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로 돌아가기
998화: 유토슌)Melting Cooling
Caption 현대 au입니다. 유토랑 슌은 동거하는 중입니다. 루리는 시원하고 호화로운 세레나의 집으로 피신 갔습니다. 뒷이야기는 언젠간 쓸 거 같습니다... 모두 에어컨 사세요... "저기, 슌…" "안 돼." 유토는 눈썹 끝을 시무룩하게 당겨 내렸다. 질문하는 유토와 대답하는 슌 어느 쪽이 더 끈질긴지 알 수 없는 치열한 공방이었다. 쿠션을 끌어안고 앉아 있던 슌이 옆의 유토를 흘끔 곁눈질했다. "적정 온도로 정확하게 맞춰놨잖아. 이제 땀도 안 흘리면서." "그래도 덥단 말이야…. 시원하게 3도만 내리자, 슌. 아니면 1도라도…" "안 돼." 슌이 딱 잘라 거절했다. 오히려 훨씬 딱딱해진 어조가 칼날처럼 무정하기 짝이 없었다. 평소 같으면 이쯤에서 물러섰겠지만 오늘은 유토도 각오가 남달랐다. 더위 탓이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금세 송골송골 맺혀 흐르고, 목구멍까지 습기가 꿉꿉하게 들러붙는 살인적인 열기 탓이었다. 리모콘을 쥔 슌의 손이 느슨해진 틈을 타, 그것을 냉큼 빼앗아든 유토가 버튼을 마구마구 눌러댔다. 삑, 삑,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신나게 온도를 내린 에어컨에서 순식간에 찬 바람이 흘러나왔다. "윽, 유토 너!!" "이 정도로 추위를 타는 네가 이상한 거야! 이번엔 절대 양보 못해!" "나도 마찬가지거든! 이번 여름도 감기 걸린 채로 보낼까 보냐!" "그렇게 추운 게 싫으면 내가 안 춥게 해주면 되잖아!!" "하아!? 네가 내린 에어컨 온도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 읍!" 리모콘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뒤로 풀썩 넘어간 슌이 손을 휘젓다 얼결에 소파 팔걸이를 붙들었다. 벌어진 입을 잡아먹을 듯 포갠 입술에서 뜨거운 숨과 젖은 살덩이가 밀려들었다. 여린 살갗이 데일 듯한 입김에 슌이 움찔거리며 고개를 뒤로 뺐다. 그러나 유토는 여전히 막무가내였다. 슌의 얼굴을 꽉 잡아 고정한 유토가 도망치는 혀를 마구 휘감으며 깊이 파고들었다. 흘러드는 타액도, 입술 언저리와 목을 간질이는 숨도 살이 녹을 듯이 뜨거웠다. 유토 밑에서 버둥거리던 다리의 움직임이 느리게 멈췄다. 에어컨이 바삐 돌아가는 소음 아래서 질척하고 가쁜 호흡이 간간히 울려퍼졌다. 어느새 슌의 다른 손은 유토의 목을 꾹 끌어안고 있었다. 뒤늦게 입을 뗀 유토가 슌을 내려다보며 숨을 작게 몰아쉬었다. 어찌나 열을 올렸던지 서늘한 공기가 무색할 만큼 이마며 뺨에 땀이 옅게 배어 있었다.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던 슌이 손등으로 입술을 훔쳤다. "…내가 안 추운 건 둘째치고, 계속 하면 네가 더울 거 같은데." "……그걸 깜빡했어…." "…바보냐……." "너무 더워서 머리가 안 돌아가는데 어쩔 수 없잖아." 한숨을 쉬며 손을 들어올린 슌이 유토의 뺨에 맺힌 땀을 살며시 닦아내었다. 잔뜩 내린 온도 때문인지 스친 살갗이나 말라가는 물기가 적잖게 서늘했다. 멀어지는 슌의 손을 붙잡은 유토가 고양이마냥 손등에 제 뺨을 부벼왔다. "그래도 아까보다 훨씬 낫다. 시원해." "…난 곧 추워질 예정이지만." "안 춥게 해준다니까." "그 뒤에 또 덥다고 하려고?" 잠시 눈을 굴리던 유토가 슬쩍 웃었다. "지금 온도면 괜찮을 것 같아." "…하. 내가 누굴 말려." "싫어?" 슌이 두 번째의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늘 자기보다 침착하고 차분하게 행동하는 주제에 이럴 때만 과감하고 앞뒤 안 가리지. 목까지 올라온 푸념을 삼키며 슌이 고개를 들었다. 슌의 손을 꼭 붙잡은 유토가 시선만으로 대답을 보채고 있었다. 드러난 팔뚝에 와닿는 차가운 바람과 아직 입술에 남아 있는 더운 열기. 두 개를 가늠하듯, 손끝으로 느리게 제 입술을 쓸어보던 슌이 결국 피식 웃음을 흘렸다. 유토의 표정이 단숨에 밝아졌다. "진짜로 안 춥게 해줘야해." "물론이지!" "그렇다고 너무 애쓰다 땀 빼지 말고…" 말을 잇는 슌의 입을 다시금 유토가 덮었다. 아까보단 훨씬 부드러운 입맞춤이었다. 얌전히 그의 목에 팔을 두른 슌이 기분 좋은 온기를 받아삼키며 눈을 감았다. 지금만큼은 그렇게 싫어하는 에어컨의 찬바람도 마냥 견딜 수 있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