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키스는 아니었다. 벤투스는 잘생기고, 인기도 많고, 상대를 먼저 끌어들이는 재주도 있었다. 키스는 물론이고 스킨십이 전무하다면 도리어 웃음거리가 될 상이었다. 상대가 누구든 만족시킬 수 있단 오만한 자신감도 품고 있었다. 오래도록 연모하던 데니프가 고백을 받아주었을 때, 먼저 졸라댄 것도 그런 연유였다. 저 정말 잘해요. 어르신도 좋아하실 거라니깐요. 아시잖아요. 저 빈말은 안 합니다. 한숨과 무시로 퇴짜당하기를 수 차례, 벤투스는 마침내 기회를 얻었다. 적어도 사흘 간은 얌전히 지내겠다는 약속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런데 어르신, 사귄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사흘에 한 번 키스는 좀 너무하지 않나요?”
“일주일로 하려던 걸 봐준 것이네만.”
“정말 매정하시다니까.”
그런 점이 좋은 거지만요. 싱글싱글 웃는 낯으로 벤투스가 손을 뻗었다. 한숨과 함께 얌전히 끌려온 데니프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보석인 양 은은하게 빛나는 눈동자에 제가 비치는 모양이 좋았다. 함박 웃음을 지은 벤투스가 곧장 고개를 숙였다.
“정말 좋아해요, 데니프.”
여기까지는 만족스러웠다. 데니프도 그를 밀어내지 않았고, 꼭 맞닿은 입술은 보드랍고 말랑거렸다. 심장의 두근거림도, 제 품에서 느리게 긴장을 푸는 그의 움직임도 오싹하도록 완벽했다.
단 하나만 제외한다면…
‘아… 이건 감당이 안 되는데….’
벤투스가 슬쩍 눈을 떴다. 데니프는 아직도 눈을 감은 채였다. 도자기 같은 하얗고 맑은 살갗에 그려낸 듯 길게 자리한 속눈썹이 마냥 곱고 앳되었다. 벤투스는 더욱 착잡해졌다. 겉모습만 어릴 뿐, 실제 나이는 제 몇 배는 된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제가 맞댄 입술은 저보다 한참 어린 아이의 것이었다. 두근거림을 밀어내며 부풀어오른 양심이 가슴을 따끔따끔 찔러왔다. 테크닉이나 자신감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세 좋게 말하지나 말걸. 사흘이 뭐야. 백 년은 더 기다려야겠네. 눈물을 삼키며 벤투스가 고개를 들었다.
돌연 서늘한 금안이 그를 삼킬 듯이 번뜩 뜨였다.
“정말 자네는, 손이 많이 가는군.”
“에ㅡ”
무슨 뜻이냐고 반박할 틈은 없었다. 작고 단단한 손이 그의 옷깃을 잡아채었다. 허리가 도로 홱 숙여졌음을 깨달았을 땐 이미 키스당하고 있었다. 벤투스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다래졌다.
“……!”
데니프의 안은 촉촉하고 서늘했다. 종종 송곳니일 것에 혀가 긁히기도 했으나 잠시뿐이었다. 옷깃을 쥐고 있던 손이 더듬거리며 올라와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눈에 불길이 이는 듯했다. 얇고 작은 허리를 가득 품어안은 벤투스가 그의 뺨을 감싸안았다. 한 번 고삐가 풀리자 고민도 잊었다. 하면 안 될 것 같다던 망설임도 젖어서 뒹구는 혀끝에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허리를 단단히 받친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어느새 도로 눈을 감아내린 데니프의 뺨이 확연히 붉었다.
곧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이 멀어졌다. 젖은 입술을 매만지던 벤투스가 문득 데니프를 보았다. 데니프는 평소처럼 무표정하게 입을 훔치고 있었지만 눈가가 미묘하게 발갛게 올라 있었다. 뭔가 말하려던 벤투스가 도로 입을 닫았다. 멍청해진 기분이었다.
“……허락은 허락이야.”
“…….”
“다음엔 망설이지 말게.”
훅, 뺨이 뜨거워졌다. 벤투스는 여전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엷게 웃는 데니프를 발견한 순간부턴 숨쉬는 법도 잊을 것만 같았다. 곧게 편 손가락이 다가와 그의 이마를 톡 건드렸다. 그것만으로도 뒤로 쓰러져버릴 듯했다.
“아직 더 커야겠구나, 소란.”
데니프가 걸음을 옮겼다. 벤투스는 석상이 된 것처럼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역으로 어린애 취급을 받았다거나, 저 스스로도 제가 형편없게 느껴졌다거나…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단지 그에게서 넘어오는 서늘하고 섬세한 숨결이, 구석구석 닿고 스쳐간 보드라운 온도가, 정말로 저를 어린아이로 만들어버린 것만 같아서ㅡ
결국 벤투스는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