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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6월 타입문 배포전 착목설계기도에서 발간된 맹꽁이마스터님의 개인회지 축전입니다.
마리스빌리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나 사시겠어요?”
로마니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푸른빛이 도는 은발을 길게 땋아내린 소녀가 서글서글하게 웃고 있었다. 성격 좋게 휘어진 주홍색 눈동자는 막 피어난 불꽃처럼 또렷했고, 뺨은 주근깨나 점 하나 없이 온통 하얗고 깨끗했다. 눈색을 빼면 그가 아는 누군가와 꼭 닮은, 그러나 동시에 좀 더 인간미가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어… 그게…”
로마니가 어설프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의 앞에 놓인 진열장이 비로소 시야에 들어왔다. 크고 작은 케이크들이 각기 예쁜 장식과 과일을 달고 맛있는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었다.
“조각 케이크도 팔고 있어요. 요즘은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유행이랍니다. 홍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사가세요. 다즐링과 얼그레이 차도 팔고 있으니 편하게 살펴보세요.”
소녀는 수완이 굉장히 좋았다. 로마니는 대답도 못하고 쩔쩔맸다. 디저트는커녕 식사도 필요없던 몸을 벗어난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았다. 배가 고프다든가, 입맛이 당긴다는 신체 신호도 아직 낯설기 그지없는데 판매 홍보용 멘트 공세라니, 로마니는 자연히도 얼빠진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리저리 맥없이 흔들리던 시선이 진열장 안의 케이크에 도망치듯 꽂혔다. 동그란 꽃처럼 점점이 생크림이 그려져 있고, 그 위엔 모난 데 없이 싱싱한 딸기가 통째로 얹힌 먹음직스러운 케이크였다. 로마니는 그제야 자신이 그 케이크 때문에 멈춰섰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가 아직 로마니 아키만이 아니었던 시절, 마리스빌리의 사무실에서 먹었던 것과 똑같은 모양이었다.
‘요즘은 과일이 올라간 생크림 케이크가 유행이래. 단 게 취향이 아니면 홍차랑 같이 먹어 봐.’
‘서번트에겐 영양 섭취가 필요 없다.’
‘알고 있어. 그렇지만 맛을 못 느끼는 건 아니잖아?’
“…….”
“손님?”
로마니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아프도록 꽉 쥐었던 주먹을 느리게 펴보였을 뿐이었다. 왜 이곳에서, 그와 아무런 접점이 없는 지금에서야 그런 걸 떠올렸는지 모를 일이었다. 로마니가 고개를 돌렸다. 소녀는 그가 어딘가 아픈 거라고 판단했는지 걱정과 동정이 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네, 네. 괜찮아요. 그냥 좀 옛날 생각이 나서요.”
멋쩍게 머리를 긁적인 로마니가 케이크를 가리켰다. 본의 아니게 소녀의 시간을 빼앗았으니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나 포장해주세요.”
“아, 네! 포크는 몇 개 드릴까요?”
“두 개… 아, 아니. 하나면 충분해요.”
말을 고치는 로마니의 귀가 불이 붙은 양 뜨끈해졌다. 진열장 앞에 서서, 말도 없이 케이크를 아련하게 쳐다보다가 포크를 두 개 달라고 할 뻔한 사내. 너무나 오해하기 충분한 상황이 아닌가. 로마니의 예상은 불행하게도 적중하여, 가게 안에서 포장을 마친 상자를 들고 나오는 소녀는 눈물마저 글썽거리고 있었다. 케이크를 그의 손에 꼭 쥐어주며 다정한 점원은 몇 번이고 신신당부했다.
“앞으로 케이크가 먹고 싶어지면 또 오세요. 싸게 해드릴게요.”
“하, 하하하…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관계가 바뀌어도 손님에게 남은 추억만은 변치 않으니까요! 아름다운 순간을 몇 번이고 떠올릴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해 케이크를 구울게요!”
도망치듯 내빼려던 로마니가 멈칫거렸다. 수육하기 전의 ‘솔로몬’의 기억도 ‘로마니 아키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의미 없이, 그저 사내의 이유 모를 행동에 어울렸던 것을 아름다운 순간이라 이름 붙여도 될까. 로마니는 그 날 먹었던 케이크의 맛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그가 우려주었던 홍차의 이름도, 향도, 마리스빌리가 웃으며 들려주었던 단조로운 이야기들도. 그러나 로마니는 숙소로 돌아올 때까지, 소녀가 들려준 그대로 케이크 상자를 소중히 들고 있었다.
딸기는 무척 달고 새콤했다. 당연하게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