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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3화: 세츠나)너의 생일
Caption 커플링 요소가 없는 세츠나 생일 축하글입니다. 2기 중간쯤의 시점으로, 스토리 네타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건담 엑시아 의인화 요소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설정의 외향 묘사가 있으므로 싫어하시는 분께 권장드리지 않습니다. "세츠나. 아직 멀었냐?" "아니. 끝났다." 대답과 함께 뒤로 뻗어온 손이 이안에게 불쑥 스패너를 들이밀었다. 그래도 아직 상반신은 기체 안쪽에 푹 파묻혀 있었다. 한숨을 쉬며 스패너를 받아든 이안이 열린 틈으로 슬쩍 시선을 밀어넣었다. 금속의 부품들을 문지르는 부지런한 소리가 안에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작게 혀를 찬 이안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대도… 하여간 부지런한 녀석이야." "……." "세츠나!! 적당히 해, 적당히!! 너 내일도 손볼 거잖냐!" 세츠나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 이안이었지만 오늘의 그는 유독 여유가 없었다. 구부정하게 휜 등을 거친 사내의 손이 툭툭 두들겼다. 그제야 겨우 몸을 일으킨 세츠나가 뒤로 물러서며 헤더를 닫았다. 뺨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굴러떨어질 듯하다가 동그랗게 방울져 허공으로 번져갔다. 이안이 능숙히 도구를 정리하며 다른 손에 있던 수건을 내밀었다. 가볍게 눈짓으로 인사한 세츠나가 기체를 올려다보곤 몸을 틀었다. 구석구석 깨끗하게 닦인 더블오의 표면에서 말끔한 빛깔이 반짝거리며 미끄러졌다. 세츠나보다 먼저 앞으로 나아간 이안이 난간을 붙들며 고개를 돌렸다. 느리게 곁에 다다르는 세츠나의 얼굴에선 힘든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여간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 건담이 그렇게 좋냐?" "내 기체니까." 담백하게 대답하며 세츠나가 복도에 내려서다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나란히 놓인 켈딤과 아리오스도 점검과 청소가 끝나 멀끔해진 모습이었지만 먼지 한 톨까지 꼼꼼히 털어낸 더블오와 비교할 수는 없었다. 세츠나를 말없이 응시하던 이안이 그제야 피식 웃음을 머금으며 그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정말이지 여전한 녀석이야. 어떻게 이렇게까지 한결 같은지, 원." "…무슨 뜻이지?" "기억 안 나냐? 톨레미에 처음 왔을 때 말이야. 가슴팍에 올까말까한 꼬맹이가 내 건담은 내가 관리할 거라고 얼마나 당당하게 얘기하던지… 마이스터란 얘기를 못 들었으면 정비사인 줄 알았을 거야." 이안이 재차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세츠나는 여전히 멀뚱한 얼굴이었다. 내 기체를 내가 손보겠다는 게 그렇게 이상했나? 사뭇 진지해보이는 질문에 재차 너털웃음을 터트린 이안이 손을 저었다. "보통은 그렇게까지 안 한다고. 물론 다른 녀석들도 자기 건담들을 끔찍히 아끼지만 말이야. 너처럼 열성적으로 돌보는 녀석들은 없잖냐?" "……그런가." "눈빛에도 아주 애정이 변함없이 흘러넘치니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오죽하면 록온이 짝사랑이라도 하는 것 같다고 놀렸겠냐." "기억 안 나." "뭐. 네가 아직 어렸을 때니까." 세츠나는 그가 이곳에 왔을 때 이미 열네 살이었단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과거의 기억을 곱씹어볼 따름이었다. 이안의 말마따나 손수 내부까지 관리하거나 청소를 하는 마이스터는 자신 뿐이었던 것 같긴 했다. 이안이나 다른 정비사들은 늘 힘들면 맡겨도 된다고 해주었지만 세츠나 본인이 그걸 원치 않았다. 내 건담이니까. 늘 가슴에 품고 있었고, 때때로 입 밖으로 흘리기도 했던 고집이었다. 세계를 떠돌며 방랑하던 시절, 파손이 심했던 엑시아를 차마 버리지 않고 필사적으로 수리했던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 세츠나의 무기이고 일부이며, 동시의 삶의 이유이기도 한 존재가 건담이었다. 남들이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저의 집착을 사랑이라고 놀려도 개의치 않았다. 세츠나는 더블오도 엑시아도 마냥 남의 손에 맡긴 채 방관하고 싶진 않았다. 