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로 돌아가기
998화: 모쿠가미)부름
"아이가미." 또다. 그가, 카이바 모크바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또 무슨 일이지." 고개를 돌려 돌아보면, 어김없이 나를 보고 선 모크바가 시야 가득 들이찼다. 마냥 꼿꼿하고 세상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이는, 그럼에도 섬세하고 순해보이는 눈매에 담겨 있는 내가 있었다. 나를 만나야겠다며, 내가 유랑하던 이집트 곳곳을 뒤져 기어이 내 앞에 섰을 때부터 모크바의 눈은 줄곧 저랬다. 분명 제 형의 권세를 믿고 기세등등한 꼬맹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 역시, 저를 형을 방해하는 눈엣가시 정도로 보던 시간이 없진 않았을 텐데. "......" 모크바는 말없이 두 팔을 벌렸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단 한 번의 부름. 그리고 눈빛과 몸짓으로 요구하는 포옹. 거절의 말이 목까지 차올랐다. 웃기지 마. 난 네 어리광을 받아주는 사람이 아니야. 네 형 대신이 될 수도 없어. 차라리 돈을 주고 좀 더 고분고분한 사람을 사지 그래. 그에게 퍼부어주고 싶은 비난들이 몽글거리며 입 안을 그득하게 메웠다. 하지만 결국 아슬아슬하게 혀 끝에만 걸려 있을 뿐이었다. 침묵 끝에 겨우 짜내어 뱉은 말도 우습게 떨고 있었다. "내가 왜." "내가 너여야 해서." 콧웃음 쳐주고 싶었다. 나를 묶어두고 세라의 안전 운운하면서 협박하던 기세는 어디로 간 거야. 하지만 난 여전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모크바의 두 팔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목이 따끔거렸다. 손톱으로 벅벅 긁어서, 이유도 없이 응어리진 감정들을 전부 뜯어내고 싶을 정도로. "아이가미." 그가 또, 부른다. 내 이름을, 선명하고 절절한 발음으로. 조금은 비틀거리며 내딛은 한 걸음만으로, 몸이 빨려들어가듯 그의 품에 갇혔다. 변명할 틈도 없이 꽉 끌어안아 오는 두 팔이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단단했다. 너는 비겁한 사람이야. 탄식처럼 중얼거리며 나는 눈을 내리감았다.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은 그의 침묵에 내 숨이 잠기는 것만 같았다. 차라리 이대로 그에게 질식해, 그의 품에서 눈뜨지 않았으면 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