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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유고 x 프리랜서 건축가 게이트가드 설정입니다.
현대물 au입니다.
Happy Birthday
유고 x 게이트가드
"흠…"
손으로 턱을 받치고 있던 게이트가드의 눈이 가늘어졌다. 근처에 선 여성들이 빵 집게를 들고서 그를 흘끔흘끔 보고 있었지만, 그런 시선을 눈치도 못챌 만큼 게이트가드는 앞의 풍경에 집중해 있었다.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이 진열된 케이크의 위를 시계추처럼 왕복하며 훑었다. 과일, 치즈, 녹차, 초콜릿, 생크림, 당근… 독특한 멋과 모양으로 장식된 케이크들이 뽐내듯 가슴을 펴며 게이트가드를 응시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에도 게이트가드의 눈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작게 혀를 찬 게이트가드가 손을 입가로 가져왔다. 끝이 미세하게 치켜올라간 눈매에 고뇌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저, 손님?"
게이트가드가 고개를 들었다. 유니폼을 입은 여성이 그를 보고 있었다.
"왜 그러시죠?"
"아뇨, 뭘 고를지 고민하고 계신 것 같아서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아…"
자신이 그렇게 오래 망설였던가. 적잖게 밀려오는 민망함에 머리에 열이 오르는 듯했다. 급히 고개를 흔들어 사양하려던 게이트가드가 곧 마음을 바꾸었다. 외출한지 다섯 번째 들르는 제과점이었다. 유고의 퇴근 시간에 맞추려면 조금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남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 듯싶었다. 게이트가드가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거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주시겠습니까?"
"네. 선물용으로 사시는 거죠? 그분께선 어떤 걸 좋아하세요?"
게이트가드는 말문이 막혔다. 사실, 지금까지 케이크를 고르지 못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탓이었다.
'유고 녀석, 뭘 좋아하지?'
같이 살게 된 후로 요리는 거의 유고가 했지만, 식단은 게이트가드의 입맛을 고려한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종종 간식을 사와도 어디까지나 게이트가드가 좋아하는 것들 뿐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건 그렇게 꼬치꼬치 물어놓고서, 정작 자신의 기호는 안 말해줬다 이거지. 게이트가드는 울컥 차오르는 분을 억눌렀다. 진짜 원인은 그가 아닌 제 무심함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금만큼은 자리에 없는 그를 마구 탓하고 싶었다.
'나쁜 놈. 둔한 놈. 바보 같은 녀석! 애인을 이렇게 곤란하게 만들어도 되는 거냐!'
"저, 손님?"
퍼뜩 상념에서 벗어난 게이트가드가 어색하게 웃었다. 점원이 걱정스럽게 그를 보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그보다,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서… 가장 무난한 게 뭐가 있을까요?"
"그런 거라면, 녹차나 커피보다는…"
게이트가드는 이어지는 점원의 설명에 유심히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그러고나서도 그는 마음처럼 쉽게 케이크를 고를 수가 없었다. 결국 그 자리에서 오 분을 더 소비하고 나서야, 생과일 케이크 하나를 고른 게이트가드가 지친 걸음으로 가게를 나섰다. 케이크 상자의 모서리에 달린 폭죽 두어 개가 그의 걸음을 따라 귀엽게 달랑거렸다.
"하아… 케이크 하나 고르기가 이렇게 힘든 일이었다니."
묵직해진 손을 흘긋 내려다본 게이트가드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올 때는 맑은 파랑색이었던 하늘에 벌써 어둠이 짙게 서려 있었다.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흘긋 바라본 게이트가드가 걸음을 빨리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칼퇴하라고 했으니, 지금 집에 들어가면 시간이 얼추 맞을 듯했다. 와서 케이크를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예상을 하고 있더라도 조금쯤은 놀란 표정을 지어주면 좋겠는데. 피로로 딱딱하게 굳어 있던 그의 입가에 비로소 옅은 웃음이 담겼다. 벌써부터 그가 보고 싶었다.
"지금쯤 열심히 집으로 오는 중이려나…."
