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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지크)시험
에르크나드 지크하트의 육신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 어떻게 정의되고 어떻게 유지되며, 어느 수준까지를 재생의 최대치로 고정하여 두는가. 다행히 디오는 그것을 지크하트에게 말로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열정적으로, 구체적으로 그것을 연구하는 자가 있는 까닭이었다. “주삿바늘이 들어간 상태로는 당신의 살이 아물리지 않아요. 아마 메스나 칼을 넣어도 마찬가지겠죠. 재밌는 건 부위가 커지거나 출혈 정도에 따라 수축 및 피부 재생이 이루어진다는 건데, 이는 유기체적으로 자신의 부상을 판단하고 경중에 따라 회복 수치가 올라간다고 볼 수 있어요.” “네에, 네에. 그래서 흉터도 없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엔 재생이 어디까지 이루어지는지가 궁금한데요, 혹시 제일 오래된 흉터가 어떤 건가요?” 이어지는 마리의 질문 공세에 아무 생각 없이 걸치고 있던 옷을 벗으려던 지크하트가 소녀마냥 두 팔로 몸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무슨 짓을 하려고! 안 돼! 너랑 내 나이가 몇인데!” “그런 종류의 끔찍한 게 아니니 안심하세요. 그러니까 하이랜더가 되기 전의 흉터도 ‘흉터’로 인식하는지, 아니면 이미 당신의 ‘일부’로 인식하는지 알고 싶은 거예요. 전자라면 흉터는 이미 사라지거나, 그 이상의 상처를 내면 말끔히 사라지겠죠. 하지만 후자라면.” “그대로 남겠군.” 디오는 저도 모르게 불쑥 말을 내뱉었다. 디오를 한 번 노려본 지크하트가 마리를 휙 돌아보며 새침하게 쏘아붙였다. “난 안 해. 안 할 거야. 딱히 궁금하지도 않고, 싸우다가 알 수도 있는 일을 굳이 피 보면서 하고 싶진 않다고.” “초코우유 두 개로도요?” “……아무튼 별로야!” 마리는 더 설득하지 않았다. 지크하트의 대답이 느린 걸 꼬투리 삼지도 않았다. 다만 디오는 그 모든 대화를 들으며 턱을 느릿하게 쓸었다. 분명 그의 몸에 어울리지 않는 길고 깊은 상처가 있었던 것 같은데. 허벅지에, 마치 긴 검에 베여나간 듯한 흉터가. “…….” 디오는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일부러 피를 볼 생각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어쩌다보니, 싸움 중에 필연적으로 흉터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지 않은가. 디오는 어기적어기적 밖으로 나가는 지크하트를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 “……왜 왔냐. 놀리려고?” 지크하트는 엉망으로 찢긴 옆구리를 쥐고 인상부터 썼다. 디오는 그 날 마리가 던졌던 질문을 떠올렸다. 하이랜더가 되기 전에 있었던 흉터도, 완전히 사라질 날이 올까? 아니면 그의 일부로서, 현재 하이랜더의 육신을 보존하기 위해 유지되는가? 호기심을 확인해볼 길이 열린 것과 별개로, 그에게 먼저 발톱을 들이댄 마족에 대한 괘씸죄를 참지 못했던 디오의 낫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그를 도륙내고도 남은 덩어리같은 것이 디오의 발 아래에서 형체도 없이 부스러졌다. “이리 보여라.” “꺼져… 네놈 마기 때문에 더 욱신거리잖아…” “마기의 독 때문이겠지. 놔둬도 회복은 하겠다만, 미련하게 버티고 있을 셈인가?” 디오는 지크하트의 팔을 떼어내었다. 긴 검흔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움푹 패인 자국에서 검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과연 이것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려나. 디오는 저도 모르게 그의 옆구리에 입을 묻었다. 기겁한 지크하트가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디오는 완강했다. 상처를 뜨거운 혀가 헤집고 이로 갈라진 부위를 질겅대자 지크하트의 하의며 디오의 턱이 온통 씨뻘건 피로 덮여 비린내음이 가득했다. 생리적인 눈물이 줄줄 흐르는 것도 알지 못하고 지크하트는 디오의 어깨를 이를 악물고 밀어댔다. 미친 새끼야!! 악에 받친 울음 소리가 터져나와도 디오는 검흔은 남아 있지도 않은 울퉁불퉁한 살갗을 몇 번이고 쑤시고 빨아댔다. 뒤늦게야 고개를 들었을 땐 입뿐 아니라 뺨 언저리까지 지크하트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누가 보면 저녀석 몸이라도 파먹은 줄 알겠군. 디오는 담담히 생각하며 팔로 입을 대강 훔쳤다. 반쯤 기절한 것처럼 헐떡이고 있는 지크하트였지만, 움푹 패여 있던 옆구리는 어느새 빠른 속도로 아물어 가고 있었다. 검흔이라기엔 좀 더 거칠고, 발톱의 흔적이라기엔 영 고르지 못한 모양새로. 마치 누군가가 혀로 핥아 대강 쓸어낸 것만 같았다. “…….” 디오는 아주 오랜 시간 제 머릿속을 떠돌던 의문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한 지크하트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것도. 이럴 때 그 안경 낀 왕녀는 뭐라고 했더라. ‘새로운 발견’, 이라고 하든가. 알아가는 것은 제법 재밌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기어이 지크하트와 멱살잡이를 한 뒤에도, 디오는 그날 내내 미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