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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화: 자크에바)Not Yet
Caption 에바 영정 뜨기 전에 쓴 글입니다. 오리지널 스토리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아아... 더럽게 아파..." 뒤로 맥없이 쓰러진 아이작이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불과 몇 분 전에 칼날이 깊게 베고 지나간 상처가 지독하게 욱씬거렸다. 반쪽으로 줄어든 시야가 오늘따라 유독 흐렸다. 느리게 눈을 껌뻑거리던 아이작이 지친 얼굴로 눈을 감았다. '쉬고 싶다......' '에바 옆에서 쉬고 싶어.' 고양이처럼 품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그를 안고 자본 게 언제적이더라. 이제는 그의 생전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터였다. 뭉텅뭉텅 떨어져 나가는 정신을, 붙잡을 생각도 않고 그저 내버려두던 아이작이 다시 눈을 떴다. 에바 옆에서는 활기차게 빛날 수 있었던 강아지같던 맑은 푸른 눈도, 지금은 먼지가 낀 듯 어둡게 그을어 있었다. '...만나러 가고 싶어.' 힘없이 늘어져 있던 아이작의 손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움직이며 자신의 품을 더듬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손에 감기는 검은 금속이 차갑고 가벼웠다. 그것을 들고 바라보던 아이작이 누운 채로 그것을 한 번 던졌다 받았다. 탄환이 아직 남아 있었다. "...굿."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아이작이 그것을 제 관자노리에 가져다 대었다. 손으로도 잘 만져본 적 없는 총구의 느낌은 낯설었지만 무섭진 않았다. 아이작이 처음으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에바가 있을 적에 그랬던 그대로, 천진하고 가벼운 미소였다. 탕, 하는 마른 소리가 하늘을 울렸다. "......" 하지만 아이작은 살아 있었다. 어느새 미소도 지운 얼굴로, 아이작은 제 손에 들린 총을 조용히 응시했다. 하늘을 향해 입김을 피우는 권총은, 언제 그의 관자노리에 닿았었냐는 것처럼 먼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킥." 다시금 웃은 아이작이 몸을 벌떡 일으켜 앉았다. 벌어진 상처에서 울컥 피가 올라왔지만, 아이작은 더 괴로운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상처를 힘있게 감싸쥔 아이작이 아직 미소가 걸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죽지 않아." 불씨가 남은 음성이 재차 읊어졌다. "아직은 죽지 않을 거야, 에바." 세상에 없는 이의 이름을 부르며, 아이작은 느리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지만 그 뿐이었다. 에바. 다시금 입술에서 흐른 그 이름이 꿀처럼 달게 울렸다. 두 다리로 땅을 짚고 선 아이작의 눈엔 다시 생기가 타오르고 있었다. 살의를 되찾은 사냥개의 눈이었다. "...난 죽지 않을 거야, 에바." 언젠가 이 땅에 돌아올 너를, 내가 맞으러 가지 않으면 안 되니까. 붉은 피로 얼룩진 군화가 앞을 내딛었다. 멈추는 일은 없었다. 홀로 걷게 된 길은 멀었으나, 아이작은 그저 묵묵히 나아갔다. 친우가 흘리고 간 피의 길을 제 뜨거운 피로 덮으며, 조용히, 소리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