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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이름을 임의로 지었습니다.(복면대장~바룬가) 그 외에 개인 설정이 존재합니다.
슈토헬의 스토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슈토헬을 다 읽지 않으신 분께 권장하지 않습니다.
슈토헬 13권~14권 사이의 시점입니다.
"대장. 날이 찹니다. 안으로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
"대장."
바룬가는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대원이 걱정이 담긴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콧대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복면이 서늘한 바람에 떨듯 연신 팔락거렸다. 그래도 정작 그를 걸친 바룬가의 눈빛은 돌덩이마냥 무거운 평온을 지키고 있었다. 바룬가가 고개를 돌렸다. 척척한 소음만이 들려오는 평원이 심연처럼 검었다.
"좀 더 있다가 들어가겠다."
"일전에 다치신 등이 종종 쑤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비 오는 날일수록 조심하셔야 합니다."
바룬가는 대답하지 않았다. 괜찮다는 고집의 의사였지만 오늘만큼은 대원도 집요했다. 벌써 사흘째의 폭우와 불침이었다.
"돌아오지 못하십니다."
공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대원은 침을 삼켰다. 딱딱하게 얼어버린 대장의 어깨가 당장이라도 몸을 돌려 그를 베어버릴 것처럼 느껴졌다. 그저 기백만으로도 느껴지는 살기였다. 전신에 오소소 돋는 소름을 애써 모른 척하며 대원이 말을 이었다. 살짝 떨리던 목소리가 한탄을 쏟아놓듯 일순 처절한 음색마저 띠었다.
"눈으로 보셨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대장께서 이러시는 건 하라발께서도 원치 않으실 겁니다."
"……."
"몸을 아끼셔야 합니다, 대장."
흉흉하게 날뛰던 살기가 아주 조금씩 가라앉았다. 조금씩 가늘어지는 빗줄기를 인 어깨가 와르르 쏟아질 것처럼 기울어 있었다. 그가 왜 굳이 '돌아오지 못한다'는 표현을 썼는지 이해하지 못할 바룬가가 아니었다. 대원이 말한 그대로 모든 걸 목도한 사람이 바룬가 그였으니까. 입을 열지 않는 그의 등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대원이 다시금 그를 불렀다.
"대장."
"…그리 불린지도 꽤 오래 되었지."
갑작스럽게 시작된 말에 대원은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나 그게 무슨 이야기냐고 물어볼 시간은 없었다. 간격도 두지 않고 이어지는 이야기가 넋두리처럼 처량했다.
"베크텔은 나를 부른 적이 없었고, 위대하신 대칸조차도 내게 명하실 때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누구도 불러주지 않았기에 나도 내 이름을 잊어버렸지. 그렇게 살아온 게 벌써 수 개월이었다."
쓰이지 않는 것들은 잊힌다. 물건도 사람도 다를 바가 없었다. 이름도 마찬가지였다. 스스로를 잊고 병력의 일부로서 잔존하게 된 그는 자신에게 의문을 갖는 것도 잊어버렸다. 더욱이 매일 같이 전장을 떠도는 목숨이다. 당장에 져서 사라진대도, 그리하여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진다고 해도 그것이 당연하다 여기게 되었다. 하라발을 만나기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바룬가.'
오른팔. 동물에게도 붙이지 않을 듯한 단순한 단어는 하라발이 불러준 순간 그의 이름이 되었다. 고작해야 며칠을 함께 보낸 자에게 어찌 그런 이름을 붙여주었단 말인가. 우습게까지 느껴졌으나 바룬가는 그것을 결국 제 일부로 받아들였다. 이후로 하라발이 그를 부르는 일은 좀처럼 없었으나 바룬가는 늘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주었던 이름으로 저를 불러주는 시간을 고대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불리고 싶었다…. 당신께 받은 이름으로. 그것이 내 삶이 되었고 내 목적이 되었기에.'
"이제 정말로 불릴 일은 없겠구나."
한 번 사람의 손을 탄 짐승은 다시는 야생에서 살아가지 못한다고 하였던가. 제 신세가 꼭 그와 같다며 바룬가는 쓰게 웃었다. 누군가가 불러주지 않는 이름은 무의미하다. 그 역시 예전에 잃은 이름처럼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붙여준 자의 부재가 그 존재의 이유를 이미 지워버렸기에.
"역시 당장은 잠에 못 들겠다. 먼저 들어가라."
"하지만…."
"명령이다. 들어가거라."
대원은 더 대꾸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바룬가는 여전히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득하게 비가 쏟아지는 어둠 너머에서 말 한 마리가 애처롭게 울었다. 홀로 남겨진 바룬가의 어깨가 켜켜이 얹힌 한기에 눅눅하게 젖어갔다. 흐르는 시간에 많은 것이 쓸려 내려가고 있었다. 돌아오지 못하는 자의 빈자리도, 그가 주었던 이름마저도 전부. 서러운 폭우였다. 서글픈 상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