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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hanul911)님의 커미션입니다. 감사합니다!
발더스게이트3의 섀도하트와 플레이어 캐릭터의 드림글로, 플레이어 캐릭터의 오리지널 설정과 엔딩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영웅들은 세계를 구한 뒤에 어떤 삶을 살아갈까. 그들을 기억하는 자들이 그 용맹과 고귀한 혼을 기리는 시를 짓고, 아이들이 양떼를 몰고 풀피리를 불며 노는 시대에 그들은 어디로 가는가. 혹자는 그들이 패잔병처럼 돌아오지 않는 전장에 묶여 괴로워한다 하였다. 누군가는 평화와 함께 영웅의 역할은 사라졌으니, 신이 되어 바람처럼 흩어졌다 말했다. 그런 무성한 소문과, 추측과, 당사자들의 자취는 간데없이. 그런 소소한 것들이 조용히 사위어가는 평온한 나날.
또한 오랜 주박에서 풀려난 이가 한 조각 단잠을 자고 눈을 뜨는, 그녀에게 드리운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셔 웃음을 터트리는 여유가 깃들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아토리스?”
몸을 일으켜 앉으며 섀도하트는 반려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녀를 따뜻하게 보듬어 재워놓고는 그 새에 자리를 비운 모양이었다. 아이들에게 밥이라도 주러 갔나. 산책을 시키러 간 건가? 고개를 까닥이던 섀도하트가 곧 잡념을 지우며 시원하게 기지개를 켰다. 해의 위치로 보건대 그녀가 눈을 붙인지 얼마 안 된 모양이었다. 볼일을 끝내면 돌아오겠거니 하는 느긋한 마음으로 섀도하트는 다리를 쭉 뻗으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선선한 바람이 나뭇가지 사이를 누비며 춤을 추었다.
“벌써 일어났어?”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익숙한 향기가 훅 끼쳐왔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 섀도하트가 커다래진 눈을 깜빡였다. 우아한 검푸른 빛깔의 꽃잎이 인사를 건네듯 흔들리다 멈추었다. 꽃을 내민 아토리스는 어쩐지 조금 멋쩍어하는 얼굴이었다.
“깨기 전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밤도 아니고, 그렇게 오래 자지 않아. 이건 어디서 찾았어?”
난초를 받아든 섀도하트가 기쁘게 웃었다. 옆에 다가앉은 아토리스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네가 갑자기 조용해져서 보니까 잠들어 있잖아. 나도 눈 좀 붙일까 했는데 어디서 향기가 나더라고.”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데. 나에게 선물하려고 여기저기 찾아다녔다든가.”
섀도하트가 장난스럽게 미소지었다. 예상치 못한 농담에 당황한 건지 아토리스는 대꾸가 없었다. 태연하게 꽃을 만지작거리던 섀도하트가 문득 고개를 휙 돌렸다.
“잠깐, 진짜야? 난 농담이었는데?”
“...아니, 알아. ...아마도. 하지만 이전엔 그런 식으로는 말 안 했으니까...”
“......”
변명을 늘어놓는 아토리스의 귀는 끝까지 새빨갛게 익어 있었다. 눈을 깜빡거리던 섀도하트가 곧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웃을 필요는 없잖아.”
“미안! 미안... 하하. 비웃는 건 절대 아니야. 하지만 귀여운걸! 애들이 농담해도 보통은 반응 안 했으니까 이렇게까지 당황할 줄은 몰랐지.”
섀도하트가 그의 한 팔을 꼭 끌어안으며 몸을 기대왔다. 햇빛으로 물든 은발이 그의 어깨와 가슴에 금실처럼 눈부시게 흘러내렸다.
“고마워. 정말 예뻐.”
“......”
“웃어서 화났어? 미안해. 난 정말로─”
섀도하트가 고개를 들려는 찰나, 아토리스가 한 발 빠르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춰왔다. 나뭇잎이 소리 없이 흔들리며 두 사람 위에 햇살을 흩뿌렸다.
“......화 안 났어.”
한참 뒤에야 들린 목소리는 작았지만 또렷하고 선명했다.
“그리고 네가 더 예뻐.”
다시금 바람이 불었다. 멀리서 들리는 양의 울음 소리, 풀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누군가가 열심히 찾아다녔을 꽃들이 춤을 추는 소리. 그 모든 것이 감미롭게 울려퍼지는 풍경에서 유독 심장 소리만이 가까웠다. 섀도하트가 아토리스의 곁에 좀 더 가깝게 다가앉았다. 꽃을 소중하게 쥔 그녀는 아직도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고마워.”
“......”
“사랑해. 이번엔 농담 아니야.”
“...알고 있어.”
누군가는 영웅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였다. 누군가는 평화로운 세상에 질려 종적을 감추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 모든 것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영웅을 내려놓은 두 사람이 서로가 찾아낸 평온을 만끽하고 있었다. 상대가 없는 빈 자리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를.
난초향이 유독 짙은 하루였다.








