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프테로스는 한참, 말도 없이 제 옆에 앉은 아스미타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거리감, 어색함, 당황함, 놀라움 등등, 그 모든 것이 다채롭게도 담겨 있는 시선이었다. 아스미타가 여유로운 웃음을 머금고 그를 돌아보았다.
"대답이 느리구나, 데프테로스."
"……그 말에 바로 대답이 나오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아스미타의 목소리는 흡사 동생을 놀리는 형처럼 가볍고 짓궂었다. 새삼 그와 자신의 나이차를 진지하게 떠올려보며, 데프테로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보다 아는 게 많은 아스미타가 저를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에 불만은 없었지만, 지금만큼은 이 처지가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네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은 하고 하는 소린가?"
"그럼. 키스하고 싶다고 했네만."
"……."
골치아프군. 데프테로스는 내심을 숨기지도 않고 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스미타가 눈이 안 보이니 안 보일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데프테로스가 카논 섬에 정착한 지 어언 반 년 째, 그 뒤로 지치지도 않고 꾸준히 드나든 아스미타와 알고 지낸지도 벌써 그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그가 눈이 보이는 사람들 만큼이나 사람들의 변화나 감정에 민감하다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손을 내린 데프테로스가 애꿎은 제 머리카락을 꾹꾹 잡아당겼다. 더 재촉하지 않는 아스미타의 침묵이, 아까의 보챔보다 더 성가셨다. 즐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애초에 키스가 아니라 이쪽이 목적이었던 건가. 목구멍 안쪽에서 앓는 소리를 낸 데프테로스가 고개를 돌렸다. 의도가 불명확한, 장난인지 진심인지도 모를 질문이라지만 그걸 대수롭잖게 넘기거나 얼버무릴 만한 기술이 그에게는 없었다.
"…안 하겠다고 하면?"
"흐응. 안 할 이유는?"
"……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럼 안 할 이유도 딱히 없는 게 아닌가."
졌다. 애초에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안했다지만, 처음부터 데프테로스에게 너무 불리한 게임이었다. 한숨을 내쉰 데프테로스가 아스미타를 돌아보다가 흠칫 놀라서 멈춰 섰다. 어느새 그에게로 바짝 다가앉은 아스미타가 감긴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정말 안 할 건가?"
"…아스미타."
"난 네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안절부절 못하는 것도 귀여워서 좋지만 말이다. 데프테로스."
아스미타의 손이 데프테로스의 뺨에 닿아 부드럽게 미끄러졌다.
"그래도 키스는 꼭 하고 싶구나. 지금이 아니면 다음이 없을 것 같거든."
"……."
"이래도, 끝까지 거절할 건가? 데프테로스여."
재차 묻는 아스미타의 목소리엔 웃음기가 한껏 어려 있었다. 훅 달아오르는 뺨의 열기가 제가 느끼기에도 확연해, 데프테로스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꾹 내리감았다. 피하거나 거부하기엔 이미 그의 얼굴이 너무나 가까웠다. 처음부터 정해진 결말이었나. 상대가 아스미타니 어쩔 수 없었다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변명을 덧붙인 데프테로스가 아스미타가 이끄는 대로 고개를 숙였다. 귓가에 그의 웃음 소리가 미미하게 울려퍼지는 것만 같았다.
달이 밝았다. 첫 입맞춤을 나누기 좋은 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