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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화: 사일쉐리)단문
"쉐리는 왜 그렇게 아름다워?" 올려다보며 당돌히 묻는 아이의 눈은 벌꿀을 담은 영롱한 주황빛을 띠고 있었다. 옷자락을 잡고 있는 손도 마냥 무시하기 어려울 만큼 단단하고 야무졌다. 반줌도 안 될 자그마한 손을 거쳐, 안대 너머에 자리한 눈으로 시선을 옮긴 쉐리가 입을 열었다. 도도한 어조가 호수 위 물결처럼 귀를 간질이며 퍼져나갔다. "내가 아름다운 것에 굳이 이유가 필요한가?" "으음……." 사일은 똘망한 눈을 데구르르 굴리다 고개를 저었다. "없는 것 같아." "그럼 네가 얼마나 멍청한 질문을 했는지도 알겠군." 쉐리의 말은 무뚝뚝했지만 비난의 투는 아니었다. 그것을 금방 읽어냈는지, 작고도 당찬 꼬마 엘프는 정 한 톨 없는 대꾸에도 전혀 기죽지 않은 모습이었다. 사일이 짧은 속눈썹이 매달린 눈꺼풀을 열심히 깜빡거렸다. 어쩐지 가려진 안대 안에서도 눈썹들이 사락거리는 속삭임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쉐리는 정말, 아주 많이 아름다우니까. 세상 모든 빛나는 것들을 모은 것처럼 예쁘니까 이유가 있을 줄 알았어." 아무 까닭도 없이, 이리도 아름다운 생물이 있을 거라곤 난 몰랐어. 쉐리보다 한참을 어린 얼굴로 그리 말하며, 사일은 조금 웃었다. 찬사를 받는 일은 결코 처음이 아니다.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 자그마하고 조용한 웃음이 아주 싫진 않아서, 쉐리는 약간 고개를 기울여 그를 바라보았다. 마주한 소년의 눈은 지금도 맑게 빛나는 꿀색이었다. 그의 목소리와 닮은, 귀에 달게 녹아내리는 감미로운 빛깔의. "쉐리는, 그냥 쉐리라서 그렇게 어여쁜 거였구나." 차라리 그때 그 말을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쉐리는 한참이 지나서야 후회했다. 딱히 그 말이 달아서, 그동안 들었던 어떤 칭찬보다도 달콤해서는 아니었다. 이후 사일과 징글맞도록 오래 얽히게 되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무수한 기억의 어딘가에, 그의 천진한 미소가 묻은 파편이 가끔 심장을 찔러서. 그것이 조금 성가셔서 그럴 뿐이라고. 한참을 살아도 흐려지지 않을 후회를 한 웅큼 쥐고서 쉐리는 생각했다. 없던 일로 하기엔 지나치게 선명히 각인된, 너무 달아서 쓰기까지 한 미소가 오늘도 또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