눈을 부라렸지만 아인은 한결같이 웃고 있었다.
‘네. 그때는 엘소드의 뜻대로.’
여행은 길어졌고, 엘소드는 나이를 먹었다. 성장도 했다. 물론 교양이나 화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전히 엘소드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고, 억지로 끌어당기지도 않았다. 어렴풋하게, 아인도 자신을 배려해주는 동시에 꿋꿋이 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 느꼈다. 그러므로 공백은 수 년이 흐른 지금도 굳건했어야 했다. 둘 중 누구도 바뀌지 않았으므로. 여전히 서로의 존재가 어려웠으므로.
…분명 그럴 터인데.
“무슨 생각해요?”
사이를 날렵하게 가르고 들어온 하얀 손가락이 깍지를 끼었다. 엘소드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아인이 졸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소파에 누워 있는 건 엘소드가 되어 있었다. 깍지 낀 손을 누르며 아인이 장난스레 미소지었다.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한 얼굴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풍부해지는 감정, 표정, 정교해지는 상냥함. 멍하니 그를 보던 붉은 눈이 미묘한 빛을 띠었다.
“그냥…”
“그냥?”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잡힌 손이 느리게 꿈지럭거렸다. 이상하다, 분명 여기에. 크고 두툼한 공백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엘소드? 맑은 옥색의 눈이 깜빡거렸다. 별 거 아냐. 하지만 넋 놓은 것처럼 보였는걸요? 오랜만에 머리라도 굴렸나요? 그 말투는 뭐야. 그거야 네가 복잡한 고민을 하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물처럼 흐르는 대화가 자연스러워서 되레 낯설었다. 바닥 언저리를 헤매던 시선이 아인에게 닿았다. 둥글게 휜 입술도 마냥 부드러웠다. 손으로 만져보면 어떨까. 언제부터 저렇게 웃었더라? 여러가지 물음이 충동처럼 뒤섞이던 찰나였다.
“ㅡ.”
닿았다 떨어진 입술은 조금 서늘하고 말랑거렸다. 맞잡은 손은 그보다 더 다정하고 살가운 온기였다. 입을 뗀 아인이 화사하게 웃었다. 말문이 막힌 엘소드의 손이 뻣뻣해지다 이내 미끄러졌다. 아인은 붙잡아주지 않았다.
“말랑말랑한 표정 너무 짓지 마요. 장난치고 싶어지니까.”
이미 쳤잖아. 하지만 혀도 굳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벌떡 일어난 아인이 가뿐하게 걸음을 옮겼다.
“……어디 가?”
“너무 쉬었더니 관절이 뻐근해서요. 산책? 너도 같이 갈래요?”
“……됐어.”
엘소드는 도로 드러누웠다. 지나치게 자연스러워서 자기가 느꼈던 위화감이 거짓 같았다. 나쁜 걸까. 미묘한 간질거림이 남아 있었지만 불쾌감은 없었다. 엘소드는 고개만 젖혀 그를 보았다. 거꾸로 보아도 그는 평소의 웃는 낯 그대로였다.
이제는 정말 모르겠다.
“다녀와, 아인.”
“이따 봐요, 엘소드.”
엘소드가 아인이 자신에게 뽀뽀했었다는 것을 깨달은 건 한참 뒤의 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