"어, 게이트가드님!"
"그래. 내 이름도 부르면서 열심히… ……음!?"
게이트가드가 휙 고개를 돌렸다. 큰 길 저멀리, 교차로 맞은편에서 유고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멍하니 그 얼굴을 바라보던 게이트가드가 손을 들어 눈가를 꾹꾹 눌렀다. 하지만 이어 켜진 파란 신호등을 따라, 어린애처럼 신나게 달려오는 이는 분명 그의 애인이었다. 기다란 상자를 품에 안고서, 한달음에 거리를 좁힌 유고가 환히 웃었다. 둥글둥글하고 선한 눈동자 가득 게이트가드의 얼굴이 그림처럼 들이찼다.
"…너, 왜 지금 시간에…?"
"부장님께서 생일이라고 일찍 보내주셨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와인이 마시고 싶어서 딴 길로 새버렸지만요."
드와이 와인입니다. 구하기 힘든 거래요. 예전에 드시고 싶어하셨잖아요. 신나게 상표를 보여주며 말을 잇는 유고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자랑하는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말없이 그를 빤히 보던 게이트가드의 눈썹이 점점 고운 선을 잃고 찌푸려졌다. 심술과 불만이 가득 어린 뚱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게이트가드님을 뵈었으니 운도 좋네요! 같이 들어가서… 윽!? 게이트가드님?"
빠르게 다가온 손가락이 유고의 이마를 딱, 소리나게 때렸다. 막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유고가 울상을 지었지만, 게이트가드는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삐딱하게 고개를 쳐든 게이트가드가 여전히 부루퉁한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네 생일이잖아. 그런데도 네가 마시고 싶은 걸 사면서까지 내 생각을 해? 바보냐?"
"그거야, 습관이 되서… 그리고 괜찮지 않습니까? 저는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고, 기왕이면 게이트가드님께서 기분 좋게 드시는 게 더 좋은걸요."
"네가 그래서 바보라는 거다. 바보."
"어째서입니까!?"
"시끄러워. 이거나 받아."
게이트가드가 들고 있던 상자를 대뜸 유고에게 떠넘겼다. 허둥지둥하다가 겨우 상자를 받아든 유고가 얼떨떨한 눈으로 그것을 살폈다. 손잡이 너머로 보이는 과일 케이크의 윤곽이 어두운 거리에서도 또렷했다. 유고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설마, 게이트가드님이 절 위해서…!?"
"산책 겸 나왔다가 마침 생각이 났길래 아무거나 집어왔을 뿐이다. 무거우니까 네가 들고 가."
"네? 아, 네! 알겠습니다!"
퉁명스러운 말투에도 착실히 대답하던 유고가 이윽고 활짝 웃었다. 고맙습니다! 쩌렁쩌렁 울리도록 커다랗게 낸 목소리에도 기쁨이 한가득 묻어 있었다. 다시 켜진 파란 불을 따라, 대답도 않고 성큼성큼 먼저 걸어가던 게이트가드가 고개를 휙 돌렸다. 그를 따라 걷던 유고가 여전히 순한 미소를 띤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생일에도 자기보다 남을 더 많이 생각하는 사람. 자신이 받을 것보다 해주는 걸 더 많이 고민하는 사람. 게이트가드를 바라보던 유고의 눈이 느리게 깊어졌다. 이런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이런 그의 생일을 함께 축하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태어난 그보다 자신에게.
"게이트가드님…?"
감당치 못할 큰 행복인 건 아닐까.
"다음엔."
게이트가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먼저 할 거다."
"예?"
"그러니까, 집에 가면 곧장 네가 좋아하는 것부터 털어놔. 하나부터 열까지."
"네, 네? 무슨 말인지, 통…"
"나 간다."
"아, 아니, 잠깐만요, 게이트가드님! 같이 가요!"
먼저 걷기 시작한 게이트가드를 유고가 급히 뒤따랐다. 밤이 깊어지는 하늘 위로 아리에스의 별이 눈부시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