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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즈키 49제 기념 글입니다.
논커플링, 바르바토스 시점의 글입니다.
개인적인 해석이 들어가 있습니다.
건담 시리즈를 철혈밖에 보지 않은 관계로 건담의 설정에 대한 일부 충돌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Devil's Bargain
미카즈키 + 바르바토스
좀 더 내놔, 바르바토스.
더, 더 나한테 내놔.
건방진 꼬맹이는 늘 그런 식이었다.
나를 오랜 잠에서 깨운 만큼이나 당돌한 녀석이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어떤 인간들보다 특이한 놈이기도 했다. 늘 주머니에 먹을 것을 들고 다니고, 글을 읽지 못하며, 오직 한 사람에게만 충성하고, 자기 자신의 욕심이나 정의엔 별반 관심이 없는 녀석. 처음 연결되었던 순간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놈은 직선적이었다. 그것이 어딘지 고깝기도 하고, 악마의 소환 의식에 몸뚱이 하나만 달랑 들고 온 것이 재밌기도 하여 나는 이름을 내어주었다. 일종의 심심풀이였다. 어쩌면 조금의 기대였을지도 몰랐다. 사냥꾼의 고삐를 쥔 자가, 나를 어떤 전장으로 데려가줄 것인지. 한계 이상의 피드백을 받는 몸에서 피가 철철 솟구치던 순간 그것은 잠시나마 시들해졌으나, 이어 들려온 부름에 나는 깨달았다. 쇠비린내가 배어 있는 음색. 내가 이해한 것 이상으로 그 영혼은 전장에 찌들어 있었다. 가소로운 요구조차 흥미롭게 느껴질 만큼. 바르바토스. 내놔. 나한테 내놔. 회로를 타고 빙빙 울리는 목소리에 나는 웃었다. 건방진 꼬맹이.
그럼 어디 감당해봐라. 나를.
우리에게 악마의 이름을 붙인 까닭은 대적자가 천사의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인간 중 누군가가 언젠가 말했던 적이 있었다. 웃긴 일이다. 생명(이라고 우리를 칭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어쨌든 입력된 정보에 한해서 자체적인 사고가 가능하므로)은 스스로 맞는 이름을 찾아간다. 우리는 악마다. 기체에 타는 자에게 힘도, 얻는 정보도, 조종의 컨트롤도 원한다면 넘겨준다. 그것이 그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신경쓰지 않고서. 이가 썩어가는 아이에게 사탕을 계속 쥐어주는 것은 선이 아니다. 상냥함이나 다정함에 가까울 리는 더더욱 없다. 일찍이 그걸 염려한 누군가가 우리의 목줄을 조여두었지만, 모빌 아머의 기동과 함께 그것도 끊어졌다. 나는 넘겨주었다. 그가 바라는대로. 그의 반신의 신경을 씹어먹고 폐허가 된 자리에 소망하던 것을 쑤셔넣었다.
더, 가져가라. 더.
"써줄 테니까 더 내놔."
미카즈키 아우구스. 원하는 만큼 가져가면 돼.
"네 힘은 이것밖에 안 돼?"
건방지고 재미있는 조종자여.
전신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결국 녀석은 살았고 모빌 아머를 쓰러트렸다. 그 뒤에도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욕심도 없는 단순한 녀석이라는 평가는 철회해야 했다. 탐욕스러웠다. 살기 위해, 걷기 위해 나를 불렀고 전장에 걸어들어갔다. 그 끝에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뜻이 존재함을 알았지만 나는 말리지 않았다. 악마의 이름에 걸맞게 그가 원하는 것만을 낡아가는 육신에 쥐어줄 뿐이었다. 그의 부상을 염려하지도 않았다. 과부하나 언젠가 다가올 종말을 신경 쓰는 일도 없었다. 내가 그의 다리를, 남은 팔을 기어이 먹어치워도 녀석은 내게 내놓으라 채근할 터였다. 비어버린 만큼 넘기라고 하겠지. 뻔뻔하고, 겁도 없는 말투로. 네 몸을 비워버린 것이 나임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만 그런 녀석이기에 줄 수 있었다. 자비도 너그러움도 없는 전달이 제법 유쾌했다.
같이 싸웠던 것을 영광이라 부르지 않는다. 싸움에 굶주린 악마와 보낸 시간에 그런 표현은 우습지도 않았다. 살기 위해 철과 피를 게걸스럽게 집어먹는 자들 뒤엔 망가진 잔해만이 남을 터였다. 그것을 감히 영광이라, 기쁨이라 부를까. 새삼스러운 동지애를 느끼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코앞에 다다른 끝에 기름이 섞인 눈물이라도 닦을까. 창으로 꿰뚫린 너덜너덜해진 기체를 흔들며, 나는 들리지 않을 웃음을 사방에 훑어놓았다. 끔찍한 생각이었다. 악마란 이름으로 묶인 관계에 그런 낭만은 어울리지 않았다. 설령 마지막으로 버티고 선 전장이라 할지라도. 사방에서 흥건한 피냄새가 났다. 어이, 바르바토스. 이름을 불러오는 녀석의 목소리에서도 같은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너도 멈추고 싶지 않지?"
그래. 그러니 이젠 네가 내어줄 차례지. 미카즈키 아우구스. 안광을 붉게 빛내며 나는 재차 웃었다. 끈질기게 붙어 있는 마지막 명줄을. 내가 너한테 줬던 힘, 날 제어할 수 있는 능력, 권한, 너에게 주었던 다리, 팔, 시력까지 전부 다. 그래도 괜찮겠지. 주었던 것만을 가져갈 뿐이니까. 내가 싸우기 위해서. 네가 그의 명을 다하기 위해서. 꼬리가 이빨처럼 사납게 요동쳤다. 돌려받은 힘이 기체를 타고 돌았다. 아직 적은 남아 있었다. 녀석도 아직 숨쉬고 있었다. 스스로 멈춰야 할 이유가 있을 리 없었다.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효라도 힘껏 내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럼 가볼까……!!"
이번에도 건방진 꼬맹이는 변함없이 같은 어투였다. 손에 잡히는 상대의 기체가 으스러지는 감각이 즐거웠다. 발 아래서 사정없이 짓밟히는 소리가 경쾌했다. 더 날뛰어야 했다. 그가 원하던 싸움을 이젠 내가 넘겨받아야 했다. 그러니 내놔라, 더. 미카즈키 아우구스. 건방지고 재미있는 나의 조종자여. 네 숨이 끊어질 때까지, 네가 받아갔던 것을 전부 거두어갈 테니까. 처음 네가 나를 깨웠던 순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결말에 이를 때까지. 모두 돌려받아서, 남아 있는 것들까지 모조리 긁어내어 갖고 나면, 그래, 그때는. 악마는 대소했다.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웃음을, 아주 요란히.
내가 너의 관이 되어주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