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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화: 자크에바)처치
Caption 성적인 묘사를 다소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파에 쓰러지듯 누운 채 고른 숨을 쉬던 에바가 문득 경직하며 호흡을 멈추었다. 벌써 몇번째인지 기억도 안나는 쓰라림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꽤 오래 가는 통증에 눈살을 찌푸린 에바가 고통의 근원지를 헤아렸다. 그에게 깨물린 어깨인가? 하지만 그것보다는 조금 규모가 작았다. 펜도 들기 어려웠던 오전의 고난을 떠올리면 이 정도는 그것과 비교할 바가 못된다. 그럼 아래인가?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고 고심하던 에바는 이내 그 생각도 부정했다. 어젯밤 그가 흉기와 다름없는 굵직한 것으로 그토록 들쑤셔놓았던 곳은, 어깨와 마찬가지로 견딜 수 없는 욱신거림을 그에게 호소하고 있었다. 이런 가벼운 신경질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어느 부위지. 담담하게 생각을 더듬던 에바는 문득 제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뼈마디 곳곳에서 조금씩 올라오는 통증이 기억의 펌프질을 하는 듯, 어젯밤의 정경이 눈앞에 여실히 떠올랐다. 몇번이고 엎드리고 눕고를 반복하다 지쳐버린 나신은 거의 축 늘어져 있었고, 그 위에 엎드리다시피 자리한 아이작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긋 웃고 있었다. '지쳤어, 에바?' 확연히 들리는 음성으로 물어온 아이작이, 대답도 안 듣고 바로 고개를 숙여 그의 드러난 가슴팍을 핥았다. 그의 유두는 검붉게 부풀어올라 있었다. 아이작의 두툼한 손가락에 꼬집히고 당겨지고를 수십 번 반복한 탓이다. 굴곡도 없는 밋밋한 가슴을 손으로 문지르고 끊임없이 핥던 아이작이 문득 혀를 옆으로 놀렸다. 유두가 그의 혀에 삼켜지듯 감겨 그의 입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에바의 눈에 적나라하게 비쳤다. 그리고 그의 하나뿐인 청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ㅡ 따끔, 다시 통증이 찾아오자 환상의 연인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벌거벗은 채 드러나 있던 그의 가슴이 제복으로 덮여 있다는 걸 확인한 에바가 길게 한숨을 쉬며 눈을 내리감았다. 핏기없이 창백했던 얼굴에 엷은 열기가 떠올라 있었다. "...그거였나..." "뭐가?" 에바가 다시 눈을 떴다. 거꾸로 뒤집힌 아이작의 얼굴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또 환상인가, 하고 고민하던 그는 아이작이 자신의 옆에 걸터앉자 곧 생각을 지웠다. "아무 것도 아니다." "싱겁긴." 픽 하고 웃은 아이작이 허리를 숙여 그의 입술에 입맞췄다. 이젠 아주 대놓고 기어오르는군. 에바는 심드렁하게 생각했으나 그를 밀쳐내진 않았다. 곧장 입술을 가르고 들어오는 저돌적인 키스는, 곤란한 상황만 아니라면 딱히 싫지 않았다. 눈을 다시 내려감은 에바가 아이작의 목에 한팔을 휘감았다. 진한 키스 안에 작은 웃음을 하나 떨어트린 아이작이 허리를 좀 더 숙이며 그와 밀착했다. 거의 쓰러질듯 기울어진 상체를 지탱하기 위해, 아이작이 에바의 가슴 위에 살며시 손을 올렸다. 그리고 마치 비단의 감촉을 감상하듯, 부드럽게 그 위를 살살 쓸어내렸을 즈음이었다. "ㅡ그만." 에바가 그의 어깨를 쥐고 아이작을 밀어냈다. 갑자기 입술이 떨어져 나간 아이작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 보았다. 타액으로 젖어든 입술을 훑고 지나가는 혀에 다시금 키스 충동이 치밀었지만, 살짝 일그러진 에바의 눈썹이 그를 막았다. 이유도 모르게 그는 짜증을 내고 있었다. "아프다." "아파? 내가 그렇게 세게 눌렀어? 아니면 키스가?" "...어젯밤 네가 한 짓을 생각해보시지." 아이작은 여전히 이해 못하겠단 얼굴로 그를 찬찬히 훑었다. 그가 어젯밤 한 것은, 다양한 체위를 제외하면 늘상 그와 나누던 행위뿐이었다. 그의 다리 사이를 비집어 열고 들어가 움직이고, 질펀하게 사정하고, 혹은 어깨를 물어뜯어 제 자국을 남기고, 혹은 맛보기 좋게 튀어나온 유두를... "아아. 거기가 아파?" 태연하게 말하며 아이작이 다시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러나 이번엔 가만히 쓸기만 하지 않았다. 단정하게 여며진 군복을 빠르게 풀어내리고 끄르는 그 손에 에바의 눈이 더 찌푸려졌다. 뭐하는 짓이야, 라며 그의 손목을 잡으려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이작이 더 빨랐다. 