말이 없는 세츠나를 두고 어깨를 으쓱인 이안이 먼저 몸을 돌렸다. 세츠나의 정비는 늘 오래 걸렸던 탓에 다른 정비사들은 먼저 떠난지 오래였다. "이제 슬슬 가자." "난 좀 더 있다 가겠어." "아직도 할 일이 남았어?" "아니. 그냥 그러고 싶어서." "…내가 뭘 더 말리냐." 이안이 한숨을 내쉬었다. 세츠나의 눈길이 다시 더블오를 향했음을 깨달은 탓이었다. 오늘도 한참 늦겠구만. 다른 날은 몰라도 오늘은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차마 그런 잔소리를 입 밖에 내지 못한 채 이안은 먼저 문으로 향했다. 그래도 마지막 당부는 빠트릴 수 없었다. "늦지 않게 와. 다들 기다리고 있을 게다." "알겠어." 문이 날랜 소리와 함께 열렸다 닫혔다. 난간을 잡고 선 세츠나가 조용히 눈을 깜빡였다. 이미 머리부터 발끝까지 닦아낸 더블오를 보듬듯, 매만지듯 찬찬히 훑는 시선이 고요했다. 록온이 그를 '건담 바보'라고 불렀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사라졌다.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되는 거라고, 크리스가 언젠가 던졌던 농담도 스쳐지나갔다. 정말로 사랑인가. 멍하니 생각하던 세츠나는 곧 그만두기로 했다. 그런 명료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뭘 그렇게 생각해?" 세츠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영롱한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안광에 놀란 그가 거울처럼 비쳤다. 묘하게 익숙한 듯 낯선 색이었다. 그가 빙긋 웃었다. 다정하고 살가운 음성이 어색한 침묵을 끊었다. "내가 놀라게 했나? 미안." "……."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 네가 그런 눈으로 저 아이를 보니까 질투가 나서." 그의 말이 진담인지 농담인지 세츠나는 알 수 없었다. 난간에 걸터앉은 이가 한 손을 올려 턱을 괴었다. 깨닫지 못한 것이 안 믿겨질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다만 그에게 살기나 적의는 느껴지지 않아, 세츠나는 서서히 긴장을 풀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첫눈처럼 깨끗한 백색의 머리칼이 마치 물 속에 잠긴 양 아름답게 일렁거렸다.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알 수 없는 외모였다. 세츠나는 무심코 티에리아를 떠올렸다. 결 좋게 구불구불 휘어진 머리칼의 모양은 세츠나와 비슷했지만, 물어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인공적인 분위기가 그를 감싸고 있었다. 무엇보다 눈이 그러했다. 눈자위가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동공이 큰 눈동자는 결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도자기처럼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인 살갗도 이질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세츠나와 똑같은, 푸른 제복의 소매 아래로 드러난 손만이 검었지만 세츠나는 그가 장갑을 끼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세츠나와 눈을 마주하고 있던 그가 재차 미소했다. 어쩐지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잘 떠오르지도 않는, 제 손으로 죽인 그의 모친과도 닮았으리란 감상이 뒤늦게 떠올랐다 사라졌다. "아무 말도 안 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되는데. 뭐든 괜찮으니까." 세츠나는 자문자답을 하는 것 같은 감각에 휩싸였다. 외형은 몰라도, 억양이나 어투는 확실히 그와 닮아 있었다. 저보다 부드럽고 상냥하게 들린다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다시금 밀려오는 혼란을 잠재우며 그를 살피던 세츠나가 입을 열었다. "머리카락." "응?" "머리카락. 지구였다면 바닥에 끌릴 거 같다." 그가 웃음을 터트렸다. 서 있었다면 발목까지 내려왔을 풍성한 머리칼이 주인의 웃음을 따라 흔들렸다. 비단실 같은 가닥 사이로 초록의 입자가 나비의 날개 가루처럼 곱게 흩날렸다. "그래 보여? 나중에 한 번 지구에 가면 실험해볼까." "갈 수 있어?" "글쎄. 경우에 따라선?" 그가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왜 그런 질문을 던진 걸까. 