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바?"
"얌전히."
아아, 또인가. 아템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았다. 카이바가 그를 만나겠다고 다짜고짜 명계에 온 지도 벌써 반 년 째, 그에게 생긴 낯선 습관에 이젠 아템도 슬슬 적응해가고 있었다. 침대 아래로 내려놓았던 다리를 접어올리며, 저를 끌어안은 두 팔 안에서 겨우 몸을 튼 아템이 몸을 돌려서 제 뒤에 있던 카이바를 마주안았다. 상체만 일으켜서 그를 안고 있던 카이바도, 그제야 자세를 바로하며 한결 편하게 그를 품었다. 머리 하나는 더 작은 체구가 단단한 팔에 가득 담겼다.
단 둘이 남겨져, 고요하고 평온한 적막이 안개처럼 어스름하게 깔릴 적에 카이바는 늘상 이렇게 아템을 안고는 했다. 키스나 그 이상의 성적인 스킨십을 원하는 신호는 분명 아니었다. 단지 몇 분, 길어야 삼 분도 되지 않을 공백 동안 그의 체온을 가두고 있을 뿐이었다. 어리광인가, 아니면 불안함에 하는 행동인 걸까. 그의 가슴에 뺨을 가만히 붙인 채로, 아템은 이 시간이면 늘 돌아오는 의문을 곱씹었다. 그러나 그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건 카이바 본인이 용납을 못할 게 뻔했고, 불안함이라고 하기엔 귀 가까이에 들려오는 고동이 너무도 평온했다. 그에게 이유를 물어보려고 했었지만, 아템은 번번히 기회를 놓치곤 했다. 정작 이렇듯 안기고 난 뒤에는 질문할 수도 없었다. 저를 가둔 그 팔이, 고른 숨이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여 있는 듯해서.
지금의 넌 무엇을 생각하고 있지, 카이바.
"...몇 번을 생각해봤지만."
아템은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자신이 마음을 무심코 입 밖에 내었나 싶을 만큼 기묘한 타이밍이었다. 아템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의 정수리에 머리를 묻다시피 하고 있던 카이바는 눈을 감고 있었다.
"너를 이렇게 안고 있으면 너밖에 생각나지 않아."
"......"
"그게 좋다. 너도 그러기를 바라고."
아템이 눈을 느리게 깜빡거렸다. 그 사이 아템을 좀 더 힘주어 안은 카이바가 몸을 밀착해왔다. 입자가 부스러지는 몸이라도 분명하게 전해지는 체온이 따스했다. 쿡, 뒤늦게야 작은 웃음을 터트린 아템이 그의 등을 가만히 쓸었다. 설마, 이렇게도 단순하고 간단한 답이었을 줄이야. 왠지 모르게 가슴이 후련해져, 아템은 고개를 조금 더 들어 다물린 그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느리게 뜨인 푸른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간지러우면서도 좋았다.
"넌 정말,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날 사랑하는구나."
"흥. 당연하지. 내 사랑을 감히 재어보거나 판단하려 들지 마라."
"하하하. 그래. 미안해. 나를 만나러 그 먼 길까지 와줬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아템이 다시 카이바의 가슴에 귀를 기대었다. 한결 같은 속도로 뛰는 박동이 어쩐지 아까보다 더 사랑스러웠다. 그 변함 없는 울림에 귀를 기울이던 아템이 그를 따르듯 눈을 감았다. 그의 말대로였다. 오롯이 들어찬 그의 존재만이 지금의 아템의 시간에 가득했다. 이젠 전보다 더, 네가 나를 안아주는 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질 것 같아. 속으로 읊조리며 아템은 카이바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여전히 그를 안아주는 두 팔이 있었다. 저를 가득 채우는 사랑이 있었다.
"나도 지금만은 너를 생각해. 카이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