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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케스 성의의 시점에서 묘사됩니다.
My dear Rose
시온 x 알바피카
성의에게 성투사는 각별하다.
그 말을 들은, 수백 년 전의 누군가는 반문했었다. 성의는 존재 이래 수백, 수천의 성투사들을 겪었을 텐데 그들 전부를 특별하게 느낄 수 있느냐고. 그러나 우리 성의에게 입이 있었다면, 응당 그러하다고 입을 모아 답했을 것이다. 일 년 간, 혹은 하루 동안 맺어졌다 끊어진 숨일지라도 우리에겐 소중했다. 진정 아끼고 사랑하여, 그들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기만 벌써 영원이었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세계보다 그들의 짧고 덧없는 수명이 안타까워 탄색했던 적도 여러 번이었다. 적들의 공격에 부서지는 아픔 따위론, 품에서 차게 식어가는 아이들의 몸을 데워줄 수 없음에 고통스러워하는 나날들. 그것을 수 번을 반복하면서도 결국, 그래왔기에 더더욱, 성의를 어루만지는 손길을 받으며 갈망할 수밖에 없었다. 너만은 더 오래 살기를. 살아 있는 동안 더 행복하기를. 지켜온 신념에 절망하지 않기를. 너만은, 부디 이번만큼은.
과연 너에게는 나의 기도가 통할까. 이번에는 너의 끝에 오열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아직 따스한 너를 내 온몸으로 끌어안으며 나는 생각했다. 알바피카. 장미의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아이야. 네가 작고 앙증맞은 손을 루고니스에게 내밀었을 때, 내가 무수한 진동으로 울었음을 넌 알고 있을까. 옛 피스케스들이, 그리고 루고니스가 밟아왔을 길을 따라 나에게 올 것을 알았을 때의 슬픔을 너는 헤아려줄까. 난 네가 꽃이기에 가시를 달지 않았으면 했다. 사랑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티끌 만한 고민 한 점 없이 할 수 있길 그토록 바랐었는데.
이미 줄기에 돋아난 가시는 영영 베어낼 수 없다. 너는 네 선택의 결말에 남을 끌어다 원망할 이도 아니었다. 그런 연유로 나는 매순간 너를 염려하고 또 보듬는다. 너는 보고만 있어도 아픈 손가락이었다. 너는 남에게 기대지도 원하지도 않았지만, 너를 상처주려 접근하는 이가 있다면 내가 용서치 않았을 터였다. 네가 온종일 기다리고 있는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 목소리가 들려도, 망가진 나를 너를 위해 고쳐주는 이라 할지라도.
"알바피카."
너를 부르는 목소리에, 저렇듯 연심이 담뿍 묻어나지만 않았더라면.
네가 고개를 돌린다. 그를 맞는 발걸음이 조급하다. 평소와 다른 힘, 다른 박자로 바닥에 맞닿는 무게를 내가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대답은 조금 새침하게. 하지만 안으로 끌어당기는 손은 우아하게. 너를 붙잡으며 내게 닿은 그가 마음으로 물어온다. 알바피카는 그동안 잘 지냈어? 아무 일도 없었어? 반가움과 아주 약간의 질투를 함께 섞어 난 대답했다. 너를 기다리느라 몸이 달아 있었지, 시온. 내 주인의 연인.
"보고 싶었어."
너를 침대에 조심스레 앉히고 그는 속삭였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네가 입으로 삼킨 말을 나는 알고 있었다. 교황을 대하듯 네 앞에 무릎을 꿇어, 애정이 담긴 시선으로 올려다보며 그가 웃었다. 너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그가 조심스레 잡은 네 손이 뜨거웠다. 아마도 내가 너의 성의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 그에게도 닿고 있을 마음. 그래, 그건 명백히 사랑이었다. 신이라 해도 범접지 못할 위대하고 아름다운 관계. 그 역시 네게 그러하기에 더욱 찬란한.
그의 입술이 내 위에 닿았다. 알바피카를 향한 키스. 하지만 그것뿐만은 아니겠지. 곧장 들려오는 목소리가 별빛처럼 선명했다. 난 오늘도 알바피카를 사랑해. 내일은 더 사랑할 거야. 상처 입히지 않을 거야. 슬프게 하지 않을 거야. 네가 떨어진 그 사이를 내 모든 것으로 감싸서 지킬게. 그러니 오늘도 허락해주지 않겠니. 그와 가까워지는 것을. 이보다 정중한 요청이 또 있을까. 일말의 질투마저 녹이는 예의에 버틸 재간은 없었다. 하나, 둘, 그의 손길과 입술이 닿는 곳마다 낡은 꽃잎처럼 떨어져내리는 나의 조각. 아프로디테를 세상에 내어주는 조개 껍질이 된 것처럼, 내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 그가 사랑할 이에게 보내는 순간.
알바피카. 너는 지금 행복할까. 피스케스의 운명은 온통 가시밭길뿐이어도, 네가 걷는 그 앞에는 행복의 꽃이 피어 있을까. 마지막 조각으로 떨어지는 내게 비춰진 네가 웃고 있기에, 난 이번만큼은 좀 더 기대를 해보기로 했다. 내가 굳세게 지킨 만큼 네 삶은 기쁨이 만개하리라 오만한 꿈도 품어본다. 아껴지고 있으니까. 너를 나만큼이나, 어쩌면 나보다 더 사랑할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으니까. 간만의 휴식에 나도 오늘은 달게 취할 수 있을 듯했다.
나의 소중한 장미야, 부디 오늘도 어여삐 사랑받으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