스스로의 말을 되감으며 세츠나는 그의 반대쪽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보석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오른쪽 눈과 달리 왼쪽 눈은 핏물이 오른 양 붉게 죽어 있었다. 그가 손을 뻗어 세츠나의 뺨을 어루만졌다. 온기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손이었지만 세츠나는 어쩐지 이 무기질적인 감촉이 싫지 않았다. "신경 쓰여?" "조금." "난 기뻤는데. 다시 너와 함께 싸울 수 있어서." 이번엔 확신할 수 있었다. 차마 지우지 못했던 의심이었다. 세츠나가 조심스럽게 제게 닿은 손을 붙들었다. 사람과 확연히 다른 단단한 매끄러움을 세츠나는 알고 있었다. 절대로, 잊을 리가 없었다.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살풋 떨리다 가라앉았다. "엑시아." 그가 작게 웃었다. "응. 나야, 세츠나." 세츠나의 고개가 그의 손에 기대듯 기울어졌다.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나타났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했기에 꺼내지 않았다. 정말로 엑시아가 맞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뜬 세츠나가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다." "왜?" "너무 많이 싸웠으니까." "네가 열심히 수리도 해줬잖아? 그 정도로 영영 멈춰버릴 만큼 약하지 않아." 나지막이 웃은 엑시아가 덧붙였다. 이번엔 제법 장난기가 없는 진지한 어조였다. "너의 건담이니까." "…그래. 그랬지." 세츠나의 입술이 그제야 미미하게 휘어졌다. 자신이 늘상 하던 말이었지만 당사자에게서 직접 듣는 말은 그 무게가 분명히도 달랐다. 엑시아가 그의 뺨을 짓궂게 꼬집었다가 놓았다. 좀 더 기쁘게 웃어주면 안 돼? 충분히 기뻐하고 있다만. 아냐. 그래도 아쉬워. 아까 더블오를 볼 때보다 애정이 부족해보여. …그건 네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와서 그렇지. 십년지기 친우를 만난 양 시시콜콜하게 오가는 잡담이 우습게도 정겨웠다. 짐짓 시큰둥하게 그를 몇 번 더 꼬집던 엑시아가 이내 푸스스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때까지도 그의 손을 붙들고 있던 세츠나가 눈을 깜빡거렸다. "왜 웃지?" "즐겁고 기뻐서. 이럴 땐 누구라도 웃잖아? 더군다나 오늘은 특별하고 중요한 날이니까. 웃음이 안 나오는 게 더 이상하지." 세츠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알고 있었어?"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그의 말을 따라하듯 똑같은 어조로 되물은 엑시아가 빙긋 미소 했다. "세츠나 F 세이에이. 나의 파일럿과 처음 만난 소중한 날을." 엑시아가 고개를 숙여 세츠나와 이마를 마주댔다. 익숙한 기계음이 일순 가까워졌다가 희미하게 멀어져갔다. 그를 처음 만났던 수 년 전의 오늘, 그의 옆에서 몰래 밤을 새며 귀기울여 들었던 소리였다. 나의 건담. 나의 엑시아. 나의 구원자. 세츠나는 아직도 놓지 못하는 그의 손에 힘을 주었다. 다정한 부름이 귓가를 울렸다. "세츠나." "…듣고 있어." "솔레스탈 비잉에 와줘서, 나의 파일럿이 되어줘서 고마워. 늘 그 말이 하고 싶었어." "……." "이제라도 전할 수 있어서 기뻐. 정말로." 돌연 뭔지 모를 감정이 울컥 치솟았다. 이렇게 복받치는 동요가 얼마만인지 알 수도 없었다. 엑시아가 그의 눈밑을 부드럽게 쓸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너는 앞으로도 죄를 짊어지고 살아가겠지. 스스로를 놓아주지도, 편하게 해주지도 않을 거야. 세계와 인류를 위했다는 명목으로 자기를 변명할 네가 아니니까. 그리고 나는 유감스럽게도 그런 너의 죄를 사해줄 천사는 아니지." "……." "하지만 같은 피가 묻은 손으로, 죄가 무거운 어깨로 언제나 너와 함께할 거야. 나는 너의 건담이니까. 내 부품, 데이터가 모두 소거되는 그 순간까지도 너만을 위해 존재하는 건담이니까." "……엑시아." 세츠나가 떨리는 숨을 삼켰다.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입술에도 동요가 어려 있었다. 소리 없이 웃는 엑시아의 모습에 일순 잡음이 섞였다 지워졌다. 세츠나의 손가락에 힘이 더 들어갔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가벼워져가는 무게를 놓고 싶지 않았다. 엑시아가 아쉬움이 역력한 눈으로 그에게 잡힌 제 손을 응시했다. "생각보다 너무 빠르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데."