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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누워 있던 그는 졸고 있었다. 책을 아슬아슬하게 쥔 손, 나른하게 풀린 눈이 벌써 잠에 반쯤 잠긴 듯했다. 사막 뿐인 이집트에서 왔기 때문일까, 지독한 더위에도 영하의 추위에도 불평을 않는 그는 신기하게도 선선한 바람이 부는 시원함이나 노곤한 따뜻함엔 유독 약했다. 항시 몸에 가시처럼 두르고 있던 긴장마저 벗어버린 듯한 모습이 귀여워, 조그맣게 웃어버리곤 에어컨의 온도를 조금 더 낮추었다. 그의 손에 위태롭게 걸려 있던 책갈피가 톡, 이슬 같은 소리를 내며 그의 가슴을 스쳐 떨어져내렸다.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길게 뻗은 속눈썹이 영롱한 황금색을 거의 덮어 가리고 있었다. 그의 눈과 같은 색의 장신구를 꿴 감청의 머리칼이 흩어져 있는 모양조차 무방비했다.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머리맡에 앉아선 가만히 이름을 불렀다. 디바. 고개만 조금 돌린 그의 얼굴은 여전히 잠결에 취해 있었다. 재차 소리없이 미소 짓고선, 상체를 숙여 그에게 천천히 입을 맞췄다. 여느 때와 같이 그의 입술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모쿠바, 나 졸린데. 디바가 불분명한 발음으로 우물거렸다. 알아. 평소엔 잘 말하지도 않던 이름을 그렇게 순순히 불러줄 정도잖아. 그래서 하는 거야. 속으로만 생각하며 웃어버린 나는 다시금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벌어진 입술을 조심스럽게 파고들어, 고른 치열을 훑고 혀를 휘감으며 그의 뺨을 다른 손으로 감쌌다. 마른 입안을 타액으로 적시고 혀 끝으로 훑으며 희롱하자 처음 듣는 신음이 새어나왔다. 졸리다, 모쿠바. 잘 거라니까. 조금 토라진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대로 물러설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조르듯 중얼거리며 아랫 입술을 달게 빨고 혀를 집요하게 옭아맸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책이 기어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음이 났다.
한참 뒤에야 입술을 떼고 본 그의 얼굴엔 이미 졸린 기운은 없었다. 귀며 볼이며, 어느 곳 하나 빠짐 없이 붉게 물들인 그가 삐딱하게 나를 노려보았다. 아, 역시 화났나. 지금 표정 너무 귀여운데 한 번 더 키스한다고 하면 화낼까. 걱정 반 즐거움 반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그의 팔이 대뜸 내 목을 끌어안았다. 설마, 하고 생각한 찰나, 오늘 들었던 것 중 가장 선명한 목소리가 귓가를 사랑스럽게 울렸다.
"너 때문에 잠 다 깼으니까 책임져."
결국 터지고 만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두 팔로 그를 끌어안으며 다시 입술을 맞댔다. 나이도 나보다 많은데 이렇게 귀여워서야, 어떻게 그냥 놔둘 수가 있을까. 아까보다 마음껏 그를 탐하며 나는 아예 그의 위로 올라탔다. 다 끝나면 같이 잘래? 장난스레 소곤거린 말에 느리게 끄덕이는 귓가가 여전히 붉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