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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J 코믹스를 기다리다 못한 사람의 날조글입니다. 아직 코믹스를 보지 못한 관계로 캐릭터의 성격과 관계가 코믹스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게 보고 싶어! 라는 불순한 의도가 담긴 >의도적 날조글<로 비방글은 받지 않습니다.
슌 한정 스윗벤츠 + 독점왕 레이지 x 레이지 한정 고분고분 + 존대 + 약간의 까칠도도 슌
눈이 뜨이기도 전에 먼저 닿은 건 익숙한 이의 체취였다. 밤새 피곤하다는 슌을 끌어안고 무자비하게 괴롭힌 자의 것이기도 했다. 아직 얕은 잠에 잠겨 있는 눈을 느릿하게 꿈뻑이던 슌이 고개를 조금 들었다. 곤히 잠든 레이지에게서 옅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듯 멀게 느껴지는 얼굴을, 가만히 시선으로 보듬던 레이지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꿈이었나.'
슌은 눈 뜨기 전까지 자신이 있던 세상을 상상했다. 유토라는 이름의 친구, 목숨보다 소중하게 아끼던 여동생 루리, 무너진 고향 하트랜드와 싱크로 차원, 스탠다드 차원, 융합 차원의 아카데미아… 전부 처음 들었거나, 생소하게 와닿는 사건들 뿐이었다. 아무런 위화감도 없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분노하고 슬퍼했던 자신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
'아는 얼굴들도 함께였다는 건 좀 재밌었던 것 같기도.'
슌은 덤덤히 생각하며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순간, 자는 줄만 알았던 레이지가 돌연 슌을 꼭 끌어안으며 몸을 바짝 밀착해왔다. 금색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였다. 단단한 어깨에 눌린 풍성한 앞머리가 하얀 살갗을 간지럽혔다.
"무슨 생각을 그리하지?"
"…언제 깨셨습니까."
"방금 전에."
레이지가 머리를 기댄 채로 슌의 가슴팍에 입을 맞췄다. 슌이 가볍게 움찔거리곤 레이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나 그를 밀어낼 생각은 없었는지, 맨살에 부드럽게 감기는 손길엔 힘이 별로 없었다.
"간지럽습니다."
"그러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무슨 꿈이라도 꿨나?"
듣고 싶은 말만 하는 건 레이지의 오랜 버릇이었다. 슌은 덤덤히 입을 열었다. 숨길 것도 아니었거니와, 말하지 않겠다고 뻐팅겨봤자 그에게 괴롭힘만 당할 뿐이라는 걸 모를 슌이 아니었다.
"다른 세상에서 사는 꿈을 꾸었습니다."
"다른 세상?"
"예. 제가 살고 있던 고향이 습격당하고, 여동생은 납치당해서… 친구와 함께 그를 찾으러 가는 꿈이었습니다. 꽤 절박했던 걸 보니, 가족을 많이 아꼈던 모양입니다."
"흐음."
레이지가 고개를 들고선 슌의 옆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늘 안경테 안에 갇혀 있는 보라색의 눈이 나른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그 빛깔에 홀린 것처럼, 그 보석같은 색채를 들여다보던 슌이 고개를 기울여 그의 손에 뺨을 기댔다. 일순 눈을 동그랗게 떴던 레이지가, 곧 입술을 휘며 웃곤 손등으로 닿은 뺨을 슬슬 문질렀다. 귓가에서 사르락대는 제 머리칼의 소리와 다정한 체온에 집중하던 슌이 가만히 눈을 감았다. 쪽, 이마에 닿았다 떨어진 입술이 숨결이 닿는 거리에서 속삭였다.
"그리고 또?"
"또라뇨. 뭔가 더 듣고 싶으십니까?"
"나는 그 꿈에서 어땠는지 말 안해줬는데."
슌이 눈을 느릿하게 떠선 그를 올려다보았다.
"있는 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얘기하시는군요."
"네가 있는 곳에 내가 없을 리 없으니까."
터무니없는 자신감에 슌은 피식 웃음부터 흘렸다.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확실히 그 꿈 안엔 레이지도 있었으니까.
"그곳에서도 코퍼레이션의 사장이었습니다. 당신은. 그건 천직인 모양이죠."
"그래?"
"그리고, 제 고향을 습격한 자들을 물리치기 위한 조직... 랜서즈, 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군요. 그 조직의 창시자이자 리더였습니다. 저도 그곳에 들어서 함께 싸웠고요."
"랜서즈라. 나쁘지 않은 이름이군."
말을 끝낸 레이지가 다시금 그의 이마에 키스하고는 그를 끌어안았다. 따뜻한 맨살이 겹쳐지는 감촉이 좋아, 슌도 그의 등에 팔을 두르곤 잠시 눈을 감았다. 벌써부터 다 지워져 희미한 기억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꿈에서 본 그의 얼굴은 생생하게 또렷했다. 분명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 더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뇌리에 남은 건 레이지 뿐이었다. 저 세계에서도 난 당신에게 붙들려 있었던 걸까. 꿈에서 깨고서도 벗어나지 못할 만큼.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슌이, 손을 올려 연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단단하게 마디가 잡힌 손가락 사이사이로 부드러운 회색의 머리칼이 흘러내렸다.
"이제 궁금증은 풀리셨습니까?"
"그래."
"다른 걸 더 물어보실 줄 알았는데. 의외군요."
"예를 들면 어떤?"
"그 세계에서도 저랑 당신이 연인 사이였는지… 같은 것."
"그건 궁금해할 필요가 없는데."
레이지가 태연히 대꾸하며 슌의 허리에 한 팔을 감았다. 귓가 가까이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유독 다정했다.
"어느 세계든, 내가 널 봤다면 사랑하지 않았을 리 없으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슌이, 다시금 피식 실소를 흘렸다. 목에 팔을 감으며 내뱉는 질문은 짓궂었지만, 그 어조는 레이지의 것과 마찬가지로 다정함이 물씬 배어 있었다.
"내가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설마. 무슨 수를 쓰더라도 날 사랑하게 만들었을걸."
"욕심쟁이네요."
"상대가 너니까."
누구도 아닌 너라면, 난 분명히 그럴 거고 그렇게 만들 거야. 짐짓 무섭기까지 한 말을 상냥한 어조로 떨어트리며, 레이지가 재차 키스해왔다. 이번엔 입술이었다. 그래. 이런 사람이라서, 난 그 세계에서도 사랑했었지. 여전히 웃음기가 어린 입술로, 그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슌이 이내 눈을 감으며 키스에 응했다. 아침 해가 비로소 떠오르고 있었다. 어느 시간대에서의 누군가들도 달게 맞고 있을 아침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