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네. 그래도 너무 슬퍼하진 마. 보이지 않아도 난 언제든지 네 곁에 있어." "……." "언젠가 알게 될 날이 올 거야." 다정히 속삭인 엑시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주변으로 흩날리는 입자가 별가루처럼 반짝거렸다. "그리고 잊지 마. 세상 모두가 너를 적으로 돌려도 나만은 언제나 너의 편이라는 걸. 네가 이기적으로 행복해지는 날이 오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 "물론 건담 마이스터에게 그럴 자격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같은 죄인이 빌어주는 행복이라면 이오리아도 눈감아주지 않겠어?" 세츠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그 어느 때보다 진심으로 터져나온 웃음이었다. 마주 키득인 엑시아가 다시 거리를 좁혀왔다. 어느새 복도 너머가 보일 만큼 투명해진 실루엣이었지만 세츠나는 제 뺨에 닿는 입술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손에 줄곧 잡혀 있던 윤곽이 눈처럼 녹아 허물어졌다. 바짝 가까웠던 말이 여운을 남기며 멀게 흩어졌다. "안녕. 세츠나. 내 소중한 파일럿." "……─아" 급하게 뻗은 손이 허공을 갈랐다. 방금 전까지 닿아 있던 것이 거짓말처럼 엑시아는 사라지고 없었다. 성운처럼 아스라이 떠다니는 초록 입자만이 그의 흔적을 대신하고 있을 뿐이었다. 입술을 꾹 깨문 세츠나가 빈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쥐었다. 세츠나.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부름이 또렷이 상냥했다. 스르릉,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길어질 듯하던 침묵을 깨트렸다. 이어 복도에서 날 듯이 뛰어든 밀레이나가 명랑하게 그를 부르며 가까이 다가왔다. "세이에이 씨!! 역시 여기 계셨다는 거예요!!" 세츠나가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아무래도 기다리다 못한 이안이 그녀를 보낸 모양이었다. 사뭇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양 허리에 손을 올린 밀레이나가 볼을 부풀렸다가 말을 쏟아냈다. "아직도 여기 계시면 어떡해요! 다들 기다리고 있단 말이에요!" "……미안하다. 누구와 이야기를 좀 하느라." "응? 누구랑요? 세이에이 씨 말고는 전부 식당에 모여 계신 줄 알았는데?" 밀레이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이미 사라져버린 이가 그녀의 눈에 보일 리 없었다. 세츠나가 말없이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영문을 모르고 눈만 꿈뻑거리던 밀레이나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어휴. 정말 세이에이 씨는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요. 아무튼 가요! 다들 화낼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그래. 지금 가지." 고개를 끄덕인 세츠나가 바닥을 가볍게 박차며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폴짝 뛰며 그보다 앞서 날아간 밀레이나가, 문을 열려다 말고 그를 돌아보며 활짝 웃었다. "맞아! 생일 축하드린다는 거예요, 세이에이 씨!" "아아. 고맙다." "헤헤. 이걸로 제가 세이에이 씨의 생일을 제일 먼저 축하한 게 됐네요~!! 기쁘다는 거예요!" "첫번째 축하는 이미 받았다만." "에에에엑~!?" 밀레이나가 입을 쩍 벌렸다. 누구에요? 누구? 아까까지 여기 있었던 사람이요? 하지만 아빠가 세이에이 씨 혼자 있을 거랬는데!! 속사포로 쏟아지는 질문에 세츠나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멈춰버린 밀레이나를 대신해 묵묵히 문만 열 따름이었다. 복도를 나서며 한 번 더 그가 있던 자리에 눈길을 준 세츠나가 이내 앞으로 나아갔다. 그 뒤를 따라가는 밀레이나의 투정이 꼬리를 물고 길게 이어졌다. 오늘 끝끝내, 그리고 이후로도 대답을 듣지 못할 의문들이었다. "에이, 정말 말 안 해주실 거예요? 다른 분들 다 붙잡고 물어볼 거라고요? 저 너무너무 궁금하단 말이에요! 세이에이 씨의 숨겨둔 친구? 아니면 스트라토스 씨? 아데 씨? 햅티즘 씨!? 아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