한손에 들어오는 얇은 손목을 잡아챈 아이작이 순식간에 에바의 군복 윗자락을 활짝 펼쳐놓고는 하얀 셔츠 위로 도드라진 유두를 슬슬 문질렀다. 따가움에 다시금 미간을 구긴 에바가 아까보다 사나워진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짓이지." "흐응. 아냐. 확실히 부었구나 싶어서. 이대로는 계속 아프겠네." "...남의 일인 것처럼 말하지 마라. 네 책임이잖나, 발정난 군견." "예, 예. 야한 주인님. 전부 다 제 잘못입니다." 씩 웃으며 되받아친 아이작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군복을 대강 추스리며 일어난 에바가 그를 보았다. 제자리인 것처럼 당연하게 걸어간 아이작이 에바의 서랍을 뒤적이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에바는 한숨을 쉬며 아까 했던 질문을 또 반복했다. "..뭐하는 거냐." "반창고 찾는다. 우리 주인님 아프지 말라고 붙여주게." 담담히 대답한 아이작이 이내 원하던 물건을 찾아내고는 다시 그에게로 돌아왔다. 그가 물을 때마다 붙이기 위해 준비해두는 밴드였다. 숨을 가볍게 내뱉은 에바가 긴장을 풀고 몸을 늘어뜨렸다. 얌전한 모습에 아이작이 씩 웃으며 그의 이마에 소리나게 입을 맞추었다. "착하네. 우리 소령님." 반항해봤자 소용 없다는 걸 알기에 침묵한 것뿐이지만, 그 말에는 여지없이 에바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그에 아랑곳하지 않은 아이작이 섬세하게 그의 옷자락을 풀어내렸다. 잔근육이 탄탄하게 잡힌 하얀 살결 위에는 어젯밤의 모습이 사진마냥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곳곳에 피멍처럼 든 키스마크와 잇자국을, 뿌듯한 눈으로 바라보던 아이작이 문득 허리를 숙여 그의 가슴에 얼굴을 가까이했다. 키스마크라도 또 남기려는 건가. 조금 퉁명스레 생각하던 에바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아이작의 혀가 다시금 그의 유두를 할짝이고 있었다. 따끔함마저 녹이는 뜨뜻한 부드러움에 반응하지 않을 에바가 아니었다. 에바가 어깨를 움츠렸다. "...아이작." "약바른다고 생각해. 원래 사람 침은 만병통치약이라잖아?" 조금 불분명한 어조로 대꾸한 아이작이 이번엔 아예 통째로 삼키고는 정성스레 빨며 혀로 슬쩍슬쩍 단단히 선 것을 문대왔다. 흐트러진 숨을 안으로 억지로 우겨넣은 에바가, 아이작의 머리칼 안에 손을 넣었다. 말리려는 의도는 애초부터 없었다. 그가 정말로 아이작을 밀어낼 생각이었다면, 아이작이 제 겉옷을 벗기려들 즈음부터 밀어냈을 터였다. 그것을 알고 있는 아이작은 느긋하게 그의 유두를 탐했다. 이를 사용하지 않고도 그를 흥분시키는 방법은 잘 알고 있었다. 혓바닥 전체로 내리누르듯 유두를 덮고 천천히 원을 그리며 움직여주면, 꾹 닫힌 입안이 터지려는 신음을 짜부러트리는 것을 아이작은 알고 있었다. 제 머리칼을 파고든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만큼이나 깨닫기 쉬운 일이었다. 즐거운 얼굴로 반대쪽도 같은 방식으로 여유롭게 맛본 아이작이 고개를 들었다. 일부러 내민 것이 분명한 혀에서 타액이 길게 이어져 유두를 적시고 있었다. 에바가 홍조가 뜬 얼굴로 그를 응시했다. "...반창고 붙이겠다고, 하지 않았나. 침범벅을 해놔서 어떻게 붙이겠다는 거야." "뭐 어때. 지금 안 바쁘잖아, 에바." 단정짓듯 말하는 어투에 에바의 눈썹이 삐딱하게 올라갔다. 아이작이 자신만만하게 말을 이었다. "일벌레인 네가 일도 안하고 소파에만 누워있었던 데다가, 날 밀쳐내지도 않았던 거라면 확실하지. 넌 지금 일이 별로 없는 거야. 한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는 정도의 분량이 되기 전까진 넌 절대 게으름을 피우지 않아. 그리고 정말로 피곤하다면 날 밀어냈을 텐데 그러지도 않았지." 내 말이 틀려? 라며 의기양양하게 웃는 아이작은 마치 내기에라도 이긴 소년 같았다. 탐정이 따로 없군. 한 차례 한숨을 내쉰 에바가 이번엔 두 팔을 아이작의 목에 둘렀다. 명백한 항복의 표시였다. 아이작의 하나뿐인 눈이 즐거움으로 가득 물드는 것을 보며, 에바가 입을 열었다. 흐트러진 숨은 어느새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것은 둘의 욕정까지 꺼트릴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할 작정이지, 아이작. 시간이 빈다는 것을 알았으니, 다른 곳도 정성껏 핥아주기라도 할 텐가? 부은 곳 전부를 찾아내서?" "붓지 않은 곳도 포함해서 핥아줄 건데, 이를 어쩌나. 붓지 말라는 예방차원에서." 넉살 좋은 농담에 보기 드문 미소를 입가에 올린 에바가 먼저 입을 맞춰왔다. 길지 않은 키스 후, 입술 안으로 아이작이 기다리던 허락이 떨어졌다. 아이작을 들뜨게 하는 좋은 흥분제였다. "네 쪽에서 먼저 말했으니, 이를 세우는 건 사양하겠다. 정성껏 핥아내도록, 충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