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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월에 발간된 눙님의 자컾 회지 신간을 축하드리며 쓴 축전입니다.
“무슨 소원 빌었어?”
선이 뒤를 돌아보았다. 어린 아이 둘이서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오고 있었다. 머리를 양 갈래로 곱게 땋은 아이가 웃었다.
“난 발레 학원 가고 싶다고! 너는?”
“오빠나 언니 생겼으면 좋겠다고. 엄마랑 아빠가 맨날 동생 챙겨야 한다고 잔소리하는데, 내 편은 하나도 없는 거 있지? 진짜 너무하다니까.”
“에~ 그치만 네 동생 정말 귀엽던데! 말도 잘 듣잖아~”
자신들을 보는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아이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선을 지나쳐 멀어져갔다. 인형의 것처럼 무심하고 비어 있는 눈이 한참 두 명의 등을 쫓았다. 아무 연고도 없고, 그녀가 아는 그 누구도 닮지 않은, 그러나 어쩐지 그 시시콜콜하고 단순한 대화를 남기고 간 아이들의 얼굴이 이상하게도 또렷하고 선명했다.
“많이 기다렸어?”
이번엔 확실히, 그녀를 향해 들려온 질문이었다. 선이 고개를 돌렸다. 루가 김이 모락모락 솟는 흰 종이 봉투를 들고 씨익 웃었다.
“방금 막 만든 걸로 받아왔지! 팥이랑 슈크림 종류별로 가져왔어.”
“…그래. 많이 먹어.”
“에이, 기왕 고생해서 받아왔는데 같이 먹어주라. 팥 싫어해? 아니면 슈크림?”
무심하게 걸음을 옮기는 그녀에게 루가 찰싹 따라붙었다. 선은 붕어빵을 안 먹는다고 대꾸하려던 말을 멈추고 루를 돌아보았다. 아까의 어린 아이들처럼 그저 맑고 환한 웃음이 어린 눈동자가 그녀를 살폈다.
“왜? 고민거리라도 있어?”
“…고민…까지는 아니고. 그냥 뭘 좀 생각했을 뿐이야.”
덤덤히 대꾸하며, 선은 새삼 자신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아무 영양가도 없는 이야기나 질문 따위에 하나하나 대답하고 있다니.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혼자만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던 세상이었다. 그 어떤 것도 저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던, 아무리 간절히 원하고 빌어봐도 닿지 않을 것 같던 일상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부숴져버리기를, 그래서 그녀 자신도 영영 존재하지 않던 것처럼 지워지기를 그토록 바랐었는데. 점차 걸음이 느려지는 선에게 루가 발을 맞춰 걸었다.
“……넌 소원을 비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음?”
“신이니까. 많이 보고 들어봤을 거 아냐. 네가 보기엔 어때?”
루는 동그랗게 뜬 눈을 깜빡였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너무 뜬금없었나. 선은 아까 있었던 일을 설명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중요한 화제도 아니지 않은가. 당장의 일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궁금한 것도 아니었는데… 선은 한숨을 내쉬었다.
“별거 아냐. 잊어버려.”
“아니, 아니지! 네가 그걸 궁금해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거야.”
고개를 흔든 루가 환하게 웃음 지었다.
“무엇을 비느냐가 아니라, 뭔가를 바라는 마음에 대해 물어본 거잖아? 놀라기도 했지만, 기뻐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잊어버렸어!”
“…그게 뭐가 기뻐?”
선은 어처구니 없단 얼굴이었다. 루가 그녀의 손을 찾아 감싸쥐었다.
“네가 무언가를 희망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거니까. 분명 나와 처음 만났던 시절의 너라면 그런 건 쓸데없고, 아무 의미도 없다고 말했겠지? 너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정곡이었다. 선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 계기가 무엇이든, 네가 소망하는 것에 눈을 돌린 순간 언젠가는 자신이 뭘 원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지겠지. 난 그것이 아주 눈부시고, 멋지다고 생각해! 터무니없고 거대한 것일지라도, 소망은 인간에게 의지와 용기를 심어주니까.”
“…….”
“그래서 난 지금 아주 행복하고 기뻐. 언젠가의 네가 무엇을 바라는지 말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이걸로 답이 되었을까?”
선은 한참 뒤에야 자신이 그에게 뭐라고 질문했는지 떠올렸다.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았어, 그냥 단순한 질문일 뿐이잖아… 자꾸만 입을 비집고 나오려는 하찮은 변명들을 도로 밀어넣던 선이 물끄러미 루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
선은 아이들을 떠올렸다. 시간을 아무리 되감는대도,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 아이들처럼 순수하게 소망을 바라는 자신은 영영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오래된 낡은 책을 아무리 복원하고 고쳐보려 해도 영원히 손실된 부분이 남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 하지만 새로운 페이지를 덧붙이고,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덧붙여 써내려가는 것은 가능하리라. 영원한 끝이라 여겨졌던 시간을 넘어, 그녀는 이 땅을 딛고 그와 함께 살아가고 있으므로.
“…넌 역시 지나치게 낙천적이야.”
선이 재차 걸음을 옮겼다. 잡은 손을 놓지 않은 루가 성큼성큼 그녀의 뒤로 따라붙었다.
“하지만 틀린 적은 없었지? 이건 너도 동의할걸?”
“글쎄. 잘 모르겠는데.”
“분명 내 말대로 될 거야. 아니, 기왕이면 지금 하나 빌어보지 그래? 그냥 말로 하는 거야 간단하잖아? 올해는, 그렇지! 내년에 빌 소원을 생각해두기 , 라든가!”
“유치해.”
투닥투닥 말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아이들이 지나간 길을 마저 걸었다. 어느샌가 일방적으로 쥐었던 손은 서로를 다정하게 꼭 마주잡고 있었다. 소원을 품은 발자국이 겨울을 지나 봄으로 향했다.
루선 축전 절대로 써야지 이 페이지는 제 겁니다
루선의 영원한 사랑을 기원합니다 행복하세요^ㅅ^)☆
자칭명예루선러 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